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대빈창 2022. 12. 12. 07:30

 

책이름 :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지은이 : 이재훈

펴낸곳 : 문학동네

 

내가 잡은 여섯 권 째 ‘문학동네 포에지’였다. 중견시인의 절판된 첫 시집을 재출간하는 프로젝트 ‘문학동네 포에지’가 육십 권 째 권대웅의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22. 11.)을 펴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재출간 시리즈는 4차분까지 10권씩 출간했다. 〈문학동네 포에지〉 편집자 시인 김민정은 말했다. “시리즈의 인지도는 생겼지만, 시리즈는 권수가 채워져야 해 시간이 걸리고 독자들에게 한 권 한 권 소개하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41권 째 최승자의 『연인들』은 22. 2.에 나왔고, 48권 째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는 22. 5. 출간되었다. 시리즈는 파스텔톤 표지에 해설과 표사를 싣지 않고, 오로지 시인의 약력과 시편들로만 채웠다. 2005년 9월의 시인의 말과 2022년 4월 개정판 시인의 말이 실렸다. 시인의 첫 시집은 등단 후 7년여에 걸쳐 묶었던 시집을 17년 만에 재출간했다.

시인은 1998년 『현대시』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나에게 시인은 생소했다. 시집을 손에 넣은 것은 눈길을 끈 표제 때문이었을 것이다. 46권 째 이덕규의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았다』(22. 5.)는 초판본이 책장에 있었다. 시집은 3부에 나뉘어 44편의 시가 실렸다. 마지막은 두 번째 시 「사수자리」(14-15쪽)의 부분이다.

 

밤이 되면 말을 타러 갔었지 / 잠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 깊은 동굴이었지 / 따뜻한 물 흐르는 동굴에서 / 서둘러 어둠을 껴입었지 / 찰박찰박, 어둠 사이로 붉은 등을 내비치는 탯줄 / 그 고요의 심지에 불을 댕기고 / 입술을 오므려 휘파람을 불었지 / 나는 말을 부르는 소리부터 배웠지 / 탯줄이 사위를 밝히고 말발굽 소리를 들으며 / 나는 편자를 갈고 있었지 / 등불을 들고 신랑을 기다리는 열 처녀 같았지 / 빛이 어둠을 갉아먹기 시작할 때 / 하늘에서 별이 하나씩 떨어졌지 /(······) // 새벽녘 어머니가 내 머리칼을 만지고 있었지 / 나는 쭈글해진 어머니 배에 귀를 갖다댔지 / 말발굽 소리와 활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지 / 그 큰 어둠을 품고 어머니는 새벽 기도를 가셨지 / 나는 어머니가 믿는 신의 안부가 궁금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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