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인류본사

대빈창 2023. 5. 8. 07:00

 

책이름 : 인류본사

지은이 : 이희수

펴낸곳 : 휴머니스트

 

내가 처음 만난 문화인류학자․중동전문가 이희수(李熙秀, 70)의 책은 『세계문화기행』(일빛, 1999) 이었다. 공저 『이슬람』(청하, 2001)을 잡은 지가 어언 20여 년 저쪽의 세월이었다. 하지만 낯설지가 않았다. 이래저래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저자의 글을 읽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2022년 여름, 저자의 신간이 나왔다. 군립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도서관에 들어온 책은 이사람 저사람 손길을 자주 탔다. 기분좋은 현상에 나는 묵묵히 차례를 기다렸다.

700여 쪽의 제법 두꺼운 부피를 자랑하는 인류본사人類本史의 부제는 ‘오리엔트-중동의 눈으로 본 1만2,000년 인류사’였다. 아나톨리아 반도와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와 인도아대륙,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 반도까지 이슬람 역대 왕조 15개 제국의 역사를 복원했다. 1부의 7개 장은 ‘아나톨리아-바빌로니아-페르시아 1만년의 역사’를 담았고, 2부의 8개 장은 ‘인류 대번영을 이끈 이슬람 문명의 역사’를 다루었다. 200여 장의 컬러 사진은 독자를 현장으로 이끌었다.

아나톨리아 문명은 인류역사의 태동이었다. 괴베틀리 테베(Göbekli Tepe)는 농업혁명이 시작되기 전인 수렵․채집시대인 1만2천년 전 인류 최초의 신전도시였다. 이스라엘의 예리코(Jericho, 여리고)나 아나톨리아 중부의 차탈회위크보다도 약 2,000년이나 앞선 문명이다. 차탈회위크(Catalhöyǖk)는9,500년 전 인류 최초의 고대도시 유적으로 계획도시였다. 선사시대 거주지로 수메르로 대표되는 고대 오리엔트 문명의 어머니였다.

우바이드(Ubaid) 문명(기원전 6750-기원전 3750)은 메소포타미아 남부일대에 형성된 도시 공동체였다. 수메르(sumer)에서 시작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인류 고대문명의 출발이자 중동-오리엔트 5,000년 역사의 굳건한 토대였다. 고古바빌로니아 시대의(기원전 1895-기원전 1595)의 전성기는 함무라비(Hammurabi, 재위 기원전 1792-기원전 1750)의 통치기로 함무라비법전을 제정했다. 카시트(Kassite, 기원전 1595-기원전 1155)왕조는 바빌로니아에 처음으로 말을 이용한 전차를 도입했다. 신아시리아(Neo-Assyrea Empire, 기원전 911-기원전 609)의 수도 니네베(Nineveh)에 세운 아슈르바니팔 도서관은 역사상 최초로 장서를 체계적으로 분류한 도서관이었다. 신바빌로니아(Neo-Babylonian Empire, 기원전 625-기원전 538)의 중심지 바빌론은 세계의 수도로 불릴 만큼 번창했다.

히타이트(Hittite, 기원전 1650-기원전 1180)는 철의 제국이었다. 아나톨리아 평원에서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철기문명의 꽃을 피운 500년 대제국이었다. 히타이트인들이 처음 시도한 철기 제조 기술은 인류에게 새로운 도구 혁신 시대를 열었다. 프리기아(Phrygia, 기원전 1200-기원전 540) 왕국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벌거벗은 임금님 〉과 같은 동화와 〈고르디오스의 매듭〉으로 우리에게 익숙했다.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Achaemenid Persia, 기원전 550- 기원전 330)는 인류역사상 명실상부한 최초의 대제국이었다. 그들이 꽃피운 문명은 이란 지방을 중심으로 수많은 후계국가에 계승되면서 중동-오리엔트 역사에서 페르시아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1,200년간 지속되었다. ‘팍스 아케메네아(Pax Achaemenia)' 즉 '아케메네스 페르시아가 주도하는 평화의 시대' 였다. 기원전 5세기초 다리우스 대제 시절, 페르시아 제국은 부속국가가 23개국에 달했다. 당시 세계 인구의 44%에 해당하는 5,000만 명이 제국 신민이었다.

파르티아(Parthia, 기원전 247- 기원전 224) 제국은 로마제국에 맞서 카스피해-흑해-페르시아만을 장악하고 인류문명의 교통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사산조 페르시아(Sassanid Persia, 224-651)는 동로마제국(비잔티움 제국)과 이웃해서 세계역사를 주도해나간 이란계 제국이다. 기원전 6세기부터 1,200년간 서아시아의 페르시아 문명을 꽃피운 거대한 제국의 마지막 나라였다. 사산조 페르시아의 멸망으로 오리엔트 세계는 이란 민족에서 아랍민족으로 주인공이 바뀌었다.

압바스(Abbasid Caliphate, 750-1258) 왕조는 우마이야를 이은 두 번 째 왕조로 명실상부한 500년 이슬람 제국이다. 이슬람이 세계종교로 확산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학문, 과학, 예술의 절정기를 이끈 무대는 압바스 제국의 수도 바그다드였다. 호라즘샤(Khorazm Shāh, 1077-1231)는 칭기즈칸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란계 튀르크 왕국으로 순니 이슬람 왕조였다.

티무르(Timurid Empire, 1370-1507) 제국은 주도가 사마르칸드로 정치적으로는 몽골 제국의 후계임을, 종족적으로는 튀르크 민족성을, 문화적으로는 페르시아 문화를, 종교적으로는 이슬람을 표방한 독특한 통치체계를갖추었다. 티무르는 몽골에 이어 유라시아 대륙을 석권한 두 번째 세계국가였다. 후(後)우마이야(756-1031) 왕조는 코르도바 이슬람왕조로 다마스커스 우마이야 왕조의 계승자라는 의미였다. 나스르(Nasrid Dynasty, 1232-1492) 왕조는 이베리아 반도에 존속했던 마지막 이슬람 정치세력이다.

사파비(Safavid Dynasty, 1501-1736) 왕조는 압바스 제국에 이어 이란 지방에 들어선 최대 이슬람 국가로 시아파 중 12 이맘파(Twelver)의 사상을 국교로 삼아 통치한 제국이다. 말리(Mail Empire, 1235-1670) 왕국은 가오(Gao)를, 송가이(Songhai Empire, 1464-1591) 왕국은 팀북투(Timbukttu)를 중심으로 유럽의 르네상스 시기에 아프리카에서 수준 높은 문명을 일구며 과학기술의 발전을 주도했다. 젠네 대모스크는 서아프리카 랜드 마크로 말리 왕국의 중심도시 젠네에 세워졌다. 13세기경 세워진 이슬람 대사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진흙벽돌 모스크다. 팀북투의 상코레 모스크안에 세워졌던 상코레 대학은 당시 학생수가 2만5,000명에 달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가운데 하나였다.

오스만(Osman, 1299-1922)은 20세기까지 존속한 인류역사상 최대의 제국이었다. 페르시아 제국, 로마 제국과 함께 ‘세계 3대 제국’이었다. 약 623년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세 대륙을 석권했고, 흑해, 에게해, 지중해, 페르시아만 바다를 독점했으며, 카스피해, 대서양, 인도양까지 영향을 미쳤던 인류 중․근세사를 통틀어 최대의 제국이었다. 아랍어, 이슬람교, 아랍인이라는 공통분모로 단일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던 아랍은 오늘날 22개 개별국가로 분할되었다. 오스만 제국의 와해로 인한 역사적 후유증이다. 무굴(Mughal Empire1526-1857) 제국은 330년 넘게 인도아대륙에 번성했던 이슬람 왕조다. 1526년 중앙아시아 티무르 제국이 멸망한 이후 유라시아 대륙에는 3개의 이슬람 제국이 등장했다. 오스만 제국, 사파비 제국, 무굴제국이 그들이다.

우리는 세계사世界史를 그리스-로마에서 출발해 중세-대항해시대-르네상스-종교개혁-산업혁명-근대문명으로의 귀결로 배웠다. 떡 하나 던져주듯 한 동양사東洋史는 중국사라고 부르는 것이 알맞다. 책은 중양(中洋, 오리엔드-중동)의 눈으로 본 되찾은 인류문명사였다. 저자는 말했다. "지금까지의 세계사는 백인 우월주의와 기독교 중심사상에서 비롯된 왜곡된 시각으로 서양 문명이 근․현대에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중동 문명을 의도적으로 깎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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