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대빈창 2024. 4. 15. 07:00

 

책이름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지은이 : 유현준

펴낸곳 : 을유문화사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나에게 건축가 유현준의 세 번째 책이었다. 나의 독서 순서는 바뀌었다. 도시와 공간을 바라보는, 쉽고 재미있게 건축이야기를 풀어 낸 첫 권이었다. 책은 자신들이 만든 도시에 인간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부제는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으로 15개의 장에 각각 주제를 담아 95편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도판 68점이 실려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동물행동학자 최재천은 추천사에서 말했다. “도시라는 유기체 안에 사람이라는 유기체들이 살아간다. 둘은 끊임없이 공진화한다.”(13쪽)

1장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 거리의 속도가 사람의 걷는 속도인 시속 4킬로미터와 이웃한 값을 가질수록 사람들은 더 걷고 싶어 한다. 상점의 입구가 자주 나오는 거리가 더 걷고 싶다. 2장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가로수 한 그루 없는 유럽의 도시들이 가로수가 많은 우리나라 도시보다 아름답다면 우리 도시에 문제가 있다. 자연을 바라보는 대상으로만 이해했을 때 건축 디자인은 실패한다.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무분별하게 지어지는 고층건물로 산 능선의 선들이 계속 잘려나가고 있다.

3장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 펜트하우스는 주변 경관을 비롯해서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 있고 본인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기 때문. 외부 공간을 거의 차단하는 공간이 모텔이라면 호텔은 바깥 경치를 보기 원한다. 4장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뉴욕 이야기’ 고속도로․자동차․냉장고는 미국 사람들의 삶을 개편, 유대인들은 할렘을 떠나 뉴저지와 롱아일랜드로 떠났고, 자동차가 없는 도시 빈민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

5장 ‘강남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사람이 만든 도시, 도시가 만든 사람’ 물공급이 잘되는 고대도시 로마는 제국을 강력한 중앙집권 시스템화. 19세기 중반 오스만 시장이 만든 파리의 방사형 교통망은 세계에서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앞선 도시로 만들었다. 전화통신 시스템이 잘 설치된 뉴욕은 20세기 들어 세계를 이끌어가는 도시. 6장 ‘강북의 도로는 왜 구불구불한가’ 지역성과 건축가가 배재된 상태에서 TV 광고로 포장된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로는 좋은 건축이 만들어질 수 없다.

7장 ‘교회는 왜 들어가기 어려운가’ 절의 건축은 사람을 압도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거의 절반이 공원, 교회는 상대적으로 건물이 크고 외부 공간을 고려하지 않았다. 8장 ‘우리는 왜 공원이 부족하다고 말할까’ 차타고 한 시간을 가야하는 1만평짜리 공원보다 한 걸음 앞에 손바닥만한 마당이나 열 걸음 걸어서 운치 있는 골목길이 더 좋은 것이다. 서울숲은 외따로 떨어져있고, 한강 고수부지는 올림픽대로와 아파트 단지로 단절되어 접근성이 떨어졌다.

9장 ‘열린 공간과 그 적들:사무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현대인들은 고밀화된 도시 공간 구조 속에서 공간을 통해 권력과 조종을 받게 된다. 유명인들은 익명성이 없기 때문에 점점 더 큰 집을 소유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 집만이 자신이 자유로울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10장 ‘죽은 아파트의 사회’ 노래방․PC방․비디오방․룸살롱 등 우리의 밀폐적인 방 문화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방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욕망과 공간적 제약이 합쳐져서 만들어낸 해결책으로서의 결과물.

11장 ‘왜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을 좋아하는가’ 애플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애완동물처럼 쓰다듬을 수 있는 기계를 선보인 것이다.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혁신은 본능적 욕구에 충실할 때 만들어진다. 12장 ‘뜨는 거리의 법칙’ 신사동 가로수길의 경우처럼 자연과 대중교통,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거리는 사람들이 찾는 좋은 거리가 된다. 토끼굴의 위치를 몇 십미터 옮기는 계획은 작은 일이었지만 가로수길을 살리는 신의 한 수였다.

13장 ‘제품 디자인 VS 건축 디자인’ 병산서원이나 소쇄원 같은 건축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마루에 앉아서 바깥 경치를 보는 것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서 디자인한 건축. 근대 건축의 대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디자인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낙수장’은 대지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모두 소화해 자신의 디자인을 녹여 낸 것. 14장 ‘동과 서: 서로 다른 생각의 기원’ 구글은 흰색 페이지의 검색어만 찾을 수 있게 한 미니멀한 디자인, 반면에 네이버는 첫 페이지에 현재 나오는 주요 뉴스가 한 페이지 가득 펼쳐져있다. 구글이 한 번에 하나씩 나오는 서양코스 요리 같다면, 네이버는 한상 가득 차려나오는 밥상 같은 구성이다.

15장 ‘건축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 일본 홋가이도 삿포르 근처 ‘이사히야마’ 시립동물원은 연인원 300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동물원이다. 좁은 공간에서 동물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 수 있게 한 건축 디자인. 건물을 땅에 맞추지않고 땅을 기존 건물 스타일에 맞추어버린 것이 우리가 사는 땅에서 어마어마한 콘크리트 옹벽을 보고 살게 된 배경. 건축가는 말했다. “우리는 건축 자재로 건축물을 만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건축이 다시 우리의 삶과 정신과 문화를 만든다.”(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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