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대빈창 2023. 11. 8. 07:30

 

책이름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지은이 : 나오미 클라인

옮긴이 : 이순희

펴낸곳 : 열린책들

 

캐나다 출신의 저널리스트․작가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 53)은 『쇼크 독트린The Shock Doctrine』(2007)로 귀에 익었다. 그녀는 시민운동가로 기후정의 조직 《더 리프The Leap. org》의 공동 설립자였다. 언론저술 활동으로 인권․평등에 기여한 공로자에게 수여하는 시드니 평화상을 2016년에 수상했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자본주의 대 기후』(2016)는 인류 최대의 현안인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응하는 전 지구적 차원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나는 게으르게 7년이 흐른 지금, 책을 펼쳤다. 800쪽에 가까운 두꺼운 부피의 책은 3부 13개장으로 구성되었다.

저자가 5년 동안의 취재․집필 끝에 2014년 완성된 책은 가후 변화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역학을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대중 사이에 만연한 기후변화 부정론, 대형 주류 환경단체와 채취 산업 다국적 기업의 커넥션, 탄소거래제의 참담한 실패, 세계 각지의 기후전선에서 더러운 에너지 채취 산업에 맞선 블로카디아Blockadia 운동 ╺ 노천 채광이나 브래킹 가스 채취, 타르 샌드 오일 송유관 등 채광 및 가스 채취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국경을 초월한 충돌의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심해지는 지대 등을 종횡무진 추적했다.

책이 나온 시점에서 지구 온도는 섭씨 0.8도 상승했다. 1970년대 가뭄, 홍수, 폭염, 산불, 폭풍 등 자연재해가 656건 발생했다. 2000년대 들어 자연재해는 무려 다섯 배나 많은 3,654건으로 급증했다. 30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였다. 내가 책을 잡은 현 시점, 지구 온도는 섭씨 1도 상승했다. 0.8도가 올랐어도 이 정도였는데, 기후학자들의 97퍼센트에 달하는 의견은 섭씨 2도의 임계점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년 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이마저도 선진공업국이 매년 8-10퍼센트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때 이뤄질 수 있는 목표다.

1988년 『타임』지가  ‘올해의 행성’이라는 표제로 밧줄에 꽁꽁 묶인 지구를 게재한 이후 국제사회는 30년 이상, 기후변화 이슈를 논의했다. 1992년 각국 정부는 브라질 리우에서 1차 UN 지구 정상회의를 열고 〈UN 기후변화 협약UNFCCC〉에 서명했다. 1997년에 온실가스 감축을 설정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다.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년 동안 90회가 넘는 공식 회의를 했다. 그뿐이었다. 줄곧 협상만 했지 이끌어낸 결과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저자는 명료했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인식을 퍼뜨리는 정치집단과 그 집단을 후원하는 자본가들이 녹색경제로의 이행을 막고 있다.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세뇌되어 우리 안에 깊숙이 뿌리내린 채취주의extraactivism 사고방식이 문제였다. 자본주의가 바뀌지 않는 한 기후 문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

화석연료 기업들은 적게는 연간 7,750억 달러에서 많게는 1조 달러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으며, 모든 지구인이 공유하는 대기를 무상 쓰레기 처리장으로 이용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버텨주는 공공 부문의 민영화,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와 공공지출의 삭감은 탄소배출량을 낮추기 위한 기후 행동과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생명이 살아가는 유일한 행성 지구가 아마겟돈을 마주할 날이 멀지 않았다. 여기서 부자들은 풍족한 돈을 이용해 광포한 날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대비책을 세우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자연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석유 및 가스 기업들이 큰 이윤을 남기는 이유는, 자신들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청소하는 데 드는 비용을 세계 전역의 보통 사람들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이미 확보한 석유, 가스, 석탄 매장지는 2,795기가톤(1기가톤은10억톤)의 탄소를 품고 있다. 기온 상승을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하려면 2049년까지 태울 수 있는 최대 탄소량은 565 기가톤이다. 2,795기가톤은 565기가톤의 다섯 배다. 다국적 기업을 거의 모든 규제에서 해방시킨 세계화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1퍼센트에서 3.4퍼센트로 치솟게 했다.

1990년대 석유산업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막심한 피해를 입은 곳은 나이지리아 니제르 델타지역이다. 석유를 채취하면 다량의 천연가스가 생성된다. 다국적 기업들은 돈을 아끼려 천연가스에 불을 붙여 화염으로 연소시켰다. 가스를 이용하는 기간 설비가 건설되었다면 나이지리아 전 국민의 전력수요가 충족되고도 남았다. 거대한 화염기둥이 치솟아 오르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나이지리아 전체 발생 총량의 40퍼센트에 이른다. 타르 샌드 유전에서 원유 1배럴을 생산하는데 물 2.3배럴이 소모된다. 엄청난 물 소비로 타르 샌드 유전과 정제 설비 주변에는 우주에서도 보이는 거대한 폐수 저수지들이 만들어졌다.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1백년에서 2백년에 걸쳐 대기 중에 머무른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의 지구적 재난은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경제 원동력으로 사용해 온 선진국들의 책임이다.

저자는 말했다. “디스토피아에 이르는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의 길을 벗어나지 않고 질주를 계속하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탄소가 아니라 자본주의였다. 탄소 배출의 원인은 자본주의적 생산 시스템과 생활방식이다. 기후행동이 물질 만능주의와 채취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화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고, 평등주의와 공동체주의로 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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