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명품의 탄생
지은이 : 이광표
펴낸곳 : 산처럼
낯선 저자의 프로필을 보니, 그동안 문화재의 가치와 매력을 소개한 글을 써왔다. 『명품의 탄생』의 부제는 ‘한국의 컬렉션, 한국의 컬렉터’로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컬렉션의 역사와 대표적인 컬렉터들의 삶을 통해, 컬렉션의 진정한 의미와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7부에 나눠 41편의 글을 담았다.
조선 전기의 대표적 인물, 세종의 셋째아들 비해당匪懈堂 안평대군은 안견에게 「몽유도원도」(1447년, 38.6x106.2㎝, 일본 덴리대학 소장)를 그리게 한 장본인이다. 그는 단순한 컬렉터가 아니라 안견 작품 36점을 소장한 후원자였다. 17세기의 대표적 컬렉터는 선조의 열두 번째 아들 인흥군의 장남 낭선군 이우로 시와 서예에 능했던 에술인으로 서화를 수장했다. 각종 비문의 탁본을 모은 『대동금석서大東金石書』, 역대 명필들의 글씨 서첩 『동국명필東國名筆』, 조선전기 대표 화가들의 작품을 망라한 『해동화첩海東畵帖』.
조선후기 18세기는 완상玩賞과 수집벽 열풍의 시대였다. 문인화가․평론가 담헌湛軒 이하곤李夏坤(1677-1724)의 책을 수장․보관했던 만권루萬卷樓, 그림을 보관한 완위각宛委閣. 장서가 실학자 서유구徐有榘(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선비관료 심상규沈象奎(1766-1838)의 서화골동을 보관한 가성각嘉聲閣. 18세기 최고의 컬렉터는 중인 출신의 거부 석농石農 김광국金光國(1727-97), 『석농화원石農畵苑』은 자신의 소장품을 화첩으로 묶어 정리하고 짧은 평문을 실었다. 상고당尙古堂 김광수金光遂(1699-1770)는 겸재 정선, 관아재 조영석, 현재 심사정 등 당대의 일급 화가들과 교유하며 작품을 주문. 사천槎川 이병연李秉淵(1671-1751)은 겸재 정선과 60년 지기, 한강 일대 풍경을 사실적으로 아름답게 포착한 그림 33점과 사천의 시가 붙은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 중인 여항문인의 동호회 벽오사碧梧社의 맹주 유최진柳最鎭(1793-1869). 19세기 역관으로 활약한 중서인 계층의 대표적 수장가 역매亦梅 오경석吳慶錫(1831-79). 약포藥鋪를 운영하는 의원, 문인화에 빼어난 서화가, 그림을 파는 화상畵商, 「계산포무도溪山苞茂圖」, 「매화초옥도梅花草屋圖」의 고람古藍 전기田琦(1825-1854).
1905년 초대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고려청자 수집광으로 청자 도굴의 배후인물, 고려고분 2천여기가 파헤쳐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오타니 컬렉션은 일본 교토京都의 명찰 니시혼간지西本願寺의 주지 오타니 고즈이가 1902년 9월부터 191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중앙아시아를 탐험하며 약탈해온 중앙아시아 유물가운데 1,400여점. 오구라 컬렉션은 1964년 5월 27일 발견된 일본인 사업가․컬렉터 오구다 다케노스케小倉武之介(1870-1964)가 살던 저택에서 발견된 142점의 문화재 유물. 20세기를 대표하는 언론인․서화가․전각가․서화이론비평가․컬렉터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1864-1953)은 민족정신의 발로로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 연구, 창작, 고서화 수집.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 간송미술관의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1906-1962). 연합군 공습 도쿄의 후지스카 지카시 자택에 100일을 드나들며 머리를 조아려 「세한도」를 되찾아온 소전素筌 손재형孫在馨(1903-81). 한국․중국․일본의 고서화 100여점과 이를 전시할 진열관 건립 비용을 경성제국대학에 기증한 다산多山 박영철朴榮喆(1869-1939). 민족의식이 강한 미술인으로 일제강점기의 대표적 컬렉터․미술상 우경友鏡 오봉빈吳鳳彬(1893-1945?).
호암湖巖 이병철李秉喆(1910-1987)의 1982년 개관한 호암미술관은 국내의 사립공공미술관 최고의 컬렉션. 국보 8건 16점, 보물 44건 49점 등 3대사립미술관(삼성미술관 리움, 간송미술관)의 호림미술관 호림湖林 윤장섭尹章燮(1922-2016). 화정和庭 한광호韓光鎬의 탕카(티베트 불화) 컬렉션은 세계 최고 수준 9천점을 보관.
1974년 3월 국립중앙박물관에 362점의 문화재를 기증한 최초의 다량 기증자 의사 컬렉터 수정水晶 박병래(1903-1974). 1981년 2월, 30년 넘게 수집한 문화재 명품 4,941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동원東垣 이홍근李洪根(1900-80).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를 비롯한 50여년 동안 수집한 문화재 8,400여 점을 인천시에 기증(송암미술관까지) 송암松巖 이회림李會林(1917-2007). 국보급 보물급이 즐비한 179점의 문화재를 고향 사천과 가까운 국립진주박물관에 보관한 두암斗庵 김용두金龍斗(1922-2003). 오사카 초대영사․재일교포사업가․경제학자로 평생모은 한국도자기 301점, 중국도자기 50점, 집까지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 기증한 이병창李秉昌(1915-2005). 가장 많은 국보․보물을 기증한 『성문종합영어』의 저자 송성문 선생. 15년동안 모았던 기와와 벽돌(와전) 1,875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유창종 변호사. 한국전통기와 1,085점, 1,301점을 기증한 이우치 부자.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소전에게 건넨 추사 김정희 연구자 후지스카 지카시와 아버지의 추사관련 자료 2,700여점과 추사 연구비 200만엔을 경기 과천시에 기증한 아들 후지스카 아키나오(1912-2006).
故 수정水晶 박병래 선생은 말했다. “나는 도자기와 함께 지내온 내 인생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조상들이 만든 예술품을 혼자만이 가지고 즐긴다는 일이 죄송스럽기도 했다. ······. 내가 몇 십 년 동안 도자와 함께 지내던 마음을 이제부터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줄 수 있다면 나는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지금 나는 과년한 딸을 정혼定婚한듯 한 기쁨에 넘쳐 있다.”(241쪽)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강화학파 12분파 (0) | 2023.11.09 |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0) | 2023.11.08 |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 주지 않는다 (0) | 2023.11.03 |
화가의 우연한 시선 (1) | 2023.11.02 |
풍수잡설 (1) | 2023.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