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개를 위한 노래
지은이 : 메리 올리버
옮긴이 : 민승남
펴낸곳 : 미디어창비
당신은 / 살아가면서 / 이보다 더 경이로운 걸 / 본 적이 있어? // 해가 / 모든 저녁에 / 느긋하고 편안하게 / 지평선을 향해 떠가서 // 구름이나 산속으로, / 주름진 바다로 / 사라지는 것- / 그리고 아침이면 // 다시금 / 세상 저편에서 / 어둠으로부터 미끄러져 나오는 것. / 한 송이 붉은 꽃처럼
메리 올리버(Mary Oliver, 1935-2019)의 「기러기」의 부분이다. 시인의 대표시를 나는 문학평론집을 뒤적이다 두세 번 만났다. 시인은 여든세 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스물여섯 권의 시집과 일곱 권의 산문집을 남겼다. 1984년 퓰리처상을, 1992년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단연코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시인“이라고 인정했다. 시인은 ‘인간과 자연 세계의 연결성을 기민하게 감지하며 조화로운 삶을 노래’했다고 평가받았다. 그녀는 예술가들의 고장 프로빈스타운에서 날마다 숲과 바닷가를 거닐며 시를 쓰는 소박한 삶을 살았다.
군립도서관에서 시집을 검색하다 시인의 이름을 발견하고 책을 대여했다. 물론 시 「기러기」를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시집은 인간과 개의 특별한 유대를 찬양하는 서른다섯 편의 시와 산문 한 편을 담았다. 시인이 평생을 함께 한 반려견들의 그림이 실렸다. 폐차장 흙바닥에서 태어난 사냥개 루크, 블루리지에서 데려 온 유기견 벤자민, 19세기 영국 시인의 이름을 딴 퍼시, 쿠바 출신의 세계를 떠돌아다닌 리키, 목줄을 끊고 울타리를 기어오르는 새미, 그리고 베어, 블도그 헨리, 리키의 친구 린다, 바닷가에서 만난 루시 등은 시인 삶의 최고의 동반자이자, 자연 안내자였다.
「시 선생」(37쪽)은 대학은 시인에게 시를 가르칠 새 강의실을 마련했다. 하지만 개를 데려올 수 없다는 말에 시인은 대학과 다시 협상하여 낡은 건물의 낡은 강의실로 옮겼다. 강의실 문은 열렸고, 물 한 그릇을 갖다놓았다. 개들은 물을 마시고 학생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학생들도 무척 좋아했다. 시인은 산문 「개 이야기」에서 말했다.
“개는 야생성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고, 그건 우리에게도 득이 된다. 야생성은 우리의 고향이기도 하며, 우리의 걱정거리와 문제가 가득한 현대로 질주해 들어오면서 우리가 지키거나 복구할 수 있는 근원과의 훌륭한 연결 장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85쪽)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 시 「시작은 이렇지」(10쪽)의 전문이다.
강아지는 강아지는 강아지 / 그 강아지는 아마도 바구니 안에 /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있겠지. / 그러다 조금 자라면 순수한 / 갈망 덩어리가 되는 거야. / 그게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 그러다 누군가 그 강아지를 안아 들며 말해, / “이 아이 데려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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