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남해, 바다를 걷다
지은이 : 고두현
펴낸곳 : 민음사
1부 - 물미해안, 앵강만, 금산 산장, 촛대바위, 금산 상사바위, 다랭이마을
2부 - 바래길(섬노래길, 앵강다숲길, 화전별곡길), 물건 방조어부림, 독일마을
3부 - 노도櫓島(서포 김만중 유배지)
4부 - 곰칫국, 남해산 유자, 중현초등학교, 구운몽길
5부 - 상주중학교 뒷산 공동묘지, 서면 정포리 우물마을, 물메기국
6부 - 금산 까마귀, 흔들바위 산감나무, 남해 금산 쌍홍문
7부 - 지족해협 죽방렴, 남해 마늘, 남해 화방사, 은점마을, 노량해협
시편을 읽어나가다 되는대로 긁적인 남해도하면 떠오르는 지명과 문화재, 먹거리 등이다. 낯익은 시인이었다. 하지만 표제 ‘남해’에 이끌려 처음 시선집을 잡았다. 시인은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유배시첩 - 남해 가는 길」로 등단했다. 시선집 『남해, 바다를 걷다』는 그동안 시인이 펴낸 시집의 수록된 작품 가운데 남해도를 주제로 삼은 시를 선별해 묶은 시선집이었다.
시인은 말했다. “남해는 고향이자 문학적 모성의 원천”이라고. 7부에 나뉘어 ‘남해 연가’ 67편이 실렸다. 발문은 시인 윤성학의 「남해 여행, 물미해안에서 읽은 편지」다. 표지그림의 유자만 보고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앞뒤 표지의 아홉 개의 유자는,
“큰 집 뒤따메 올 유자가 잘 댔다고 몃 개 따서 너어 보내니 춥을 때 다려 먹거라.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 일도 안 잇것나. 사람이 다 지 아래를 보고 사는 거라 어렵더라도 참고 받다시 몸만 성키 추스르라”
「늦게 온 소포」(80-81쪽)의 3연이다. 어머니는 큰 집에서 얻은 유자 아홉 개를 오래된 장갑 버선 한 짝 해진 내의까지 동원해 겹겹이 포장해 소포를 보내왔다. 서투른 손글씨 편지가 함께 했다. 유자나무는 몇 그루만 있어도 아들을 대학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하여 ‘대학나무’라고도 불렀다. 남해의 섬들에 가면 가장 흔하게 눈에 뜨이는 나무였다.
나에게 남해도는 인연이 닿지 않는 섬이었다. 머리속의 여행지로 ‘남해도’를 첫 손가락에 꼽았지만 천리 길 먼 길이 나의 게으름에 무게를 더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나의 발길은 남해도에 두 번 닿았다.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 강화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 남해도로 가는 길은 정말 멀었다. 두 시배로 섬을 떠나 남해도의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자정이 한 시간 전이었었다. 급히 문상을 마치고 밤을 패서, 북으로 달리니 먼동이 터오며 떠났던 섬에 도착했다.
오래전에 ‘세월호’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돌아오는 길에 마음먹고 남해도로 향했다. 금산 보리암으로 향하면서 길가 식당에서 갈치조림으로 허기를 다스렸다. 무거운 마음은 낯선 여행지의 풍광이 다가오지 못했다. 길을 틀어 삼천포항으로 빠져 소주잔을 기울였다. 하루 묵던 방의 창문으로 지족해협의 죽방렴이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은 「한여름」(83쪽)의 전문이다.
남녘 장마 진다 소리에
습관처럼 안부 전화 누르다가
아 이젠 안 계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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