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예수라는 사나이
지은이 : 다가와 겐조
옮긴이 : 한승동
펴낸곳 : 서커스
나는 미국의 성서학자·초기 그리스도교 역사학자 바트 어만(Bart. D. Ehrman, 1955 - )의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갈라파고스, 2015)를 2017년도에 처음 만났다. 그리고 출판사 〈갈라파고스〉에서 출간된 『고통, 인간의 문제인가 신의 문제인가』, 『기독교는 어떻게 역사의 승자가 되었나』, 『두렵고 황홀한 역사』를 2021년도에 연이어 잡았다. 나의 한국기독교 비판적 읽기는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민중신학자 김진호로 이어졌다.
책은 버릇이 된 온라인 서적 서핑에서 만났다. 표제 『예수라는 사나이』와 예수 면류관이 연상되는 억센 가시나무 줄기가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가장 독창적인 신학자로 손꼽히는 다가와 겐조(田川建三, 1935- )는 스스로를 ‘신을 믿지 않는 크리스천’으로 신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므로 신을 믿지 않는 크리스천이야말로 진정한 크리스천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르치던 도쿄 국제기독교대학의 채플 예배에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은 신에게 기도한다’는 내용의 설교로 학교에서 추방되었다.
『예수라는 사나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복음서의 의미를 전도시켰다. 신학자들이 묘사하는 예수는 대부분 추상적이고 신학적으로, 육체가 지워진 예수상이었다. 저자는 예수를 역사 속 실존인물로 복구하면서 예수가 속한 사회관계의 그물망으로 읽었다. 다가와 겐조는 초판 후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의 인간은 일생에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도 할 수 있다. 나는 다른 것을 할 여유는 별로 없고, 예수를 그리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을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은 있었다.”(451쪽) 그에게 예수는 종교가 지배하는 사회에 저항한 사나이로 반역자였다. 복음서는 예수를 국가권력에 의해 체포되고 죽임을 당한 지 반세기만에 마구간에서 태어난 순종의 아들로 변모시켰다.
예수는 갈릴래아 지방 호수의 북쪽 도시 카파르나움에서 활동하는 목수였다. 그는 가구, 농구, 어구 등을 만들었을 것이다. 예수의 활동 폭을 보면 농민, 어부들과 일상적으로 접촉하면서 많은 가정에 출입했다. 예수가 행한 기적을 보면 그는 물고기나 호수에서 배타는 일, 농업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다. 갈릴래아 지방의 주요 산업은 농업이었고, 호수의 어업이 경제에 보탬을 주었을 것이다. 목수 예수는 갈릴래아 지방의 서민의 삶을 두루 알고 있던 위치에 있었다.
예수의 생애는 유대의 지배체제, 즉 대사제와 종교 귀족들, 유대교라는 종교와 산헤드린(市議會), 그리고 그들과 연합했던 로마제국 파견 대관들과 군사들의 세계관과 가치관 자체를 부정하고 뒤엎어버린 삶이었다. 저자는 ‘예수의 죽음에 희망이 있다면 죽음 자체 속에서가 아니라 그 죽음에 이르기까지 살면서 활동을 계속한 모습 속에 있다’(447쪽)고 글을 마무리했다. 마지막은 잠언 해석에 있어 타성에 젖은, 나의 뒤통수를 내려친 (마르코 2장 21-22절)에 대한 저자의 글이다.
새 천 조각을 낡은 옷에 대고 깁는 사람은 없다.
새 술을 낡은 가죽부대에 담는 사람은 없다.
‘새 천 조각’의 정확한 번역은 ‘아직 바래지 않은 천 조각’이다. 바래지 않은 천 조각은 오래지않아 오그라든다. 이것을 낡은 옷에 대고 기우면 당연히 오그라드는 힘이 잡아당겨 낡은 옷을 찢는다. ‘새 술’은 발효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낡은 가죽부대를 찢는다. '이것은 결코 단지 새로움과 낡음의 동거를 경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 태어나는 힘, 발효하고 있는 생명력, 생성 과정에 있는 움직이는 힘이 어떻게 낡은 것을 뚫고 나가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410-411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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