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바다, 바닥을 드러내다

대빈창 2011. 2. 23. 01:27

 

 

 

2월 19일 토요일 우수, 음력 정월 열이레. 저조(11:45)-53. 2월 20일 일요일 음력 정월 열여드레, 저조(12:27) -58. 저는 지금 물때달력을 보고 있습니다. 토요일은 8물, 일요일은 9물 입니다. 위 사진은 주문도 선창에서 바라 본 석모도 앞바다 정경입니다. 물이 가장 많이 빠진 시간대입니다. 달력의 물때 시간은 인천항 기준이라 여기 주문도 시간으로는 대략 30분경 늦추어 계산하면 됩니다. 그러니깐 이 사진은 토요일 12시경 찍은 사진입니다. 물이 들고나는 수위도 여름과 겨울이 다릅니다. 여름에는 밤물이 많이 들고나고, 겨울에는 낮물이 많이 들고 납니다. 雨水인 19일 토요일은 1년중 낮에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날입니다. 저도 감(물이 가장 많이 썬 시점에서 물이 들기까지 잔잔한 시기)때보다 1시간 이르게 포대와 카메라를 주머니에 챙겨 바닷가에 나섰습니다.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바다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손에는 작은 그물망이나 비닐주머니가 들렸습니다. 겨우내내 구경도 할수 없었던 바다 생것들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축제로 가장 유명한 것이 진도 영등살입니다. 음력으로 2월 그믐에서 3월 보름까지 회동마을과 모도 사이 바닷길이 열리는 '자연의 신비'를 체험하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듭니다. 하지만 제가 살고 있는 주문도와 앞섬인 아차도는 연결되지 않습니다. 키낮은 등대가 밑뿌리까지 드러냈지만 그 옆에 여객선 삼보12호가 바다에 떠 있습니다. 그만큼 아차도쪽 바다는 깊습니다. 그러고보니 삼보12호도 망중한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동안 물속에만 잠겨있던 여가 오늘 모습을 드러내자 턱주가리를 부렸습니다. 분명 뱃직원들은 소라나 벌떡게를 쏠쏠하게 잡았을 것 입니다. 점심은 당연히 해물라면이 되었겠지요. 옆짚 할머니는 이런 우스개 소리를 하셨습니다. '오늘은 소라나 벌떡게가 새해 인사를 나오는 날이라고.' 하긴 그렇습니다. 작년 가을 망둥어 낚시로 바다 비린 것을 맛보고는 이제야 날이 풀리면서 소라, 조개류, 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 겨울은 특히 얼음이 나는 바람에 굴을 못 쪼아 할머니들께서 몸이 더욱 굼실 거렸을 것 입니다.

사리 물때라 빠른 속도로 물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러고보니 빙하기 때 제가 살고있는 서도의 섬들은 한남정맥의 산줄기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섬들간의 해협은 당연히 계곡입니다. 그 계곡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1년에 한번 섬들은 먼 옛날을 되새기며 자신의 몸중 가장 깊숙한 부위를 '해에게 보여주고' 있는것인지도 모릅니다. 빠르게 흐르는 계류에서 뛰놀던 열목어가 떠나간 자리에 바닷물이 밀려 들며 농어, 숭어, 망둥어, 병어, 밴댕이와 소라, 고둥, 벌떡게, 피조개, 상합과 '썩어도 준치'가 삶의 텃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생것들을 좀 잡았느냐고요?' 헛탕만 치고 말았습니다. 토배기의 고견으로는 '날이 너무 포근해서 그렇다는군요.' 오히려 날이 차야 돌밑으로 벌떡게나 소라가 숨어 든다고 합니다. 하긴 주문도 앞바다는 너무 얕은 것이 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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