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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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빈창 2024. 1. 24. 07:30

 

책이름 : 다른 방식으로 보기

지은이 : 존 버거

옮긴이 : 최민

펴낸곳 : 열화당

 

시인 허연의 시대를 이끈 지성인들의 명문장을 이야기한 에세이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와 몇 권의 책에서 존 버거(John Berger, 1926-2017)가 자꾸 눈에 띄었다. 존 버거는 영국 런던 태생의 화가․소설가․미술평론가로 우리 시대의 행동하는 지성인이었다. 72년 소설 『G』로 세계3대 문학상의 하나인 〈부커상〉을 수상했다. 상금 절반을 흑인운동단체 〈블랙팬서〉에 기부했다. 그는 중년 이후 알프스 산록에서 농사를 지으며 작가의 삶을 살았다.

아! 나의 아둔함이여. 늦었지만 독서여정에 뒤늦게나마 존 버거가 뛰어든 것은 행운이었다. 군립도서관을 검색했고, 여섯 권의 책이 떠올랐다. 미술사 연구자들의 필독서로 손꼽히는 책을 처음 펼쳤다. 옮긴이가 눈에 익었다. 그렇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열화당)의 역자였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는 영국 BBC방송 다큐멘터리 연작으로 세상에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전통적 미술사․미술평론은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이상적인 방식과 태도를 가정했다. 존 버거는 이러한 감상법은 편협된 방식으로 기존 아카데미의 보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했다.

그는 오랫동안 강단 미술사학의 양식사 중심의 형식주의적인 틀에서 벗어났다. 계급․인종․성차(gender)의 문제, 작품의 소유․후원의 문제, 정치․경제적 차원의 문제 등을 함께 고려한 논점들을 새롭게 제기했다. 책은 일곱 가지 에세이로 구성되었다. 네 편(1․3․5․7)은 글과 이미지를 같이 사용했고, 세 편(2․4․6)은 이미지만을 사용했다. 여성을 보는 방식 및 유화 전통에서의 다양한 모순적 측면들에 관한 부분이 이미지만 들어있는 부분이다.

‘누드화는 그것을 보는 남자의 성적 욕망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 그려진 것이다. 그녀의 성적 욕망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65쪽)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작품의 여성 화가는 3%도 안 되는데, 83%의 누드가 여성이라고 한다. ‘유화시대는 미술품을 거래하는 공개 시장이 등장한 시기와 일치한다. 뛰어난 작품과 평범한 작품 사이에 존재하는 대비 혹은 대립에 대한 설명은 바로 이 예술과 시장 사이의 모순에서 찾아야 한다.’(103-104쪽) 빈센트 반 고흐는 1881년 스물여덟부터 그림을 시작해, 1890년 스스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879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았다.   ‘광고는 사회 내부의 비민주적인 모든 것들을 은폐하거나 보상해주는 일을 돕는다. 그리고 그것은 세계 또 다른 지역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은폐해준다.’(173쪽) 파키스탄 어린아이들이 시간당 6센트를 받으며 나이키 축구공을 만든다. 1만 명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이 노예 계약으로 팔려가 가축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판매되는 커피는 아동 노동, 위험한 농약, 생존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적은 임금을 통해 생산된다. 

“아직까지 마르크스주의자냐?” 묻는 이에게 존 버거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가 보여준 이윤의 추구에 의해 광범위하고 극심한 파괴가 자행된 이 행성의 재난을 예고하고 분석했던 마르크스에게 어찌 주목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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