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의 나무가 천연기념물 제304호인 '볼음도 은행나무'입니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는 모두 21그루입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인 소나무가 25그루로 제일 많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한번은 볼음도에 건너 갑니다. 그러니깐 주일에 한번은 꼭 이 나무를 대면하니, 나의 삶에서 가장 친근한 나무이기도 합니다. 잎이 울창한 것으로 보아 이 사진은 여름에 찍은 것 같습니다. 뒤편 왼쪽의 모로누운 나무는 새끼나무가 아니라 소사나무입니다. 거대하고 울창한 은행나무 그늘아래 용케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진의 오른편에 10만평 넓이의 너른 볼음저수지가 펼쳐집니다. 볼음도 은행나무가 지금처럼 무성하고 우람해진 원인은 바로 이 저수지에 있습니다. 예전에는 바닷가에 자리잡아 짠기에 시달리던 나무는 영양부족으로 비실거렸답니다. 저수지가 축조되고나서 풍부한 담수를 가까이하자 건강해진 것 입니다. 제방 너머가 바로 바다입니다. 그러기에 볼음저수지에는 참게가 많습니다. 바다와 담수를 회유하는 참게에게는 천혜의 자연환경인 셈 입니다. 볼음도라는 지명 유래에는 임경업 장군의 일화가 서려 있습니다. 장군이 명나라에 원병수신사로 출국하던 중 이 섬 부근에서 풍랑을 만나 보름을 체류하였다 합니다. 처음에는 둥근달을 보았다하여 만월도라 하였는데, 뒤에 발음 그대로 '볼음도'라 불렀다는 유래가 전해집니다. 이 나무는 1982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800년전(고려시대) 큰물 때 바다에 떠내려오던 것을 건져 심은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 큰물에는 후에 천연기념물로 자라날 아기나무는 고사하고, 서울시민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가 떠내려와 그물에 가득 걸리는 바람에 섬주민들은 울상을 짖습니다. 나무는 높이 24.5m, 밑둥둘레 9.7m, 가슴높이 8m로서 이 땅의 노거수가 그렇듯이 마을의 당산나무였습니다. 정자나무, 당산나무가 마을의 전통신앙의 중심에서 점차 교회에 그 자리를 내주둣이 볼음도 은행나무도 같은 길을 밟았습니다. 언젠가 저는 그 흔적을 보았습니다. 꺼진 촛불과 흘러내린 촛농 그리고 과일 서너개가 나무 밑둥에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아들을 낳게 해 달라는 치성의 흔적입니다. 기자신앙의 성물로 대접받는 거시기가 나무에 매달려 있었던 것 입니다. 어떤 이는 이 거시기가 바로 은행나무가 숫놈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그럴듯하게 너스레를 떨기도 합니다. 그 거시기가 바로 유주(乳柱) 입니다. 특별하게 은행나무에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아마! 3억년 전 고생대에 지구에 출현한 '살아있는 화석'인 은행나무의 오랜 진화의 결과물일 것 입니다. 유주는 가지에서 땅 쪽으로 마치 종유석처럼 자라난 돌기 입니다. 공기 중에 숨쉬는 기근(氣根)의 일종 입니다. 그 생김새가 남근이나 여성의 젖가슴처럼 생겼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재미로 '거시기'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힌트는 '볼음도 은행나무'는 숫나무입니다. 그림찾기 퀴즈가 되었습니다. 제 눈에는 또렷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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