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식물문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지은이 : 허태임
펴낸곳 : 김영사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은 경북 봉화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보전연구실 연구원이다. 2017년 5월 출범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고산지역 산림생물자원을 수집․보존․전시․활용하여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책은 식물분류학자가 사시사철 풀草과 나무木를 따라가며 얻은 기록들을 엮었다. 출간되마자 군립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하고, 1년 만에 손에 펼쳤다. 3부에 나눠 30꼭지의 글을 담았다. 추천사를 쓴 낯익은 네 분이 반가웠다. 나무박사 박상진, 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 나무학자 이유미, 시인 박준.
1부 ‘식물분류학자의 일상다반사’는 거문도 동쪽 해상 5㎞ 떨어진 무인도 대삼부도의 깎아지른 절벽에서 일본 고유식물 섬진달래를 국내에서 처음 확인. 봄꽃맞이 거제도 백서향․변산반도 변산바람꽃. 강원 양구 펀치볼Punch Bowl마을 얼레지․지장나물․왜우산풀․는쟁이냉이······ 산나물 인연. 철쭉(머뭇거릴척躑, 머물거릴촉躅)은 약간의 독성이 있는 철쭉을 뜯어먹은 양들이 비틀대는 모습을 본 중국 유목민이 붙인 이름. 천질월이天叱月伊-하늘의 식물이 밤에 핀다는 뜻에서 ‘하늘달이’에서 이름 유래. 향유香薷의 체내에서 확인된 정유精油 성분은 70여 종류. 낙지다리는 꽃과 열매가 산낙지를 뒤집어놓은, 쇠무릎은 줄기의 마디가 소의 무릎처럼 툭 불거진 모양. 1930년 일제강점기 나카이 다케노신이 조선 토착식물로 발표한 검팽나무는 풍게나무와 동일한 종. ‘바이오블리츠’는 생물다양성 탐사 대작전으로 과학 참여 활동.
2부 ‘초록의 전략’은 나무의 눈은 혹독한 겨울환경을 견디기 위한 생존전략. 수국의 꽃색깔은 산성과 염기성 땅에 사는 곤충의 꽃가루받이 치밀한 전략. 우리나라 사람들의 세간살이에 빠지지 않는 싸리나무. 천선과나무에서 꽃을 달고 월동하는 기능적수그루, 이른 봄에 핀 꽃을 잘라보면 절반은 수꽃․절반은 암꽃. 식물의 내과피는 대부분 목질부를 형성하는 ‘리그닌lignin'이지만, 팽나무의 내과피는 ’아라고나이트aragonite'라는 광물질. 부추속 식물의 매운맛은 ‘알리인alliin' 성분. 귀화식물은 외래식물 중에 도입된 시기가 오랜 식물. 약 4억5천만년전에 물에 살던 녹조류가 진화해 육지의 삶을 개척한 식물이 이끼. 1902년 서울에서 처음 발견된 서울개발나물은 1967년 멸종된 것으로 추정됐으나 44년만에 낙동강 배후습지에서 발견. 새순이 날 때까지 마른 잎을 달고 있는 감태나무, 한반도와 일본의 감태나무는 무수정결실로 암그루 홀몸으로 종자결실.
3부 ‘초록을 위하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모데미풀은 한반도의 1000미터 이상 높은 산의 500미터 이상의 깊은 계곡에서 자란다. 1964년 강원 월정사에서 발견된 이래 자취를 감춘 낭독狼毒을 2020년 강원 어느 깊은 산중에서 찾아냈다. 댕강나무는 영월, 단양, 제천의 석회암지대에서 자라는 한반도 고유식물. 울릉도에서 성인봉의 한쪽 사면을 덮을 만큼 숲을 이룬 우리나라 고유식물 우산마가목. 살구꽃보다 훨씬 이쁜 꽃자루가 길어서 가지와 거리를 두고 나부끼는 개살구꽃. 바닷물이 닿은 석호 가장자리에만 사는 갯봄맞이는 우리나라 멸종위기식물. 척박한 산지의 바위지대에만 뿌리를 내리는 상록의 꼬리진달래. 감국․산국․구절초․쑥부쟁이는 있어도 들국화라는 이름의 식물은 지구상에 없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침엽수보전위원회(IUCN SSC)가 파악한 전세계 침엽수 615종에서 34퍼센트에 달하는 211종류가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발표. 인간이 자본 앞에 맹목적이거나 일방적일 때 자연은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낳는다.
식물분류학자는 자신을 ‘초록草綠 노동자’로 규정했다. 한 권의 책을 접했지만 젊은 학자의 글에 매료되었다. 벌써부터 다음 책이 기다려졌다. 나는 그녀의 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지구라는 별에서 자신의 서식지를 지키는 일에 가장 서툰 생물은 아마도 인간일 것”(2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