책이름 : 추사 명품
지은이 : 최완수
펴낸곳 : 현암사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는 시詩・서書・화畵에 통달한 예술가・학자였다. 서예・비석을 고증・연구하는 금석학의 기틀을 세웠다. 서예를 조형예술로 승화시킨 추사체의 완성자였다. 문자향文字香 서권기書卷氣의 문인화가, 불교의 핵심을 깨달은 살아있는 유마거사. 추사의 학문세계는 무진장 넓고 깊었다.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땅의 인문학계가 뛰어넘어야 할 높은 봉우리였다.
가헌嘉軒 최완수(崔完秀, 1942년 - )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은 추사연구 50년에 이르렀다. 원색 도판 267장, 참고 도판 150여장, 2300매의 원고, 16차 교정을 거친 800쪽의 22.1*27.2의 판형의 양장본은 한 손으로 들기에 버거웠다. 추사가 남긴 수많은 명품을 편액扁額, 임서臨書, 시화詩話, 대련對聯, 서첩書帖, 회화繪畵, 서간書簡, 비석碑石 여덟 분야로 나누어 원문과 번역, 해설에 보충 자료를 붙여 편년으로 구성했다. 추사체 이해를 위해 「중국서예사中國書藝史의 흐름」과 「한국韓國 서예사書藝史 대강大綱」을 실었다. 명품에 찍힌 인장을 시대순으로 정리해 추사의 인장 사용 이력을 알 수 있었다.
『추사秋史 명품名品』은 이재彝齋 권돈인(權敦仁, 1783-1859)의 행서로 지본묵서紙本墨書 추사의 진영眞影을 모시는 방〈秋史影室〉과 당대 최고의 어진화사御眞畵師 희원希園 이한철(李漢喆, 1808-1889)의 추사 초상肖像 두 본으로 시작되었다. 편액扁額은 〈이위정기以威亭記〉(1816)에서 〈판전版殿〉(1856)까지 20본. 임서臨書는 〈기러기 발 모양의 등잔대에 새긴 글씨(鴈足證銘)〉(1825)에서 〈거울에 새긴 고예 글씨(古隸鏡銘)〉(1855)까지 5본. 시화詩話는 〈연경 가는 조운경을 보내며(送曺雲卿入燕)〉(1811)에서 〈해붕 대사 진영에 제함(題海鵬大師眞影)〉(1856)까지 17본.
대련對聯은 〈직성・수구(直聲秀句) 행서 대련(行書對聯)〉(1822)에서 〈대팽・고회(大烹高會) 행서 대련〉(1856)까지 17본. 서첩書帖은 〈난설이 기유했던 16도에 붙인 시첩(題蘭雪紀遊十六圖詩帖)〉(1825)에서 〈전당시에서 뽑아내어 행서로 쓴 시첩(全唐詩鈔 行書詩帖)〉(1855)까지 13본. 회화繪畵는 〈도갱(陶賡)의 사란법(寫蘭法)〉(1835)에서 〈불이선란(不二禪蘭)〉(1855)까지 30본. 서간書簡은 〈추사 8세 서간(秋史八世書簡)〉(1793)에서 〈초의에게(與草衣)・10〉(1850)까지 30본. 비석碑石은 〈광산 김씨 묘표(光山金氏墓表)〉(1833)에서 〈효자 김기종 정려비(孝子金箕鍾旌閭碑)〉(1855)까지 6본을 담았다.
표지글씨 〈침계梣溪〉는 1851-1852년경 作, 지본묵서, 42.8x122.7㎝,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었다. 추사가 함경 북청北靑 유배 시에 함경감사로 많은 도움을 준 침계(梣溪) 윤정현(尹定鉉, 1793-1874)에 보답으로 30여 년 전에 부탁받았던 편액을 써 주었다. 나에게 눈에 익은 추사명품은 1835년(50세) 작으로 지본묵서, 115.2x57.8㎝,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편액〈명선茗禪〉. 1844년(59세) 작으로 지본수묵, 23.7x146.4㎝, 손창근(孫昌根) 소장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회화 〈세한도歲寒圖〉. 1855년(70세), 전북 고창 선운사 부도탑에 서있는 비석 〈백파율사비白坡律師碑〉. 그리고 1850년(65세). 지몬묵서. 33.4x46.4㎝. 이홍근 소장,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된 추사가 초의에게 보낸 서간으로 반협박조(?)의 차 구걸 편지였다. - 새 차는 어찌하여 돌샘, 솔바람 사이에서 혼자만 마십니까. 도무지 먼 사람 생각은 아니 합니까. 삼십 대 몸둥이를 아프게 맞을 만합니다. -
추사秋史 연구 성과 50여년을 갈무리하는 『추사秋史 명품名品』을 내면서 가헌嘉軒은 말했다. “추사 고택이 있는 충남 예산 신암면의 이웃인 고덕면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거기에 나라의 큰 학자가 사시던 곳이 있다는 말씀을 어른들게 들으면서 일찍부터 가보고 싶어했지요. 65년 국립박물관에 들어간 뒤에야 스승인 혜곡 최순우 선생이 같이 가자고 해서 처음 찾아갔습니다. 추사고택과의 만남이 반세기 가까이 추사 연구에 매달리는 계기가 됐고, 이렇게 『추사명품』까지 펴내는 인연으로 이어졌습니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보의 세계 (0) | 2022.10.07 |
---|---|
고인돌과 함께 놀았다 (0) | 2022.10.06 |
시인의 집 (0) | 2022.09.30 |
다산의 재발견 (1) | 2022.09.29 |
한밤에 쓴 위문편지 (0) | 2022.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