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작은 섬 주문도 일출 시각, 10분전 살꾸지항에 도착했다. 기온은 0℃다. 물때는 11물로 만조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임인년壬寅年에 살꾸지항에서 처음 해돋이를 맞았다. 계묘년癸卯年은 큰 형의 죽음으로 객선에서 마니산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았다. 날씨가 흐리겠다는 일기예보가 떴다. 선창에 사람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홀로 해맞이를 했다. 이미지는 일출시각, 7시 50분이다.
하늘을 온통 덮었던 검은 구름이 흩어지고 있었다. 수평선 위로 탁한 기운이 두껍게 쌓였다. 바다는 잔잔했다. 살꾸지가 화살촉처럼 뻗어나갔고, 물방울처럼 한 점 떨어진 돌섬은 정수리만 남기고 물에 잠겨 들어갔다. 수시도 옆 등대가 아스라이 보였다. 검은 구름의 흩어지는 속도가 빨라지더니 틈새로 주황 기운이 얼비쳤다. 여객기가 북녘에서 날아와 섬을 가로질러 인천공항 방면으로 날아갔다. 연이어 1분 간격으로 네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푸른 용의 해'라고 한다. 육십간지의 41번째, 푸른색의 '갑甲'과 용을 의미하는 '진辰'이 만나 '청룡靑龍'의 해라고 한다. 일찍 세상을 뜬 누이가 용띠였다.
모니카 김 〇 〇 / 매화꽃 그늘아래 잠들다 / 2016년 음 11월 24일 졸
청매실나무아래 묻힌 누이의 와비석臥碑石 비문이다. 누이가 세상을 뜬지 어느덧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누이가 살았으면 환갑還甲을 맞이했을 것이다. 새해는 33년생 닭띠 어머니가 우리 나이로 아흔둘이 되셨다. 작년 초겨울 파킨슨병 진단이 떨어졌다. 약을 복용하면서 어머니는 일 년만에 걸음을 되찾으셨다. 누이는 어머니가 걸음을 옮기시는 모습을 보았다면 펑펑! 굵은 눈물을 떨구었을 것이다. 누이는 눈물이 많았다.
갑진년甲辰年 새해, 어머니가 몇 년 만에 텃밭에서 호미로 김매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겠다. 아무쪼록 어머니가 건강을 되찾아서 천만 다행이다. 약의 내성이 나타날 시기의 근심과 걱정, 그때 일은 그때 가서. 단출한 식구지만 새해에는 자주 웃음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3남1녀 형제에서 이제 작은형과 나만 남았다. 어머니가 밥상머리에서 말씀하셨다.
“내가 죽으면 너희 둘이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
p.s 집으로 돌아오고 한시간 여가 흘렀을까. 동녘 하늘의 구름이 흩어졌다. 새해 첫날 햇살이 섬 구석구석을 따뜻하게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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