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슬픔의 방문
지은이 : 장일호
펴낸곳 : 낮은산
온라인서적에 들어갔다. 《시사IN》 기자의 첫 에세이에 필이 꽂혔다. 표지그림이 눈길을 끈다. 손정민의 〈The woman wearing onyx necklace〉였다. 군립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했다. 예상치 않게 책을 찾는 이가 의외로 많았다. 기분 좋은 현상이었다. 나의 차례를 기다렸다. 1년여의 시간의 흘러갔다. 기자는 여성이었다. 나는 이름을 보고 단순하게 남자로 생각했었다. 책은 ∣들어가며∣ ‘슬픔의 자리에서 비로소 열리는 가능성’과 3부에 나뉘어 22꼭지의 글, ∣추천의 말∣은 소설가 김애란의 ‘책의 말이 허물어지는 자리에서’로 구성되었다. 소설가는 . “인생의 예기치 않은 사건 앞에서, 책 속의 말이 다 무너지는 걸 목도하고도 ‘다시 책 앞에 선 사람의 이야기’로 읽혔다.”고 썼다. 『슬픔의 방문』은 자살 유가족, 성폭력 생존자, 암 환자로 살아왔고 살아 갈 슬픔에 대한 기록이었다.
1부 ‘문장에 얼굴을 묻고’는 유서 한 장 없이 스물아홉에 청산가리로 자살한 아버지, 기자는 다섯 살, 남동생은 세 살, 엄마는 스물일곱으로 시다를 거쳐 식당 주방 찬모로 남매를 키웠다. 짝궁은 소개팅 상대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로 ‘책선물’을 주고받았다. ‘한 사람의 독서목록이야말로 그 사람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31쪽) 단골술집 카페 공드리의 9년은 기자가 지나온 9년이기도 했다.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람들 틈에 앉아 있는 게 좋았다. 편모 가정, 사글세 지하, 상업계고 진학, 가출한 남동생을 찾기 위해 조퇴. 외할머니의 중환자실 입원은 자루 째 오던 옥수수와 박스째 오던 감자가 멈췄고, 김장김치가 오지 않았다. 엄마는 홀로 남매를 키우려고 싸구려 월세방과 밤샘영업식당 일자리가 즐비한 ‘신길동 텍사스촌’과 이웃한 골목으로 이사 왔다. 샤이니 종현의 죽음. ‘무언가를,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굉장한 재능 중 하나다. 꼭 그만큼 삶이 깊어지고 넓어진다.’(83쪽) 열 살 때 겨울방학, 낯선 아저씨의 성폭력 미제사건. 뒤늦게 들어간 대학의 교양수업은 부천 성고문 사건의 권인숙 교수.
2부 ‘우리는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반려묘 ‘아니’의 입양, 어릴 적 다친 뒷다리 골절 기백만원 수술비용으로 만기 가까운 적금을 깨는데 아깝지 않았다. 짝궁은 비정규직 공무원, 가족수당 4만원을 타려면 결혼 증명 문서 제출.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사건’, 내 뒤에 오는 여성들이 나보다는 덜 울퉁불퉁한 길을 걷기 바라게 됐다. 한국 개신교는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며 ‘위기’를 느꼈고, 정치와 공생을 도모했다. ‘결혼’이 ‘착취’의 동의어가 아니라는 가능성을 펼치는 여자들. 지하철 리프트 추락사, 10명 중에 1명은 장애인이다. 1 들이 말하는 세상은 야만적. 무턱대고 《시사IN》 정기구독을 신청하고 구독료가 하염없이 밀렸던 가난한 대학생은 인턴을 거쳐 공채 2기로 입사.
3부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 앞에서’는 《시사IN》은 삼성관련 기사를 몰래 삭제한 사장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여 파업하다 생긴 매체. '예쁜 보지pretty pussy'가 유입 검색어 1위인 나라. 우리 일은 기본적으로 사건과 사람에서 출발한다. 누군가에게 빚지지 않고 쓸 수 있는 기사는 없다. 기사란 대부분 누군가의 불행과 불편에서 출발한다. 가난을 내 세대에서 끊어 낼 방법은 비출산.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위헌 소송에서 헌법불일치를 결정. 아픈 몸은 내 자존감을 끊임없이 시험, 여덟 차례에 걸친 항암과 방사선, 수년에 걸친 약물치료. 투병의 가장 괴로운 일 중 하나는 내가 아프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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