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 - 하나
지은이 : 김훈․박래부
펴낸곳 : 따뜻한손
소설가 김훈(金薰, 1948- ), 한국일보논설위원 박래부(朴來富, 1951- )는 1980년대 중반 한국일보 문화부기자였다. 당시 장명수 문화부장 지휘아래 「문학기행」을 연재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시를 선별하여 현장을 답사하고 비평한 글들이었다. 절판된 책을 후배기자였던 이가 운영하는 신생 출판사 《따뜻한손》에서 재출간했다. 내가 다시 잡은 책은 2004년 12월 초판본이었다. 문학평론가 박철화는 해설 「아름다움이라는 마약―198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에서 “「문학기행」은 저 엄혹한 80년대를 말의 사랑으로 끌어안으며, 현실 앞에 절망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아름다움은 결국 존재하는 것임을 증명하는 한 편의 서사시였다.”고 말했다.
박경리(1927-2008)의 『토지』(대하소설), ‘최참판댁’의 4대에 걸친 가족사와 함께 한 마을의 집단적 운명을 조명한 우리 문학사상 가장 방대하고 중후한 작품. 정지용(1902-1950)의 「향수」(시), 「향수」의 고향은 근원회귀와 그리움의 고향이고, 「고향」의 고향은 상실과 환멸의 고향. 김동리(1913-1995)의 「무녀도」(단편소설), 어미 무당 모화로 상징되는 샤머니즘(토속신앙)과 아들 욱이가 대표하는 기독교 신앙의 갈등과 대립. 윤후명(1946- )의 「돈황의 사랑」(중편소설), 한 중년 실직자의 마음(우수와 절망)의 편력. 황순원(1915-2000)의 『일월』(장편소설), 고독을 존재조건으로 긍정하는 것이 구원의 전제 조건이라는 암시.
황석영(1943- )의 『장길산』(대하소설), 미륵보살의 용화세계龍華世界를 인간의 땅 위에 이루려는 장길산의 파란만장한 삶. 김주영(1939- )의 『객주』(대하소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이행을 앞장서 이끌었던 19세기말 보부상들의 정리情理와 상리商理, 모략, 낭만. 이동하(1942- )의 『장난감 도시』(3편의 연작 중편, 52편의 토막 이야기), 종전終戰 직후 1950년대 가난의 풍경, 우리 시대의 가장 슬픈 소설. 현기영(1941- )의 『변방에 우짖는 새』(장편소설), 1800년대 말 방성칠 란과 이재수 란을 소재로 제주인의 변방적 삶과 운명을 제주인의 시각에서 가장 날카롭게 포착. 윤흥길(1942- )의 『에미』(장편소설), 한국의 보편적인 어머니상을 리얼리즘 문학화하는데 성공.
박완서(1939-2011)의 「엄마의 말뚝」(중편소설), 한 가족이 겪는 불행을 통해 ‘분단’의 민족적 비극의 전모를 확인. 한승원(1939- )의 『그 바다 끓며 넘치며』(장편소설), ‘새텃몰’과 ‘큰동네’ 사람들이 ‘응달개포’의 김양식장을 둘러싸고 벌이는 어장 싸움. 이병주(1921-1992)의 『지리산』(대하소설), 해방 전후 민족의 모순과 고민이 집중되었던 가혹한 고난의 공간 지리산에서 죽어간 이들에 대한 진혼곡. 조해일(1941-2020)의「아메리카」(중편소설), 지식인 청년이 위안부들의 삶의 아픔과 진실을 통해서 역사의 고난을 자신의 삶속에 수용. 이호철(1932-2016)의 『소시민』, 피난지 부산 실향민들의 고된 삶을 다루고 있는 유일한 장편소설.
김승옥(1941- )의 「무진기행」(단편소설), 생의 슬픔과 비루를 그려낸 작품. 장용학(1921-1999)의 「요한의 시집」(단편소설), 전쟁과 포로수용소 생활을 겪으면서 뿌리 뽑힌 삶과 세계에 대해 눈떠가는 존재. 이제하(1937- )의 「태평양」(단편소설), 황폐한 시대를 배경으로 스승과 제자들 간의 갈등과 정신적 유대를 감동적으로 묘사. 이문열(1948- )의 『황제를 위하여』(장편소설), 정감록에 의지하여 인仁과 의義의 나라를 세우려 한 한국현대사속의 미치광이 ‘황제’. 방영웅(1942-2022)의 『분례기』(장편소설), 오랜 가난으로 비천하고 허무한 삶을 살아가는 버림받은 인생들.
김정한(1908-1996)의 「모래톱 이야기」(단편소설), 자연의 위력과 인간의 욕망 앞에 꿈이 무너져 내린 ‘조마이섬’ 세 식구. 권정생(1937-2007)의 『몽실 언니』(장편 청소년소설), 비참과 불행의 연속인 삶이지만 시대의 고난을 자신의 생애 속으로 받아들이는 몽실 언니. 이오덕(1925-2003)의 『일하는 아이들』(농촌아이들 시모음집), 농촌 아이들의 투박하지만 자신의 느낌과 정서에 정직한 목소리. 김성동(1947-2022)의 『만다라』(장편소설) 참선, 고행, 방랑을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젊은 구도자들의 절대적 자유의 세계를 그린 불교소설. 전경린(1962- )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장편소설), 젊은 유부녀의 관능과 일탈.
마지막은 표제를 따온 안동 대곡분교 3년 정창교(70. 6. 13)의 시 「비료지기」(265쪽)의 전문이다.
아버지하고 / 동장네 집에 가서 / 비료를 지고 오는데 / 하도 무거워서 / 눈물이 나왔다. / 오다가 쉬는데 / 아이들이 장교 비료 지고 간다 / 한다. / 내가 제비 보고 / 제비야, / 비료 져다 우리 집에 / 갖다 다오 하니 / 아무 말 안 한다. /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 / 나는 슬픈 생각이 났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진강 (60) | 2024.05.08 |
---|---|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 - 둘 (81) | 2024.05.03 |
신화 그림으로 읽기 (66) | 2024.04.30 |
옛길 (52) | 2024.04.29 |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 (3) | 2024.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