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고맙습니다

대빈창 2023. 9. 5. 07:00

 

책이름 : 고맙습니다

지은이 : 올리버 색스

옮긴이 : 김명남

펴낸곳 : 알마

 

『편두통』(1970), 『깨어남』(1973), 『나는 침대에서 다리를 주웠다』(1984),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1985), 『목소리를 보았네』(1989), 『화성의 인류학자』(1995), 『색맹의 섬』(1997), 『엉클 텅스텐』(2001), 『오악사카 터널』(2002), 『뮤지코필리아』(2007), 『마음의 눈』(2010), 『환각』(2012), 『온 더 무브』(2015), 『고맙습니다』(2016).

 

뇌신경학자․작가 올리버 색스(Olver Sacks, 1933-2015)의 책들이다. 이중 군립도서관․작은도서관에 열권의 책이 비치되어 있었다. 『고맙습니다』는 내가 잡은 세 번째 책으로 그의 마지막 저서였다. 여든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올리버 색스가 죽음을 앞두고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4편의 에세이를 모았다. 한 편의 분량이 10쪽이 채 안되어, 전체 분량은 62쪽 얇은 책자였다.

「수은Mercury」, 여든 번째 생일을 앞두고 그는 꿈을 꾸었다. 거대하고 번들거리는 수은덩어리들이 오르락내리락 했다. 수은의 원소기호는 80번이다. ‘사후에도 존재하리라는 믿음이 (혹은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혀 없다. 그저 친구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남길 바라고, 내가 죽은 뒤에도 내 몇몇 책이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기를” 바랄 뿐이다.’(18쪽)

「나의 생애My Own Life」,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예순다섯 살에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하루 만에 짧은 자서전을 쓴 뒤 ‘나의 생애’라고 제목을 붙였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29쪽)

「나의 주기율표My Periodic Table」, 매주 〈네이처〉, 〈사이언스〉 같은 과학 잡지가 도착하면 곧장 물리학 관련 기사를 펼치는 것이 큰 재미였다. 이제 물리학과 생물학에서 등장할 무수한 돌파구들을 보지 못하는 것이 슬프다. 금속을 사랑하는 사람조차 눈길을 주지 않는 회색 금속 비스무트를 나는 각별히 좋아한다. 비스무트는 83번 원소다. 나는 83번째 생일을 맞을 것 같지 않다.

「안식일Sabbath」, 자신의 삶과 가족들을 다시 한번 묵묵히 되돌아보며 죽음을 받아들였다. ‘안식일, 휴식의 날, 한 주의 일곱 번째 날, 나아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일곱 번째 날로 자꾸만 생각이 쏠린다. 우리가 자신이 할 일을 다 마쳤다고 느끼면서 떳떳한 마음으로 쉴 수 있는 그날로.’(56쪽)

올리버 색스는 2015년 8월 30일 82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2005년 진단받은 희귀병 안구흑색종이 간으로 전이되었다는 사실을, 그는 2014년 12월에 알게 된다. 「수은」은 2013년 7월, 여든 살 생일을 앞두고 썼고 , 나머지 세 편은 죽음을 앞두고 쓴 글들이었다. 마지막 에세이 「안식일」을 쓰고 보름이 지난 뒤 그는 눈을 감았다. 우리말로 그의 책 10여권이 번역되었다는 사실과 그 책들이 손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모두 빌릴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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