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맹꽁이의 아지트

대빈창 2023. 7. 4. 07:00

 

저 건너 신진사申進士 집 시렁 위에 청동청정미靑銅靑精米 차좁쌀이

씰어 까불어 톡 제친 청동청정미 청자좁쌀이냐

아니 씰어 까불어 톡 제친 청동청정미 청자좁쌀이냐

아래대 맹꽁이 다섯 우대 맹꽁이 다섯

동수구문東水口門 두 사이 오간수五間水 다리 밑에

울고 놀던 맹꽁이가 오뉴월五六月 장마에 떠내려 오는

헌 나막신짝을 선유船遊배만 여겨 순풍順風에 돛을 달고

명기명창名妓名唱 가객歌客이며 갖은 풍류風流 질탕跌蕩하고

배반盃盤이 낭자狼藉하여 선유船遊하는 맹꽁이 다섯 ~ ~ ~

 

 

1910년부터 불린 맹꽁이 타령은, 당시의 사회상과 민중의식을 재미있게 표현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 민족과 친근하기 그지없었던 맹꽁이는 현재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2급 야생생물이다. 맹꽁이는 낮에는 논둑이나 밭둑, 산기슭에 뒷다리로 굴을 파서 숨어있다, 밤에 먹이활동을 벌이는 야행성이다. 한가롭고 적요한 서해의 작은 외딴섬에 살면서도 맹꽁이를 실제로 보기 힘든 이유였다. 장마철이 돌아오면 떼창을 벌이는 녀석들의 울음소리를 듣고서야 맹꽁이를 떠올렸다.

나의 산책코스는 빗살무늬토기 바깥 선을 따라가는 형국이다. 토기의 꼭지점에 해당하는 삼거리는 작은 숲이 형성되었다. 작은 숲은 봉구산 능선 한줄기 끝자락이 용케 살아남았다. 참나무가 주종이고, 아까시나무와 소사나무 소나무, 찔레, 청미래덩굴이 제법 울창하게 그늘을 드리웠다. 봉구산의 가느다란 두 능선이 나란히 대빈창 해변으로 향하면서 형성된 골짜기가 연못골이다. 현재 골짜기는 작은 둠벙과 계단식 논으로 이용되었다. 숲에 바짝 붙어있던 논 한 필지가 묵정논이 된 지 20여년 시간이 흘렀다.

작은 숲을 가로지르는 옛길에 이웃한 묵정논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천이가 진행되었다. 물억새, 수양버들, 골풀, 수크령······. 이 바닥을 메웠고, 논둑의 버드나무는 제법 덩치를 자랑했다. 주문도의 장마는 6월 25일 시작되었다. 26일 43mm의 폭우가 쏟아지자, 맹꽁이들은 물이 고인 묵논에 모여들어 합창을 시작했다. 맹꽁이는 이름처럼 ‘맹~꽁’하고 우는 것이 아니라, 고음 소유자가 ‘맹~~’하고 울면, 다른 녀석이 ‘꽁~~’하고 운다고 한다. 수컷 맹꽁이가 암컷 맹꽁이를 찾기 위해, 울음주머니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18일 점심산책까지 요란하던 녀석들의 울음소리가 저녁산책에서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더 이상 맹꽁이 울음을 들을 수가 없었다.

6월 29일 54mm의 비가 하루종일 퍼부었고, 6월 30일 새벽까지 2mm가 더 내렸다. 30일 이른 아침, 대빈창 해변에서 골안개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안개비를 맞으며 산책에 나섰다. 다시 맹꽁이들의 떼창이 요란했다. 주문도의 허공을 녀석들의 울음이 가득 채웠다.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 대빈창 해변을 벗어나자 녀석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거리는 무려 200m 이상 떨어졌다. 이제 사나흘 장맛비가 주춤할 것이다. 점심산책에서 대여섯 마리의 울음만 들리더니, 저녁 산책부터 고요했다. 이제 짝짓기가 끝난 것인가. 비가 오면 묵정논에 다시 맹꽁이들이 나타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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