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죽음에 대하여
지은이 : 유용주
펴낸곳 : 도서출판 b
시인 유용주(劉容珠, 1959- )는 1991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시인은 30여 년 동안 시집 여섯 권, 산문집 다섯 권, 장편소설 두 권을 상재했다. 내가 잡은 시인의 첫 책은 산문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솔, 2000)였다. 그리고 시인의 마력적인 글에 빨려 들어갔다. 그동안 시집 네 권, 산문집 네 권이 나의 손에 들려졌다. 『마린을 찾아서』(한겨레, 2001), 『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 보고』(한겨레, 2009)는 장편소설이다.
『죽음에 대하여』(2020)는 시인의 첫 소설집이었다. 시인은 2000년 『실천문학』 가을호에 단편소설 「고주망태와 푸대자루」를 발표하며 소설 겸업을 선언했다. 나는 시인의 첫 단편소설을 잡으며 얼마나 킬킬 거렸던가. 시인(고주망태)과 절친 소설가 한창훈(푸대자루)의 서산 시절 이야기였다. 새벽에 깬 못 말리는 주당들이 해장술 가게가 열기를 기다리면서 그리고 해장술을 푸며 시인이 털어놓은 가족사였다.
소설집은 소설 등단작을 비롯해 여덟 편이 실렸다. 「디오게네스」는 시인의 신혼 초 월세 10만원의 달방부터 전세, 17평교사 관사, 전원주택 전세방을 전전하는 악전고투의 기록. 「콩 볶는 집」은 시골 카페 미모의 40대 미혼 여자 주인과의 인연이 악연으로 변질되고, 「오래된 사랑」은 군 입영을 앞두고 고향을 찾은 시인과 초등학교 동창의 동생이면서 3년 후배 직행버스 안내양과의 풋사랑 이야기였다.
나머지 다섯 편의 소설은 가족 연작이다. 「검정 구두」는 행방불명된 작은 형 호연을 찾아 용산역 노숙자, 경기 일원 양계장을 찾아 헤매었다. 고향집 마루 밑에서 찾은 오래 된 검정비닐 구두는 작은 형이 아버지 생일날 선물로 사온 구두였다. 「불」은 시인이 10년 나이차가 나는 막내 동생에게 전화로 들려주는 끔찍하게 곤궁했던 어린 시절의 가족사였다. 「호줏기」는 띠동갑 큰형 호준의 인생역정을 그렸고, 여기서 ‘호줏기’는 발이 빠른 큰 형의 어릴 적 별명이 호줏기(호주 전투기)였다. 「황산벌」은 시인의 처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절대음감의 소유자 장인이 대표로 있으면서 재능기부하는 실버악단의 이름을 시인이 '황산벌'이라고 지었다. 악단은 20여년간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
시인은 왜 소설집 표제를 ‘죽음에 대하여’로 하였을까. 소설마다 시인 가족의 죽음이 동반되었기 때문일까. 갈 데까지 간 가난한 삶의 고단함이 주는 비애가 씁쓸했다. 소설가 김종광은 발문 「곰 시인과 호랑이 소설가」의 시작에서 말했다. 시인 유용주는 두 가지 문체를 구사한다. 대부분의 산문에 쓰인 용주체는 우리말의 독특함과 가락을 절묘하게 혼합하여 박상륭체와 이문구체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다른 하나는 대부분의 시에서 쓰인 명확하고 단호하고 호방하고 간결한, 야수의 절규와도 같은 야수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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