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모비딕 1․2
지은이 : 허먼 멜빌
옮긴이 : 황유원
펴낸곳 : 문학동네
『모비 딕』을 ‘의미의 무한한 원천’의 자리를 두고 개인과 신이 벌이는 장엄한 투쟁으로 해석한 휴버트 드레이퍼스․숀 켈리의 『모든 것은 빛난다』를 읽고 더 이상 미룰수가 없었다. 내가 잡은 『모비 딕』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3․184권이었다. 1권이 514쪽, 2권이 538쪽으로 부피가 만만치 않았다. 출판사는 작가 탄생 200주년이 되는 2019년, 황유원 시인의 완역으로 새 버전을 내놓았다. 옮긴이가 낯익었다. 시인은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첫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민음사, 2015)는 제34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나는 번역가를 7-8년 전 시인으로 만났었다.
나의 독서 편식은 문학도 예외일 수 없었다. 정서상 몰입이 쉽지 않다는 나만의 핑계를 대며 외국소설을 멀리했다. 지금도 그보다 나을 것은 없지만 그 시절, 나의 무지는 상대를 찾기 쉽지 않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주인공이 사투를 벌여 잡은 물고기를 ‘흰 고래’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 1권을 열자, 고래의 어원과 발췌문이 먼저 등장했다. 그리고 1장 ‘어렴풋이 드러나는 것들’의 첫 문장은 ‘나를 이슈미얼로 불러달라.’였다. 그렇다. 이슈미얼은 소설을 끌고 나가는 작품의 화자話者였다. 『모비 딕Moby Dick』은 향유고래의 공격으로 난파된 에식스호의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에이해브 선장의 포경선 피퀴드호와 흰 고래 '모비 딕' 사이의 대결을 거대하고도 웅장한 비극으로 형상화한 미국 문학의 걸작․멜빌의 대표작이다.
본문 135장, 에필로그는 우현 쪽 뱃머리를 모비 딕의 이마에 들이받힌 피퀴드호는 침몰한다. 부력으로 떠오른 식인종 이교도 퀴퀘크의 관을 붙들고, 하루 밤낮을 떠돈 끝에 이슈미얼은 유일한 생존자로 살아남았다. 여기서 ‘피퀴드’라는 이름은 17세기 청교도의 무자비한 학살에 멸종된 아메리카 원주민의 한 부족에서 따왔다. 그리고 포경선의 구조, 옮긴이의 해설 「거대한Moby 문학이 전하는 진실의 힘」, 허먼 멜빌의 연보로 마무리를 지었다.
『모비 딕Moby Dick』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1819-1891)이 1851년 여섯 번째로 발표한 장편소설이었다. 발표당시 백과사전식 묘사, 생소한 형식, 난해한 서술 등으로 혹평을 받았다. 멜빌이 죽기 4년 전에 소설은 아예 절판되었다. 그러나 그가 죽은 후 ‘멜빌 부흥Melville Revival'을 거쳐 작품은 재평가를 받게 된다. 멜빌 탄생 100주년인 1919년 평론가 레이먼드 위버가 『네이션』에 『모비 딕』을 극찬한 것을 계기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허먼 멜빌은 에드거 앨런 포, 너새니얼 호손과 함께 19세기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혔다. D. H. 로렌스는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기이하고 놀라운 작품 가운데 하나”라고.
소설에서 ‘겨우 6인치짜리 칼날로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은 곳에 숨겨진 고래의 생명을 빼앗기 위해 마구잡이로 덤벼든 선장’(1권 347쪽) 에이해브의 광기, 반대편에 서있는 포경선 피퀴드호에서 유일하게 이성적인 인물이 일등항해사 스타벅이다. 대중들은 세계적인 커피체인점 ‘스타벅스’로 귀에 익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커피는 제3세계 노동자들의 임금착취로 악명 높다. 새 버전으로 소설을 완역한 황유원 시인은 “어떻게 보면 사람의 삶이라는 게 영원히 쉬지 못하고 노력만 하다 죽는 것인데, 포경선에서의 작업은 인생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는 면에서 현대인도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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