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서평가의 독서법

대빈창 2023. 9. 20. 07:00

 

책이름 : 서평가의 독서법

지은이 : 미치코 가쿠타니

옮긴이 : 김영선

펴낸곳 : 돌베개

 

미치코 가쿠타니(Michiko Kakutani)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1998년 비평분야 퓰리처상을 수상한 문학비평가․서평가다. 『서평가의 독서법』의 원제는 'Ex Libris'로 장서를 뜻했다. 그녀는 30여 년 동안 〈뉴욕타임스〉에 서평을 써왔고, 이 책에 실린 모든 글들도 재수록한 것이다. 서평은 대부분 한 권의 책을 이야기하지만, 일관된 주제 아래 여러 권을 묶은 글들도 있다. 서평 대상은 고전부터 당대의 소설, 산문, 회고록, 기술․정치․사회분야 논픽션까지 다양했다.

사회와 감정의 세부를 낱낱이 들여다보는 열추적 장치와도 같은 눈을 가진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의 『아메리카나Americanah』(2013)에서, 유럽대륙이 제2차 세계대전에 휘말리는 참상에 대한 소름끼치는 회고록,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의 『어제의 세계The World of Yesterday』(1942)까지 99편의 글은 2-5쪽으로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의미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코미디언․영화감독 저드 애퍼타우, 큐리오시티 화성착륙 나사 팀을 이끈 공학자 애덤 스텔츠너, 양 농장주 제임스 리뱅크스, 영국 신경외과의사 헨리 마시)이 수 년 간의 훈련과 수습과정에 대해 쓴 「일과 직업에 관하여」가 유일하게 9쪽 분량이었다.

나의 리뷰는 낯설지 않은 작가와 책에 대해서 짧게 언급한다. 스스로 GOAT(스포츠 분야의 역대 최고 선수)라고 떠벌인 무하마드 알리에 관한 책들. 20세기 나치독일과 스탈린 체제의 소련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상기시킨,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1951).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픽션들』(1944). 전체주의 체제의 예시豫示,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1947). 오랜 규칙과 확실성이 사라진 세계를 노래한 T.S. 엘리엇의 『황무지』(1922). 미국 독립전쟁과 건국시대를 되살려 낸 조지프 J. 엘리스의 책들. 미국 건국자들이 민주주의 주춧돌로서 확립시킨 제도(논문, 연설집).

‘테러와의 전쟁’에 투입된 군인들의 적나라한 전쟁경험을 담은 데이비드 핀켈의 전쟁문학. 아메리칸드림이 가져다 준 약속과 실망,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1925). 『마담 보바리』의 창작 과정을 보여주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편지. 시나트라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윌 프라이드월드의 『시나트라! 노래가 바로 당신입니다: 한 가수의 예술』(1995).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1970).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10년에 걸친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2017). 역사의 궤적이 정의로 기울게 한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연설.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읽어야 할,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의 창작론』(2000).

민주주의 실패와 독재자의 집권을 다룬 책들. 인간들이 스스로 초래한,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여섯 번째 대멸종』(2014).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에 관한 책들. 19세기 중반 아파치족과 멕시코인을 학살해 그 포상금을 노리는 머리 가죽 사냥꾼들에 관한, 코맥 맥카시의 『핏빛 자오선』(1985). 읽을 때마다 울림과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놀라운 역작, 이언 맥큐언의 『속죄』(2001). 미국문학이 가진 현기증나는 가능성을 요약해 보여 준, 허먼 멜빌의 『모비딕』(1851). 흑인 미국인의 일상생활에 지속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기록한, 토니 모리슨의 소설. 탐색하는 지성과 언어재능으로 연설에 활력을 불어넣은 버럭 오바마.

빅브라더의 절대통치 전체주의 국가에 대한 이야기, 조지 오웰의 『1984』(1949). 피카소의 이웃친구였던 존 리처드슨의 피카소 전기. 해리 포터 시리즈를 통해 자체의 규칙과 전통과 역사를 가진 세계를 창조한 J. K. 롤링. 독립 이후의 인도 역사에 대한 초현실주의 우화, 살만 루슈디의 소설. 좀 더 인간적인 새로운 의학을 주장한 올리버 색스의 책들. 무인도에 난파될 경우 가져가고 싶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극들. 19세기 영국문학에서 가장 획기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 다양한 미국인들을 인터뷰한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미국정신을 통찰한 알렉시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1, 2(1835, 1840). 반 고흐의 예술로 안내하는 가장 중요한 지침서,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노예제로 인한 인간이 치른 끔찍한 대가를 그린 강렬하고 환상적인, 콜슨 화이트헤드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2016).

서평가는 말했다. “정치와 사회의 분열로 쪼개진 세계에서 책은 시간과 장소를 가로질러, 문화와 종교 그리고 국경과 역사 시대를 가로질러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저자의 첫 책, 날카롭고 해박한 정치․문화비평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를 군립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