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관중과 공자

대빈창 2022. 12. 13. 07:30

 

책이름 : 관중과 공자

지은이 : 강신주

펴낸곳 : 사계절

 

인문학자 강신주의 〈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 1・2권은 같이 나왔다. 1권 『철학의 시대』가 제자백가가 활동했던 시대의 사상적 배경을 다루었다면 2권 『관중과 공자』는 본격적인 제자백가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책은 1부, ‘관중: 패자가 되는 방법’은 춘추시대 최초의 패권국가 제나라의 역사와 관중의 정치철학을 다루었다. 2부, ‘공자: 중국 철학의 시작’은 공자의 출생에 얽힌 비화를 시작으로, 시대적 사회상과 공자 철학의 핵심을 설명했다.

나에게 관중(管仲, ? - B.C. 645)하면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우정이 떠오르는 짤막한 지식뿐이었다. 관중은 환공桓公(재위 B.C. 685 - B.C 643)을 도와 제齊나라를 춘추시대春秋時代의 첫 패권국가로 만든 주역이었다. 과거 친구였던 포숙은 환공을 설득하여 정적이었던 관공을 대부 자리에 앉혔다. 포숙은 관공의 식견과 능력을 간파했다. 이를 사마천(司馬遷, B.C. 145? - B.C. 85?)은 “세상 사람들은 관중의 현명함을 칭찬하지 않고 포숙이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칭찬하였던 것이다”(43쪽)라고 기록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상 가운데 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출중한 정치가 관중의 정치철학은 국가와 민생에 대한 현실주의 노선이었다. 당시 입신양명을 꿈꾸었던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은 관중을 롤모델로 삼았다. 반면 동양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공자(孔子, B.C.551 - B.C.479)는 춘추시대에 아무런 정치력도 발휘하지 못했던 불운한 사상가였다. 공자 학파는 14년간 여러 제후국을 방문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정치적 뜻을 실현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 공자의 정치철학은 지배귀족층의 정당화 논리로 시대착오적이고 보수적이었다. 관중은 민중의 잠재적인 힘을 국가로 집결시켜 부국강병을 이루었다.

위대한 성인聖人, 만세의 사표師表로 추앙받는 공자는 한漢 제국에 이르러 공자의 사상이 통치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으면서 지금의 위상이 형성되었다. 대중 철학자의 〈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는 제자백가에 대한 통념을 무너뜨리는 작업이었다. 강신주는 당대의 현실조건과 제자백가 사상들의 진면목을 들여다보며 새로운 분석을 시도했다. 그에게 제자백가의 출발점은 공자가 아닌 관중이었다. 관중은 피지배계급 민중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꿰뚫었던 국가주의 철학을 확립한 최초의 사상가였다.

대중 철학자는 말했다. “관중은 춘추전국시대 정치사상의 기본적인 틀을 만든 사상가입니다. 공자는 관중이 되고 싶어했고, 관중으로부터 큰 사상적 영향을 받은 인물이었죠. 공자를 제자백가의 시작으로 보는 것은 유학에 경도된 사람들의 관점입니다.” 〈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는 손자, 오자, 묵자, 양주, 상앙, 맹자, 노자, 장자, 혜시, 공손룡, 순자, 한비자 등 12권이 나올 예정이었다. 제자백가 사상가들의 재평가 시리즈는 두 권으로 중동무이되었다. 벌써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나는 너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