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지리의 힘 2

대빈창 2023. 2. 20. 07:00

 

책이름 : 지리의 힘 2

지은이 : 팀 마샬

옮긴이 : 김미선

펴낸곳 : 사이

 

영국의 국제전문 저널리스트 팀 마샬(Tim Marshall)의 지리라는 렌즈를 통해 본 세계의 역사, 정치, 경제, 교역, 갈등과 분쟁, 빈부격차를 다룬 『지리의 힘』 2탄이 7년 만에 나왔다. 1권이 지정학적 거대블록과 지역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개괄했다면, 2권은 다극화된 세계에서 광범위한 파급력을 몰고 올 수 있는 21세기에 발생한 사건과 분쟁을 다루었다.

『지리의 힘 2』는 오스트레일리아 / 이란 / 사우디아라비아 / 영국 / 그리스 / 터키 / 사헬 / 에티오피아 / 스페인 / 우주 등 세계 주요 지역의 지정학적 현실을 30여 개의 지도와 함께 살펴보았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면적 7억7,412만2천㏊로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나라이면서 하나의 대륙이다. 국토의 70%는 사람이 살 수없는 아웃백Outback 지역이다. 이곳에서 미국은 1만1천5백㎞, 남아메리카는 1만3천㎞, 아프리카는 8천㎞, 영국은 1만9천㎞, 남극은 5천㎞,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 뉴질랜드로 2천㎞나 떨어졌다. 저 멀리 남쪽에 동떨어져서 있어 해상 항로가 봉쇄되면 속수무책이었다.

이란의 국경 지대는 카비르 사막과 루트 사막으로 내륙의 황무지를 에워싸고 있는 요새 형국이다. 험준한 산맥과 거대한 사막으로 적이 침공하기도 힘들지만 국민을 통합시키기도 어렵다. 이란은 세계에서 4번째로 석유 매장량이 많고, 천연가스도 2번째로 많다. 1979년 이란 혁명에 성공한 이슬람 시아파는 서방 세력과 타협하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는 종교를 내세웠다. 대양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 호르무즈 해협은 강력한 무기로 작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Sudi Arabia는 토호였던 사우드 가문이 1930년대 영토를 넓히면서 이름을 붙였다. 현재 약 3천5백만명이 사는 이 나라는 1세기 전만해도 2백만명에 불과했다. 아라비아 반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토는 거의 사막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는 미국의 접근을 허용하고 안전을 보장받았다. 오일머니의 역할이 줄어드는 시대 흐름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영국은 바다 덕분에 유럽 본토의 과도한 정치적 혼란과 전쟁, 대학살에서 비켜 서있었다. 영국의 경제적・군사적 힘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단일국가로 통합된 1707년의 연합법(Acts of Union)이었다. 브렉시트로 EU라는 공동의 집에서 나온 영국이지만 지정학적 위치는 여전히 세계 진출에 유리하다. 그리스는 6천 개가 넘는 섬들과 에게해, 지중해, 이오니아해에 둘러싸여 국토 어느 곳도 바다에서 100㎞ 이상 떨어져있지 않았다. 고대부터 그리스는 로마, 비잔티움, 오스만 제국, 영국, 터키, 러시아 등 열강들의 끊임없는 침략과 지배를 받았다.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EU, 러시아, 나토, 어수선한 중동, 그리고 난민들이 야기하는 위치의 교차점에 현재도 서있었다.

터키의 지정학적 위치는 늘 외부세력들의 탐욕스런 시선아래 놓였다. 동서남북 사방팔방으로 향하는 무역선들이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통과해야했다. 동서로 1천6백㎞, 남북으로 5백-8백㎞ 국토의 약 97%는 아시아에 속해 있다. 8천5백만 터키 인구의 50% 이상이 이스탄불 권역 또는 흑해와 지중해가 면한 좁은 연안에 모여살고 있다. 내륙은 3천m가 넘는 산악지역이다. 에르도안 정권의 〈신오스만주의neo-Ottomanism〉는 이웃 나라들과 끊임없는 충돌로 점점 고립되어가고 있다. 사헬Sahel은 사하라 사막과 열대우림 지대 사이의 아프리카 대륙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홍해에서 대서양까지 연결되는 장장 6천여㎞에 달하는 경로를 형성하고 있다. 이 지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으로 지난 몇 년 사이 380만 명의 사람들이 난민으로 삶의 터전을 떠났다. 종족 갈등, 빈곤, 허술한 국경, 폭력적인 정치 세력, 종교적 극단주의, 거기다 기후변화까지 난민은 폭증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군사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1억1천만 명으로 지역에서 가장 정착 인구가 많은 나라였다. 12개의 큰 호수와 9개의 강은 아프리카의 급수탑으로 이웃나라들 대부분에 물을 공급하고 있어 에티오피아의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청나일강 상류의 수력발전으로 성공스토리를 꿈꾸지만 종족 간의 피를 부르는 분쟁과 기근이 발목을 잡고 있다. 스페인은 현재 인구가 4천7백만 명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프랑스에 이어 유럽에서 4번째로 국토 면적이 넓은 나라다. 유럽에서 산지가 가장 많은 국토는 정치적 통합의 어려움으로 중앙집권 국가 형성에 애를 먹고 있다. 이 나라의 지리가 잉태한 카탈루냐, 바스크 등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폭력 분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1500년대 하나로 합쳐졌던 왕국의 미래는 여러 지방정부와 어떤 균형을 유지하는냐에 달렸다.

1961. 4. 12. 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최초의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1969. 7. 12. 미국의 닐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 인간의 발자국을 찍었다. 2011년 3개의 실험실, 6명의 우주비행사 생활공간의 축구경기장 크기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페기 윗슨은 665일 동안 머물렀다. 우주 공간은 정치적 각축장이 되었다. 지구 가까운 우주에 5개의 칭동점이 있다. 지구와 달의 중력효과로 그곳에 정박한 물체는 연료를 쓰지 않고도 제 위치에 머무를 수 있다. 경쟁은 이 지점에서 벌어질 것이다. 저자는 말했다. “현재와 미래에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은 그들의 물리적 배경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어느 나라든 그들의 이야기는 이웃나라들, 바닷길, 그리고 천연자원과 관련된 그 위치에서 시작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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