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오래된 연장통

대빈창 2024. 1. 16. 07:30

 

책이름 : 오래된 연장통

지은이 : 전중환

펴낸곳 : 사이언스북스

 

광고인 박웅현의 『여덟 단어』를 통해 책을 알게 되었다. ‘남녀 간의 소통을 쉽게 해주는 책’에 끌려 급히 손에 넣었으나 이제 손에 펼쳤다. 내가 잡은 책은 증보판으로 군립도서관에서 대여한 『본성이 답이다』, 『진화한 마음』에 이어 진화심리학자의 세 번째 책이었다. 부제가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로 요리, 유머, 쇼핑, 음악, 종교, 정치, 도덕, 스포츠, 반려동물, 기억, 체취, 전통의학, 저출산, 근친상간······등 서른세 편의 이야기를 진화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았다.

인간의 마음은 우리의 진화적 조상들이 수백만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부딪혔던 여러 적응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자연선택이 설계해 낸 수많은 다양한 심리 기제의 묶음. 한 개체가 평생 동안 낳은 자식수-번식성공도의 분포 형태에서 찾을 수 있는 남성과 여성의 서로 다른 심리의 진화. 모두 가까운 혈연들 사이에서 유전자의 이익을 넓히고자 행해지는 동물 사회의 이타적 행동. 집단 내의 동일성과 집단 간의 차이를 가리키는 개념으로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는 문화. 과거에 병원균이 득세했던 수준은 각국이 집단주의 지수와 정비례했고 개인주의 지수와 반비례.

잘 살아남기만 하는 개체보다는 잘 살아남아서 자손을 많이 퍼뜨리는 개체를 고르는 자연선택. 인간의 웃음은 200-400만년전 아프리카 초원의 조상들이 어쩌다 만난 안전하고 배부른 상황에서 심신의 스트레스를 풀고 기분 좋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자고 다른 이들에게 보내는 사회적 신호. 우리의 음식선호와 회피 기제는 독소와 병원균은 피하면서 에너지원과 영영소를 취하려는 지상과제. 음식물 속의 세균과 곰팡이를 죽이는 향신료를 일종의 항균제로 요리에 곁들이게 진화. 우리 인류는 선사 시대의 조상들이 수백만년동안 생활해 온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 대해 선천적으로 끌리게끔 진화.

어떤 경관이건 그 안에 물만 있으면 미적 쾌감을 느끼는 데는 오랜 시간 물이 부족했던 사바나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우리 인류의 원초적 기억. X-선 촬영결과 다른 암컷 일꾼들보다 허리의 척추골이 더 길어-생식관이 확장되어 많은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진 ‘진사회성’ 포유류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여왕. 문학작품 안에서 보편적인 인간 본성이 그 작품의 시대적, 문화적 특수성에 비추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분석하는 다윈주의 문학비평. 자식에게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는 상대를 더 까다롭게 고르기 위한 여성의 가임기는 곧 발정기. 인간만이 불을 사용하는 법을 터득하면서 체외 기생충 온상이었던 털이 퇴화된 유일한 벌거벗은 유인원.

가을단풍은 알을 낳으려는 곤충들에게 보내는, 나무의 철저한 경계 태세를 알려주는 신호. 도덕성은 우리의 조상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여러 적응적 문제들을 풀고자 선택된 보편적인 심리 기제의 산물. 각각의 지역에 고유한 생태적, 문화적 환경에 알맞은 도덕심. 생활 속의 규칙적인 리듬에서 쾌락을 느끼게끔 우리의 마음이 설계되었고, 잘 정제된 음악은 훨씬 더 큰 쾌락을 제공. 종교는 자연선택이 인간의 마음을 세속적인 생존과 번식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게끔 설계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떠안아야 했던 부대비용. 자연적으로 생기는 해로운 돌연변이로 치부하기에 너무 높은 대략 1-10%의 동성애자 빈도.

아득한 과거에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진화적 조상의 생존과 번식을 좌우했던 문제들에 관련된 정보들을 더 잘 기억. 저출산 현상이, 높은 부모 투자가 요구되는 현대사회에서의 적응적 산물이라는 가설. 인간 유아를 닮은 반려동물의 생김새에 자동적으로 반응하여 반려동물을 먹이고 재워준다는 가설. 스포츠는 똑똑한 지능과 건강한 신체를 공개적으로 과시함으로써 이성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연 ‘구애 의식 이론’. 향수 선호는 MHC(주 조직 적합성 조직체) 유전자형에 따라 결정되어 극심한 개인차가 존재. 현존하는 영장류의 자기치유 행동처럼 약제 식물을 활용해 질병을 다스렸을 초창기 인류의 조상.

전체 수컷의 짝짓기 총 횟수는 전체 암컷의 짝짓기 총 횟수와 항상 동일하다는 ‘피셔 조건’. 여성이 자식을 돌볼 때 남성은 여러 상대와의 짝짓기에 열심이라는 당연한 현상 아래에 깃든 복잡한 진화생물학적 논리. 배우자를 둘러싼 남성들의 위험한 행동적, 생리적 전략으로 더 높은 남성들의 사망률. 근친 간의 성관계를 통한 자손은 생존능력이 매우 떨어져, 가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지 않게 만드는 심리 기제의 진화. 무임승차자를 처벌하는 사람들이 무임승차자를 내버려두는 사람들보다 생존과 번식에 더 유리. 운이 나빠서 양을 적게 획득한 사람에게 자원을 기꺼이 나누어주려는 심리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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