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숲 생태학 강의
지은이 : 차윤정·전승훈
펴낸곳 : 지성사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지은이 차윤정은 생태학자이지 절대 생태주의자는 될 수 없다. 나는 지은이의 책을 처음 잡는다. 어느 글에선가 '신갈나무 투쟁기'라는 책에서 저자가 '숲에 들어가기 전 숲의 정령이 놀랄까 봐 꼭 헛기침을 한다'는 구절을 접하고는, 야! 정말 영혼이 아름다운 생태주의자로구나. 하고 나는 감탄을 했다. 그리고 성질 급한 나는 온라인 서적을 노크했다. 그런데 저자의 신간서적으로 이 책이 맨 위에 올라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신갈나무 투쟁기' 대신 손에 넣은 책이다. 책을 손에 넣기 까지는 누구보다 잽싼 동작을 자랑하지만, 막상 책을 잡기 까지는 그 누구보다 게으르다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생태학자는 맑은 영혼을 소유할 수 밖에 없다는 나의 순진함을 비웃었다. 전문계약직 국가 1급 공무원. 그것도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 부본부장으로 변절한 그녀를 보는 순간, 둔탁한 망치로 뒤통수를 쎄게 가격당한 느낌이었다. 그뒤로 이 책은 보기도 싫었다. 그런데 앞서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특강(?)을 보름동안 접하면서, 그래도 하잘것 없는 강의이겠지만 한번 들어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 다혈질인 나로서는 무척이나 힘든 책읽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분명 생태학자지만 접두사가 필히 붙어야만 한다.
책의 두 저자는 부부 산림생태학자로 대중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것은 신갈나무 일대기를 의인체 소설 형식으로 써 대중의 이목을 끈 '신갈나무 투쟁기'에 크게 빛진다. 저자는 말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숲 생태학 안내서인 이 책을 보면서 나의 눈빛은 책의 내용보다는 저자의 앞뒤가 맞지 않는 사고의 편린을 찾아내고 있었다. '4대강 살리기'라는 어불성설의 토건족 배불리기 사업으로 말미암아 국민과의 소통과는 거리가 먼 MB정권에서 저자 차윤정은 '대국민 소통전도사'를 자처했다.
그리고 '우리 강은 가을부터 이듬해 늦봄까지 연중 절반 이상이 갈수기로 강물이 메마르고 흐를 물이 없어 슬프다'면서 '지금의 강은 퇴적토사 등으로 노후화되어 우리가 다시 젊게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악어의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생태계란 인간이 알든 모르든 스스로의 법칙에 의해 가장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진행된다. 우리는 이것을 '자연의 희망'이라 부른다.' 그리고 생태학을 탐구하고 이해하면서 느끼게 되는 가장 아름다운 감정의 하나는 '모든 자연과 생물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마구잡이 준설로 훼손당하는 보호종인 '단양쑥부쟁이'와 '꾸구리'에게 생태학자의 측은지심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강을 강답게 살리는 일'이라고 자신을 기만하지 말자. 토건에 의한 인프라 구축이란 '특정 토지의 미래 사용가치를 현재화함으로써 실제 가치보다 훨씬 큰 거품성 가치를 유발'시켜 그 이윤을 챙기는데 목적이 있다. 한국사회의 고질병으로, 왜곡된 부동산 투기는 절대승자인 토건족의 떡고물을 키워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눈 가리고 야옹하지 말자! 치수산업의 선진국 네덜란드는 10세기 동안 강과 싸워 온 정책을 현명하게 포기했다. 그리고 본연의 물길을 강에게 찾아주는 대규모 하천정비사업을 시작했다. 기후변동으로 인한 자연재해를 예방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지 않은가. 이것이 본연의 '강을 살리는 길'이다. 아무리 토건족, 부동산 투기꾼들이 제 멋대로 활개치는 이 땅이라 하지만 단순한 나는 영혼이 아름다운 생태학자가 이루어야만 될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p.s 12월 5일 리영희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나의 영혼이 이 정도나마 혼탁한 세상을 꿰뚫어볼 수 있게 젊은 시절 정신적, 사상적 무지를 일깨워 준 선생님의 영정 앞에 진심으로 고개숙여 명복을 빈다. 그 엄혹했던 군사독재 시절, 이 땅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정의와 진실을 가르쳐 준 선생님의 신산함 삶을 돌이켜 보는 지금 눈물이 앞선다. 그래서일까. 오늘 글에는 격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다. 언론인으로서 학자로서 선생님은 '항상 약자 편'에 서야만 진정한 지식인이 될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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