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봉구산자락에 앉았습니다. 단층집 옥상 슬라브는 봉구산을 오르는 진입로와 높이가 비슷합니다. 뒤울안의 경사면은 화계花階로 꾸몄습니다. 마당에서 계단을 내려서면 텃밭입니다. 텃밭은 대략 40여 평으로 대빈창 해변으로 향하는 언덕을 깎아 석축을 쌓았습니다. 언덕을 오르며 우리집을 바라보면 영락없이 이층집입니다. 1층 3칸은 창고로 농기구와 퇴비포대 그리고 진돗개 트기 느리가 한 칸을 집으로 삼았습니다.
김포 통진에서 서해의 작은 외딴 섬 주문도로 삶터를 옮긴 지 15년이 흘렀습니다. 2007년 여름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화장 유골을 봉구산 아름드리나무 밑에 가매장 했습니다. 초겨울 이삿짐을 옮기고 다음해 봄, 산림조합의 나무시장에서 3년생 모과나무를 들여왔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버지를 모셨습니다. 그리고 와비석(臥碑石)에,
안셀모 김〇〇 / 2007. 8. 28(음) / 자연으로 돌아가시다
비문을 새겼습니다. 벌써 7주기가 다가옵니다. 누이동생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무시장에서 사 온 3년생 매화나무를 텃밭으로 내려서는 계단 옆에 심었습니다.
모니카 김〇〇 / 매화 꽃그늘 아래 잠들다 / 2016년 11월 24일 졸
와비석에 새겨진 비문입니다. 마당에 접한 석축의 텃밭 가장자리는 우리집 수목장 묘역이 되었습니다. 5.5 어린이날 / 5. 8 어버이날 / 5. 15 성년의 날․스승의 날. 기념일이 몰려있어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아버지, 누이동생께 막걸리 한 잔 올려야겠습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봄, 나무시장에서 2년생 자두나무 묘목을 들여와 석축 앞에 심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내 무덤자리구나.”
올 봄, 자두나무가 몇 송이 꽃을 피워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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