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죽음의 밥상

대빈창 2009. 4. 22. 20:55

 

책이름 : 죽음의 밥상

지은이 : 피터 싱어, 짐 메이슨

옮긴이 : 함규진

펴낸곳 : 산책자

 

이 책은 철학자 피터 싱어와 변호사이자 농부인 짐 메이슨의 합작품으로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이다. 그들은 전형적인 마트 쇼핑과 육가공식품 애호가족, 유기농 식품과 해산물을 주로 먹는 선택적 잡식주의 가족, 완전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생각하는 식단' 가족을 방문하여 저녁을 함께 먹는다. 이 가족들의 먹을거리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어 식탁에 오르는지를 뒤 쫒는다. 나는 이 땅의 현실이 서글퍼졌다. 그것은 이 책이 강조하고 있는 동물 복지에 대한 윤리 개념 때문이다. 가혹하고 잔인한 동물 학대에 대한 관심은 차치하고라도, 도대체 광우병으로부터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고 유모차를 끌고 촛불집회에 참가한 젊은 어머니들에게 정부는 어떤 대응을 보였는가. 막말로 맛있고 싼 쇠고기를 먹게 해주었는데 왜 지랄(?)이냐고 물대포를 동원하고 몽둥이찜질을 하지 않았는가. 하긴 언제 이 땅이 이성과 상식이 통하였던가. 극우파시즘만 유일하게 뻔뻔한 낯짝을 들이밀고, 체념과 굴종에 중독된 소시민들을 윽박지르고 있지 않은가. 가난한 민중들은 분배에서 소외당하는 21세기적 봉건적 암흑이 무겁게 드리워진 이 땅의 참혹한 몰골. 말이 나온 김에 더 들어가 보자. 선진국에서는 점차 환경과학이 발달하면서 동물 고기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지금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제일의 본질인 환경 피해라는 자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메탄 발생은 육식을 생산하기 위해 사육당하는 소의 트림과 방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통계 수치상으로는 보잘 것 없지만 배건, 즉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점차 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고기를 안먹고 채소를 먹으면 지금도 기아선상에서 허덕이고 있는 가난한 지구촌의 이웃들을 어느 정도 구원할 수 있다는 인류애다. 하긴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식량이 부족하여 인류의 절반이 굶주리는 것이 아니다. 다국적 거대곡물자본의 투기성 장난질로 갖은 자는 더욱 배때기를 불리고, 가난한 자는 굶어죽을 자유 밖에 없는 신자유주의의 파렴치함에 문제가 있다. 하지만 '잘 살아보자'는 경제동물로 타락한 박정희 망령에 사로잡힌 이 땅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마전 타계한 리영희 선생님 말마따나, 돈이 걸린 문제라면 폭력도 불사하지 않는 '정의와 진실'은 고사하고 양심적인 행동은 눈뜨고 찾아볼 수 없는 고약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애국과 민족을 부르짖는다. 그렇다. 이 땅에서 살아 남으려면 갖은 자들을 추앙하고, 아부를 떨어야만 떡고물이라도 챙길 수 있다. 공장식 농장에서 생산된 고기의 비윤리성은 고사하고, 다국적 체인점의 패스트푸드를 꾸역꾸역 입속에 처넣으면서 특권의식을 과시하는 것이 이 땅의 오늘날 모습이다.

 

p.s  빛마루님. 허락도 없이 제가 붙였던 댓글을 다시 끌어 왔습니다.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인류역사를 '동물성 단백질 쟁취 투쟁'이라고 규정했다. 즉 고기에 대한 탐욕은 시간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현재 이 땅은 '구제역'과 'AI 인플루엔자'로 초토화되었다. 참으로 인간은 잔인하다. 살처분, 생매장 등등. 여기서 생매장은 돼지를. 살처분은 덩치가 큰 소에게 독약을 주사해서 굴삭기로 구덩이을 파서 묻는 것을 이른다. 더군다나 소는 반추위로 가스가 찬 위장이 폭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칼이나 낫으로 복부를 찌르고 묻는다. 문제의 본질은 방역이 아니라는데 있다. 분명 구제역 바이러스와 조류 인플루엔자는 먼 옛날부터 지구상에 존재했다. 문제는 인간이 고기에 대한 탐욕이 증가하면서 축산을 '공장식 사육'으로 운영한다는데 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의식이 각성된 사람들이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주의자가 되는 길밖에 없다. 그리고 절대 필요한 고기는 유기농 축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눈물겨운 얘기 하나. 아무리 덩치가 큰 황소도 주사 한방이면 다리가 풀려 땅바닥에 주저 앉는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소 한마리가 3방의 주사를 맞고도 굵은 눈물만 뚝뚝 흘리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안 일이지만 새끼를 밴 어미소였다. 곧 생매장당할 송아지가 가여워 시골 할아버지가 애틋한 심정으로 머리를 손갈퀴로 긁어 주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송아지는 긴 혀를 내밀어 자꾸 할아버지의 손을 핥고 있었다. 지옥의 살풍경은 상상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일 생명이 도축되는 이 땅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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