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오늘 아침 단어

대빈창 2023. 5. 15. 07:00

 

책이름 : 오늘 아침 단어

지은이 : 유희경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문학과지성사, 2018)을 온라인 서적 가트에 넣었다 빼다를 반복했다. 낯선 시인의 표지그림 컷이 자꾸 눈에 밟혔다. 시간은 흐르고, 시인을 허연의 시선집 『천국은 있다』에서 다시 만났다. 시선집은 허연의 시를 아껴 온 후배문인들이 가려 뽑았는데 그중 한 명의 시인이 유희경이었다. 유희경은 자신의 시적 편력에 영향을 준 선배 시인의 시선집에 발문 「무개화차 같은 시에 부처」를 실었다. 군립도서관에 발걸음을 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인을 검색했다.

반갑게 시인의 첫 시집 『오늘 아침 단어』(문학과지성사, 2011)가 《지혜의숲》에 있었다. 시인 유희경(1980- )은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는 시집 전문서점 《위트 앤 시니컬》의 젊은 주인장이기도 했다. 시집은 1부, 현재 23편, 2부, 청년 20편, 3부, 소년 20편 시기의 이야기 구성으로 63편의 詩를 담았다. 해설은 문학평론가 조연경의 「최초의 감정」이다.

 

바깥이란 얼마나 흐릿한 것인가 오늘, 처럼 쓰기 쉬운 단어가 또 있는가 누군가의 냄새, 누군가의 감촉, 누군가가 놓고 내린 체온 이 우스운 일들을 얼마나 반복해 뒤집어야 하는지

 

「오늘의 바깥」(42-43쪽)의 마지막 연이다. 표제를 딴 詩나 구절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구나. 시인의 말은 “수십 개의 단어와 한 사람을 동시에 떠 올리는 일 / 나는 아직도 이런 일을 생각한다.”였다. 문단에서는 시인을 "다른 젊은 시인들처럼 이미지의 극단이나 그로테스크한 상징을 사용하지 않고, 익숙한 언어로 익숙한 감정을 묘사한다. 일상을 세련하며 먹먹한 슬픔, 그 통증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평했다.  마지막은 시인의 등단작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12-13쪽)의 1연이다.

 

1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 이 안은 비좁고 나는 당신을 모른다 / 식탁 위에 고지서 몇 장 놓여 있다 / 어머니는 자신의 뒷모습을 설거지하고 / 벽 한쪽에는 내가 장식되어 있다 / 플라타너스 잎맥이 쪼그라드는 아침 / 나는 나로부터 날카롭다 서너 토막 나는 / 이런 것을 너덜거린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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