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지은이 : 진은영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문학과지성사, 2003) / 『훔쳐가는 노래』(창비, 2012)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문학과지성사, 2022)
내가 잡은 시인의 시집들이다. 모두 군립도서관에서 대여했다. 시인은 2000년 『문학과사회』 봄호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시인은 “감각적인 은유와 선명한 이미지로 낡고 익숙한 일상을 재배치, 동시대의 현실에 밀착한 문제의식을 철학적 사유와 시적 정치성”으로 풀어냈다고 평가받았다. 신작 시집은 10년 만에 나온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었다. 표제는 시집을 여는 첫 시 「청혼」(9쪽)의 첫 行이었다.
3부에 나뉘어 42편이 실렸다. ‖시인의 말‖에서 “불행이 건드리고 간 사람들 늘 혼자지.” 헤르베르트 시구를 떠올리며, ‘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보려고 애쓰던 시간들이 흘러갔다.’라고 썼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흘렀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시인은 안산에 치유공간 〈이웃〉을 만든 정신건강 전문의사 정혜신과의 대담집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를 펴냈다.
시인에게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이었다. 매달 열리는 304명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며 시를 낭송하는 모임 〈304 낭독회〉에 시인은 꾸준히 참석했다. 2017년 큰 수술을 받아 몸이 아픔 와중에도. 제일 쓰기 힘들었던 시가 「그날 이후」였다고 한다. 생일시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생일에 맞춰 아이들의 목소리를 빌려 시인들이 쓴 시였다. 시인이 예은이의 열일곱 번째 생일에 쓴 시였다. 세월호 詩로 「천징자리 위에서 스무 살이 된 예은에게」, 「아빠」, 「죽은 아이가 엄마에게」도 있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해설 「사랑과 하나인 것들: 저항, 치유, 예술」에서 “사랑과 저항은 하나이고, 사랑과 치유도 하나”(137쪽)라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시분야 1위에 오르고, 인터뷰를 하면서 “세상이 저와 제 이야기 속 상처받은 분들을 따뜻하게 환대해주는 느낌이라며, 여전히 우리가 같은 부분에서 슬퍼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려 하고, 서로에 대해 애정을 가져주는 것 같아 기쁘다”고 시인은 말했다. 마지막은 「그날 이후」(44-48쪽)의 1․2․3․4연이다.
아빠 미안 / 2킬로그램 조금 넘게,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 / 스무 살도 못 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 // 엄마 미안 / 밤에 학원 갈 때 휴대폰 충전 안 해놓고 걱정시켜 미안 / 이번에 배에서 돌아올 때도 일주일이나 연락 못 해서 미안 // 할머니, 지나간 세월의 눈물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해서 미안 / 할머니랑 함께 부침개를 부치며 / 나의 삶이 노릇노릇 따듯하게 익어가는 걸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 // 아빠 엄마 미안 / 아빠의 지친 머리 위로 비가 눈물처럼 내리게 해서 미안 / 아빠, 자꾸만 바람이 서글픈 속삭임으로 불게 해서 미안 / 엄마, 가을의 모든 빛깔이 어울리는 엄마에게 검은 셔츠만 입게 해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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