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자연의 빈 자리
지은이 : 팀 플래너리・피터 샤우텐
옮긴이 : 이한음
펴낸곳 : 출판사 지호
출판사 〈지호〉가 생경했다. 수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만난 출판사였다. 책 판형은 243*286mm로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양장본이었다. 마주보는 면에서 한 쪽은 동물그림이 차지했다. 제본에 들인 정성이 묻어났다. 옮긴이가 반가웠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 전문 번역가로 『인간 없는 세상』(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장기 비상시대』(갈라파고스, 2011)가 인상 깊게 남았다. 오래전에 내가 읽었던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도요새, 2000)은 20세기에 절멸한 91종의 동물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연의 빈 자리』의 부제는 ‘지난 5백 년간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로 멸종 동물 103종이 실렸다. 글은 팀 플래너리가, 그림은 피터 샤우텐이 맡았다. 꽃보다 작은 벌새에서 8m가 넘는 스텔라바다소까지 그림들의 원작은 실물크기로 그려졌다. 1500년까지 뉴질랜드 남섬의 아고산대와 고산대 지역에서 생존했던 첫 꼭지 〈고원 모아 Upland Moa)에서, 과테말라 아티틀란 호수에 1989년까지 생존했던〈아티틀란논병아리 Atitlἀn Grebe)를 마지막 꼭지로 담았다.
1894년 마지막 기록으로 남은 〈스티븐슨굴뚝새 Stephens Island Wren〉의 마지막 요새는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 사이의 쿡 해협의 스티븐슨 섬이었다. 1894년 뉴질랜드 정부는 섬에 등대를 세웠다. 유일한 등대지기 데이비드 라이얼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웠다. 고양이는 1년 남짓한 기간에 새를 몰살시켰다. 고양이는 새를 잡아 등대지기 문 앞에 갖다 놨다. 라이얼은 죽은 새 17마리를 박물관에 보냈다. 스티븐슨굴뚝새는 참새목에서 유일하게 나는 능력을 퇴화시킨 새였다. 뉴질랜드에 흔했던 새는 100년 전 폴리네시아쥐가 들어오면서 새의 서식지 99%를 파괴했다. 위태롭게 남아있던 종은 고양이 한 마리에 의해 영원한 망각 속에 빠졌다.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은 4만년동안 넓은 지역에서 가차 없이 진행되었고, 세계의 거대 생물들을 없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체중 45㎏이 넘는 육상동물의 95%, 아메리카 대륙에서 75%가 사라졌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30% 정도가 사라졌다. 역설적으로 아프리카 대형 동물들은 인간 사냥꾼에 적응하는 기간을 갖게 되면서 큰 손실을 입지 않았다. 멸종의 두 번째 단계는 인류가 대륙을 벗어나 섬들을 정복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졌다. 1만년 전 인간은 지중해 섬들부터 퍼져나갔다. 19세기 말이 되자 전 세계에 존재하는 섬들중에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섬이 없게 되었다. 인간과 함께 들어온 집쥐와 곰쥐, 고양이 그리고 원주민의 화전농법의 중단, 조류 말라리아의 전파, 인간의 애완용 채집이 동물 멸종에 가속을 붙였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의 총 생물 종은 약 3천만 종으로 추정된다. 인구 증가, 야생동물의 남획,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매년 25,000-50,000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21세기 안에 지구의 총 생물종 가운데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돈벌레들은 뻔뻔하게 떠들어댔다. 기나긴 진화의 시간으로 보면 모든 종은 멸종이라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었다면 이들은 “아직도 날고, 헤엄치고, 뛰어다니고, 새끼들을 품으며 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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