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신강화학파 12분파

대빈창 2023. 11. 9. 07:30

 

책이름 : 신강화학파 12분파

지은이 : 하종오

펴낸곳 : 도서출판 b

 

강화학파江華學派 정제두의 학문은 중국의 양명학과 다른 조선적 양명학을 완성했다. 하곡의 학문은 아들 정후일을 비롯한 가학 형태로 계승되었다. 이후 근대적 사상의 강화학은 정인보·박은식·신채호 등 한말 일제하의 민족사상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이긍익의 <연려실기술>, 이시원의 <국조문헌>, 이건창의 <당의통략>은 자료 가치가 높은 역사서이며, 이광사의 <오음정서>, 유희의 <언문지> 등은 우리 언어에 대한 과학적 연구서다. 강화학파는 민중적 성격을 더욱 발전시켜 일제강점기 민족주의자들의 이념을 형성하는 사상적 토대로 작용했다.(다음백과에서 발췌)

강화학파의 태두 하곡霞谷 정제두(鄭濟斗, 1649-1736)의 묘가 양도 하일리에, 조선의 마지막 대학자 영재寧齋 이건창(李建昌, 1852-1898)의 생가 명미당(明美堂)이 화도 사기리에, 묘가 양도 건평리에 있다.

시집은 1975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하종오 시인의 30권 째 시집이었다. 나의 손에 펼쳐진 시인의 시집은 고작 다섯 권이었다. 다섯 권의 시집 중 한 권이 『신강화학파』(도서출판 b, 2014)였다. 군립도서관을 검색했다. 다행스럽게 시인의 시집 대부분이 비치되었다. 연작시집 두 권 『신강화학파 12분파』, 『신강화학파 33인』을 대여했다.

 

들개와 들고양이와 고라니와 참새와 까치와 왜가리와

지렁이와 개구리와 붕어와 꿀벌과 매미와 개미가

 

첫시 「신강화학파 12분파 서설序說」(12-13쪽)의 2연에 등장하는 12분파分派 동물들이다. 시인은 말했다. “농촌에서 주민들과 만물이 제각각의 기운으로 산다. 서로 무너뜨리거나 서로 일으켜 세우고, 홀로 무너지거나 홀로 일어난다. 동물들은 그것을 아는 것 같다.”(5쪽) 텃밭에서 고구마 줄기를 먹던 고라니. 시인이 가는 곳마다 떼를 지어 다가오는 참새. 길직리 이규보 유택에서 수시로 몰려다니는 까치. 이규보 옹을 찾아가는 시인을 밤에도 보고 짖어대는 들개. 잡꽃들이 피었다고 시인에게 알려주는 꿀벌. 이규보 옹이 연 시회詩會에서 떼지어 소리를 지르는 매미. 시인이 이랑을 뒤집어엎었더니 중얼거리는 지렁이. 사기리  이건창 생가 안마당을 줄지어가는 개미. 논둑에 들어선 시인을 보고 떠들어대는 개구리. 언 물속에 보글보글 소리를 내는 붕어. 시인의 질문에 먼 산을 향하는 왜가리. 집 모퉁이를 어슬렁거리는 들고양이.

근래 하종오 시집의 해설을 도맡아 쓰고있는 신예 문학평론가 홍승진은 해설 「동물의 목소리로 발견되는 단독성」에서 “사람들이 아무리 정치와 경제의 제도에 얽매이고 지배 권력의 이데올로기에 맞추어 살더라도, ······. 아무리 인간들을 지배하는 권력이 강하더라도 여전히 나는 너와 다르다. 이러한 대체 불가능성이 단독성(singularity)"(172쪽)이라고 했다. 마지막은 「자드락길가 집에서 쓰는 반성문」(94-95쪽)의 일부분이다.

 

일생 하는 일마다 허점투성이였고 / 그걸 바로잡는 일에 일생을 썼는데 / 정작 그 일이 허점으로 남았다는 걸 / 자드락길에 다다라서야 알았다 / 하필이면 마지막 머물기로 선택한 곳이 / 외따로 지어진 작은 집, / 나무들을 울타리로 삼은 조립식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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