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배명훈 소설 두 권

대빈창 2010. 12. 13. 03:31

  

책이름 : 타워 / 안녕, 인공존재

지은이 : 배명훈

펴낸곳 : 오멜라스 / 북하우스

 

눈과 귀를 막아도 들려오는 악다구니에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다. 이럴때는 아예 인터넷 접속을 피하고, 우두망찰 누워 있어야 하는데, 책씻이를 하고는 블로그에 들어간다.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다. 4년전부터 책을 씻은 후의 기억의 한계를 절감하고 하잘것없는 서평 형식을 빌려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접속이 두려운 이유는 조폭 수준에도 못 미치는 양아치들의 목불인견의 행태 때문이다. 아예 드러내놓고 이제는 상왕에 대한 충성심을 경쟁하고 있다. 역사학자 한홍구의 말을 빌리자면 전두환은 자신이 나쁜 놈이라는 것을 알았다. 광주학살의 업보를 지고 태어난 정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선거라는 절차를 밟고 정당하게 정권을 잡은 나머지, 우쭐대다 못해 자신이 나쁜 놈이라는 눈치도 없다. 서민 복지를 몽창 삭감하고, 갖은 자들에게 노골적인 퍼주기를 드러내놓고 저지른다. 최소한의 양심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 이 난장판의 정치 협잡꾼들의 망나니 행태를 아직도 2년을 더 지켜봐야 하는가. 참! 지켜보는 사람이 괴로울 지경이다. 민주화의 역주행이 도를 넘어, 타임머신이 과거로 날아가는 수준이다. 대한민국의 인권과 자유는 80년대 전두환 시절로 되돌아갔다. 서해의 작은섬에서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며, 조용히 살고자 하는 나같은 얼치기 생태주의자도 분노와 환멸에 치를 떨게 만드는 이 정권은 참으로 낯짝이 두껍다.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책을 잡으면 혈압만 오를 것 같아, 신진 작가의 소설집 두권을 빼들었다. 배명훈의 '타워'와 '안녕, 인공존재'다. 먼저 '타워'를 잡았다. 타워의 공간적 배경은 '빈스토크'라는 지상최대의 마천루다. 여기서 '빈스토크'는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하늘까지 솟은 콩줄기 이름에서 따왔다. 지상 최대의 빌딩이자 도시국가인 빈스토크는 높이 2,408m, 674층에 너비만 5km에 달하는 거주인구 50만명의 하나의 주권국이다. 타워는 빈스토크에서 벌어지는 정치, 경제, 외교, 전쟁, 연구, 연애의 여섯편이 옴니버스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그리고 덤으로 4개의 부록이 붙어 있는데, 그중 '타워 개념어사전'에서 작가의 무한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천암함 사고, 연평도 포격, 국회 날치기 등 정신없이 돌아가는 이 땅에서 중심을 잡고 서있기조차 힘든가보다. 나는 깊은 생각없이 소설을 읽어 나가는 스타일인데, 욕망의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무한 리필이라는 아수라지옥 대한민국의 처참한 몰골이 소설속에 그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표현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를 억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만 다른 규칙이 강화되었다.' 그렇다. 민주주의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누가 집회를 갖지 말라고 하던가. 하지만 촛불집회를 비롯한 모든 진보 성향의 집회는 시위 신청만으로 사전조사를 받았다. 또한 누가 표현의 자유를 막았는가. 하지만 미네르바는 구속되었다. 이젠 사이버 공간에서도 가만 놔두지 않겠다. 미디어법의 우격다짐 통과. '197층 북쪽 창문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었다.`````` 변병의 여지는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잘못했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 구절에서 용산참사를 떠올리는 내가 잘못된 것인가. 법정은 용산 철거민들에게 유죄를 선포했다. 철거민들은 자기 아버지, 형제를 죽인 하늘을 처다볼 수없는 죄인으로 전락했다. '사람들은 '520층 연구'를 결국 국내 반입 금지 도서로 지정하더라고.' 여기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비롯한 국방부의 '군내 반입 금지도서'를 연상하는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아! 더욱 헤깔리는 것은 맨 뒤에 실려 있는 글이다. 바로 소설가 겸 평론가인 이인화의 해설이다. 이렇게 말한다. '우리 한국 사회의 숨겨진 치부를 헤집고`````` 빈스토크는 허구의 국가인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의 대한민국이다.' 이 말이 '인간의 길'이라는 소설로 독재자를 찬양한 자의 소리로 들리는가.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인 '안녕, 인공존재'는 제1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을 표제작으로 모두 8개의 소설이 실려있다. 거기다 요즘 문단에서 가장 잘 나가는 평론가 신형철의 해설이 실려있어 이래저래 독자의 눈길을 끈다. 띠지의 문구가 이채롭다. '우주에서 온 무한대의 상상력!' 그럼 상상력의 모태인 '개념적 장치'를 들여다 보자. 기중신의 천지창조 설화.고고심령학회. 기능성 제품이 아닌 존재성 제품이라는 유산. 세계 파멸에 대한 예언. 얼굴이 커진 1급 저격수. 천동설을 믿는 천문학자. 합체 로봇군단. 무중력 공간의 침대 등. 배명훈의 소설에서 SF라는 장르의 특성은 '과학 지식과 인류 미래상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인간의 본성, 그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탐구'의 수단으로 동원된다. 그러기에 나는 신예작가의 소설에서 'SF'보다는 '소설'에 방점이 찍힌 '사회참여적 SF소설'에 박수를 뜨겁게 보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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