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식물과 나

대빈창 2022. 11. 10. 06:08

 

책이름 : 식물과 나

지은이 : 이소영

펴낸곳 : 글항아리

 

책이 출간되자마자 군립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지만 1년 만에 손에 들었다.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세 번째 책이었다. 『식물의 책』은 우리 주변의 식물 이야기, 『식물 산책』은 식물세밀화에 대한 이야기, 『식물과 나』는 식물과 함께 하는 저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식물세밀화가가 사계절을 식물과 함께 보내며 그림을 담은 에세이였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4개의 장에 50편의 글이 실렸다.

1부. ‘봄’은 로제트 잎의 이른 봄꽃, 천대받는 식물공부, 주거 양식에 따른 원예식물 변화, 천연기념물 뽕나무의 집중호우로 인한 훼손, 전후 조림용으로 식재된 아까시나무, 수백송이 꽃다발로 이루어진 토끼풀꽃, 기후변화로 인한 미선나무의 개화시기 이상, 전북 무주공설운동장의 등나무 그늘 등.

2부. ‘여름’은 꽃다발 속의 안개꽃, 토양 산도에 따라 꽃 색이 변하는 산수국, 열매를 보호하는 복숭아털, 생장하는 속도만큼 죽은 잎이 더 나오는 열대식물, 약효와 독성을 모두 가진 디기달리스, 장미 식물세밀화가 프랑스 피에르 조제프 르두테(1759-1840), 식물의 가시는 자신을 지키는 방어책, 바나나 잎・ 공심채 줄기 등 식물자원을 사용하는 베트남, 척박한 환경에서 진화한 벌레잡이식물, 내답압성耐踏壓性 잔디・질경이 등.

3부. ‘가을’은 변이의 다양성 들국화, 일본 식물학자 마키노 도미타로(1862-1957)가 식물 표본을 만들며 습합지로 쓴 신문, 벽면녹화・수직정원을 장식하는 악마의 담쟁이 스킨답시스, 호주 대형 산불로 잿더미로 변한 코알라 서식지 유칼립투스 숲, 런던 남서부의 큐왕립식물원, 잎 길이가 3m가 넘는 뉴질랜드삼,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우는 왕대나무 등.

4부. ‘겨울’은 천리포수목원을 세운 귀화인 민병갈 원장, 휜 눈밭을 뚫고 녹색 줄기가 올라와 꽃을 피우는 설강화, 싱가포르식물원의 관상식물 생강, 식물세밀화는 흑백그림으로 발전, 독일의 소분 포장으로 베리류만 파는 과일가게, 숲속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 흰 눈에 반사된 햇빛을 흡수하지 않으려 흰색 수피로 진화한 자작나무, 지구온난화로 개체수가 급감하는 잣나무 등.

‘이른 봄꽃을 피우는 식물 중 할미꽃만큼 독특한 색과 질감을 자랑하는 식물도 드물다.······ 할미꽃의 꽃잎은 마치 자주색 벨벳 같다.’(31쪽) 표지그림은 할미꽃이었다. 15여 년 전 주문도에 삶터를 잡고, 봉구산 등산로 초입의 무덤에서 할미꽃을 만났다. 이름 봄 양지바른 무덤 꼭대기의 할미꽃들이 봄 햇살에 빛을 뿜어냈다. 한 포기를 삽으로 떠다 우리집 뒤울안 화계 花階에 옮겨 심었다. 할미꽃은 보기보다 까탈스러워 뿌리 내리기를 싫어했다. 할미꽃의 직진성 뿌리는 조그만 상처도 이기지 못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접했다. 그렇게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어느 봄날 우리집 화계에 할미꽃이 피어났다. 무덤가 할미꽃이 우리집에 자손을 퍼뜨렸는지 모르겠다.

‘결정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아열대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되었고, 아열대 작물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160쪽) 비닐하우스 준공검사 업무로 후배가 섬에 들어왔다. 섬의 구석구석을 손금 들여다보는 듯 하는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섬의 외진 곳에 두 동의 하우스가 새로 지어졌다. 처음 접하는 작물이 심겨져 있었다. 농민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패션프루트’였다.

‘마트나 시장에서 채소를 보면 그게 무엇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으면서도, 같은 식물을 논과 밭에서, 혹은 자연에서 만나면 눈앞에 두고도 알지 못할 때가 많다.(246쪽) 주문도에서 텃밭을 부치며 처음 생강 농사를 지었다. 재래시장에서 종구를 사와 텃밭에 묻고 짚을 덮어주었다. 생강의 발아는 더디었다. 달포가 지나서 대나무 같은 잎을 흙 위로 삐죽 내밀었다. 생육은 더욱 지지부진했다. 김장철이 다가왔고 땅 속의 생강을 파보니 서너 쪽이 불어났다. 생강은 열대지방에서 관상식물로 재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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