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대성당

대빈창 2024. 6. 27. 07:00

 

책이름 : 대성당

지은이 : 레이먼드 카버

옮긴이 : 김연수

펴낸곳 : 문학동네

 

“의심의 여지없이 레이먼드 카버는 나의 가장 소중한 문학적 스승이었으며, 가장 위대한 문학적 동반자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찬사였다. 어디선가 이 문장을 접한 것이 레이먼드 카버에 대한 최초의 인식이었을 것이다. 레이먼드 카버는 1960년 첫 단편 「분노의 계절」을 발표했다. 88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삼십년 동안 세 권의 단편소설모음집을 내놓았다. 83년에 출간된 『대성당』은 문학적 절정기의 성과가 고스란히 집약되었다.

「깃털들」은 직장친구 버드의 저녁 초대에 잭과 아내 프랜은 길을 나섰다. 버드는 아내 올라와 아주 못생긴 8개월 된 아이가 있었다. 올라는 끔찍한 치열을 교정했고, 석고로 뜬 치형이 가구 위에 올려져있었다. 공작을 키우는데 큰 덩치로 실내까지 들어왔다. 집을 나서는 그들에게 올라는 공작 깃털 몇 개를 주었다. 「셰프의 집」은 웨스는 유레카 북쪽 가구 일체가 구비된 셋집을 구했다. 주인은 알코올중독 치료경험이 있는 셰프였다. 아이들은 멀리 떨어져있고, 헤어졌던 아내가 찾아오자 재결합을 꿈꾼다. 셰프는 딸 린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월말까지 집을 비워달라고 했다.

「보존」은 석달 전 해고된 뒤로 낸시의 남편은 소파에서 잠을 자고 하루 종일 소파에 붙어있다. 프레온가스가 새어 냉장고안의 음식물이 모두 녹고 있었다. 식탁에 늘어놓은 음식물이 녹으면서 바닥으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칸박이 객실」은 마이어스는 팔 년만에 아이를 보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기차를 타고 프랑스를 지나가고 있었다. 화장실에 갔다왔다. 외투 안주머니의 아이 선물로 산 고급일제 손목시계가 없어졌다. 믿음이 바뀌었고 마이어스는 조차장으로 들어가는 기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그는 잠에 빠져 들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그녀는 쇼핑센터 빵집에 가서 아이의 생일 케이크를 주문했다. 아이는 생일날 등교하다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아이가 혈관폐색으로 죽기 전까지 신경에 거슬리는 전화가 집으로 계속 걸려왔다. 그녀는 빵집을 기억하고, 분노에 휩싸여 쳐들어갔다. 「비타민」은 아내 패티는 복합비타민 방문판매 일자리를 찾았다. 쇼핑몰에 사무실을 내고 승승장구했으나, 해가 바뀌면서 비타민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깜둥이 술집 ‘오프브로드웨이’에 갔다가 베트남에서 돌아온 흑인 넬슨을 만났다. 넬슨은 베트남인의 자른 귀를 담배 케이스에 넣고 다녔다.

「신경 써서」는 로이드는 삼층 건물의 맨 꼭대기 층에 세들었다. 아내 이네즈가 찾아온 날, 로이드는 귀지가 귀를 틀어막아 고통스러웠다. 이네즈가 주인할머니 베이비오일을 빌려 귀를 뚫었다. 아내가 떠나면서 하는 말을 그는 듣지 않고 입술의 움직임만 지켜봤다. 「내가 전화를 거는 곳」은 서른살 J. P.는 굴뚝청소부로 프랭크 마틴이 운영하는 술끊기 시설에 들어왔다. 나는 두 번째였다. J. P.는 술버릇이 점점 세지면서, 아침에 일하러가다가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되었다. J. P.의 아내 록시가 시설을 방문하면서 나는 아내와 여친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차―존 치버에게」는 미스 텐트는 한 남자에게 총을 쏘려다 그만두고 텅빈 기차역 대합실에 들어왔다. 날씨가 쌀쌀한데 신발도 신지 않은 노인과 화장이 진한 중년여인이 대합실에 들어섰다. 밤이 깊었고, 세 사람은 기차에 올라탔다. 승객들은 세 사람을 동행이라고 추측했다. 「열」은 바람나 떠난 아내로, 칼라일은 베이비시터를 구해야만 했다. 뚱뚱한 열아홉살 소녀 데비가 들어왔다. 그녀는 십대 친구들을 몰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술을 먹고 있었다. 웹스터 할머니가 새로 오면서 칼라일은 안정을 찾았지만 얼마 안있어 할머니가 떠나게 되었다.

「굴레」는 아파트 17호에 홀리츠와 베티 부부가 두 아들과 함께 새로 들어왔다. 밤 열한시가 넘어 아파트 주민들이 술을 마시고 장난치다 사고가 터졌다. 홀리츠는 병원응급실로 향했다. 퇴원후 그들은 다시 이사를 떠났다. 아파트 관리담담 마지는 청소하러 올라갔다 말굴레를 보았다. 「대성당」은 아내의 오랜 친구 맹인 로버트가 하루 묵으러 집으로 찾아왔다. 저녁을 먹고 TV를 켜놓았는데 유럽의 성당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다. 앞을 못보는 사람에게 형상을 설명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두 사람은 손을 포개고 두꺼운 종이에 대성당을 그려나갔다. “아니 진짜 대단하군요.” 나는 말했다.

“자신의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비로소 타인과 세계의 목소리를 듣고, 또 그 목소리를 통해 ‘뭔가’를 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318쪽)라고 소설가 김연수는 해설 「맹인에게서 ‘뭔가’를 보는 법을 배우기」에서 말했다. 음주, 알코올 중독, 가난, 이혼, 재혼, 해고, 실직, 별거, 동거, 간통······. 소설들은 현실의 한 단면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비추었다.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일상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했다. 레이먼드 카버는 간결한 문체와 일상적인 대화로 미국 서민의 삶을 스케치했고 신산한 삶의 흔적을 드러냈다. 소설 속 인물들의 만남을 극사실주의적으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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