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풍수잡설

대빈창 2023. 10. 31. 07:00

 

책이름 : 풍수잡설

지은이 : 최창조

펴낸곳 : 모멘토

 

7-8년 동안 침묵했던 풍수지리학자 최창조(崔昌祚, 1950 - )는 2005년 두 권의 에세이집(모멘토 刊)을 내놓았다. 『닭이 봉황되다』와 『풍수잡설』.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나는 다시 책을 들었다. 1부 ‘다시 바람과 물의 길에 들어서서’는 저자가 지리학을 공부하게 된 배경과 풍수와의 인연 등 인생살이에 대한 산문 9편을 담았다. 2부 ‘역사 속의 천도’는 풍수가 유토피아 지향의 민중적 혁명사상임을 역사 속에서 살핀 3편의 글을 실었다. 3부 ‘완벽한 땅은 없다’는 풍수지리학자의 서울 답사기행 10편의 글을 모았다.

1부, 외진 산골 경기 가평 설악 위곡리는 어린 시절 무의식에 그려 준 공간의 전형적 이미지. 풍수는 자연의 지리학이라기보다 인간의 지리학. 공주 명당골 할아버지의 말씀 “결국 자본이 명당 아니겠소”는 돈만 있으면 어디라도 명당을 만들 수 있지 않느냐는 의미. 풍수란 한반도의 풍토에 어울려 살아가면서 쌓아올린 우리 겨레의 땅에 관한 지혜. 풍수는 땅의 질서와 인간의 논리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문제점과 갈등 속에서 어떤 합치점을 찾고자하는 전통적인 지리학. 북파 공작원 4,000위 위패가 봉안된 충령각忠靈閣은 음랭한 기운 속에 홀로 우뚝 솟아있는 양명한 땅陰中陽地. 권력과 돈의 유혹에 중독되어 자신과 세상을 망치는 사람들. 소위 운동권 출신들이 자리에 연연해 고통 받는 국민들의 딱한 현실.

2부, 청와대 터는 경복궁의 내맥이 내려오는 길목으로서 풍수상 반드시 땅을 훼손치 말고 보호해야만 하는 곳. 일본인들이 식민통치기간 의도적으로 총독관저를 지어 모욕을 가한 것. 2004년 충남 공주 연기로의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풍수지리학자는 아홉 가지 이유를 들어 ‘천도 불가론’ 주장. 파주 교하交河는 평지룡平地龍의 땅으로 통일 수도의 입지가 될 수 있는 땅. 고려의 풍수는 중생을 제도하는 성격이 강했으나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산소․집터를 봐주는 음택풍수陰宅風水로 변질.

3부, 서울의 주산 북악은 창덕궁에 대해서는 상극이고 경복궁은 북악에 대해서 상극, 그 사이에 있는 운현궁은 수水에 해당. 운현궁은 계절로 겨울, 방위는 북쪽으로 땅기운은 거세고 음습. 주한일본대사관 건물터는 조선왕조 정궁인 경복궁의 내명당수內明堂水와 주산 북악의 왼쪽 기슭의 뭇물이 합쳐지는 합수의 땅 바로 맞은편. 서울 익선동은 오랜 옛날부터 명당으로 관심을 끌던 곳으로 세자 책봉까지 되었으나 22살에 죽은 문조, 후사 없이 23세에 죽은 헌종, 33세에 죽은 철종이 태어난 곳. 천주교 서울 순교 성지터 새남터․절두산․서소문 공원의 삼각형 중심에 선 공덕성당은 배꼽omphalos의 상징성. 낙산 청룡사는 공민왕의 폐비, 영창대군의 명복, 사도세자의 원혼, 단종의 왕비 정순왕후의 애끓는 사랑 등 한으로 도배된 절. 서울 망우리 공동묘지는 강원 백운산에서 발원한 한북정맥이 한강을 만나며 스러지는 언저리에 자리한 명당. 동작동 국립묘지 터 잡기에 동원된 풍수. 국립묘지 내의 진혈眞穴은 조선왕조 11대 중종의 후궁이자 선조의 할머니되는 창빈 안씨의 묘소. 전두환․노태우의 집이 있는 연희동은 태종 이방원의 노년 불안감이 조성한 이궁 연희궁에서 이름이 유래, 피비린내를 풍기며 왕위에 오른 인물.

풍수지리학자는 말했다. “일반적으로 명당이라고 하면 전원을 생각하기 쉬운데 도시 주택도 의미를 부여해서 정을 가지면 그곳이 명당입니다. 이게 바로 자생풍수 이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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