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물은 누구의 것인가
지은이 : 모드 발로
옮긴이 : 노태호
펴낸곳 : 지식의날개
주문도에 들어온 지가 5년이 넘었다. 그러니깐 김포 통진에서 산 세월이 40여년이 넘었다는 소리다. 지금은 '김포 한강신도시'라는 몹쓸 개발 바람에 휘말려 콘크리트 덩어리인 아파트만 빼곡히 들어찬 이 땅 특유의 디스토피아로 전락(?)했다. '한강의 기적'(?)을 다른 말로 하면 속도전으로 자연환경을 파괴한 산업화, 근대화의 결과물인 것이다. 그 모범지역으로서 김포는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하더라도 아스팔트, 콘크리트는 눈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던 전형적인 시골이었다. 사행천이었던 한강이 구불구불 흐르면서 드넓은 김포평야의 구석구석을 적셨다. 나의 고향은 한반도 최초의 벼 재배지로서 5,000년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 김포쌀의 브랜드는 '금쌀' 이다. 참 뻔뻔스럽기 그지없는 이름이다. 큰길에서 떨어진 김포지역 구석구석 외진 곳에는 소규모 영세업체 공장 수천 곳이 숨어있다. 이들이 오폐수처리장을 구비할 수 있을까. 한강으로 흘러가는 작은 물길마다 이 공장들이 마구잡이로 내버리는 오염물질로 민물고기는 씨도 구경할 수 없다. 그런데 '금쌀'이라니, 어이가 없다. 중등시절까지 우리집 식수와 허드렛 물의 공급은 나의 작은 두 어깨가 책임졌다. 그시절 학교가 파하면 나는 물지게를 지고, 동네 공동우물로 향했다. 자연부락명이 '한들고개'인 우리동네 언덕 정상에 집이 자리잡아 어린 시절 노동강도는 이만저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 세월을 짐작하기 어려운 향나무 고목 3그루가 우물에 그늘을 드리운 고풍스런 정경이 떠오른다. 지난 일을 회고하는 나의 입가에는 정겨운 미소가 맺히지만, 그 시절 나는 부엌 큰 항아리에 물을 쏟아붓고, 얼마나 가쁜 숨을 몰아 쉬었는가. 중 3때 새로 집을 지으면서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수도를 가설하고 나서야 나의 노동은 종을 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대한민국의 획일적인 개발 모델은 뻔하지 않은가. 그들의 눈에 걸리적거리는 세월먹은 향나무와 공동우물은 폐기해야 마땅했다. 이 땅의 절대승자 토건족의 이윤을 보장하는 개발사업으로서.
글머리가 길어졌다. 아무튼 아파트 주민들은 상·하수도를 설치하고 물값을 지불하고, 물을 사먹으며 오폐수를 돈을 내고 버릴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땅의 사람들은 물을 풍족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것은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물값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금같은 호시절은 멀지 않았다. 신자유주의자들이 무책임한 권력을 휘두르는 MB정권은 수자원 보호와 물 보존대신 불행하게 물관리를 사영화시키려고 기를 쓰고 있다. 거기다 EU와의 FTA 타결을 무슨 큰 전리품처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내게는 웃기는 쇼맨쉽으로 보일 뿐이다. EU를 호구로 보기에 그들은 너무 강적이다. 전세계 물산업의 다국적기업은 모두 EU국가 소속으로 프랑스의 쑤에즈와 비방디가 대표적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물 산업은 선진국의 거대 다국적기업과 이들의 뒷돈을 받는 국제금융기관으로 세계은행, IMF가 차관을 얻어 쓴 개발도상국의 정부를 윽박질러 시행하고 있다. 즉 자본과 권력을 쥔 다국적기업과 국제금융기관이 가난한 제3세계 민중들의 물권리를 뺏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에는 연간 4천억 리터의 물이 비, 구름, 수증기 등의 형태로 순환되고 있지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청정한 물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지구상에서 마시기에 적합한 물이 고갈되는 지역을 '뜨거운 얼룩(hot stains)'이라고 한다. 인간의 물의 남용이 기후변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이러한 인간 행동양식이 지속될 경우 물의 순환과정이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저자는 20세기가 블랙골드(원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블루골드(물)의 시대로 물 보전, 물 정의, 물 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푸른 서약(Blue Covenant)'을 전세계인이 지켜나가게 끔 국제법과 국내법에 명시하고 강제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 어니스트 칼렌버그의 '생태학의 법칙'에 의하면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모든 것은 어딘가로 나아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연은 반드시 최후에 타격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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