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짧은 갈채, 긴 험로

대빈창 2024. 7. 2. 07:00

 

책이름 : 짧은 갈채, 긴 험로

지은이 : 이덕희

펴낸곳 : 학고재

 

‘학고재 산문선 7’로 출간된 『짧은 갈채, 긴 험로』의 이덕희(1937-2016)는 서양고전 음악․무용 부문에서 일관되게 집필과 번역을 해 왔다. 책은 작곡가, 연주가, 가수 12명에 이르는 비르투오조의 데뷔시절을 통해 예술적 완성에 이르는 길을 조명했다. ‘비르투오조virtuoso'는 19세기 이후 음악가, 특히 악기연주가를 배타적으로 지칭하게 된 용어였다. 빼어난 기교적 숙달이 최고의 예술성과 절묘하게 융합된 연주가 참다운 비르투오조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거듭된 좌절과 인고의 세월이 있었다. 갈채는 짧고 끝없이 이어지는 기나긴 험로가 그들의 인생이었다.

절대적 복종 요구한 카리스마적 지휘자 구스타브 말러(Gustav Mahler, 1860-1911)는 광적인 이상주의자로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완벽을 요구. 자신의 일에 대해 거의 메시아적인 신념을 지닌 그는 작곡가보다 작품을 더 잘 안다는 확신을 갖고 작품을 해석하는 지휘자의 전형. 완벽한 권화, 타고난 지휘자의 전형 아르투로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1867-1957)는 위대한 지휘자는 지휘자 자신의 고유한 ‘해석’을 눈에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에게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 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자질로 지휘자의 인격이 연주를 통해 투사된다는 것을 의미.

‘필라델피아 사운드’ 창조한 세기적 쇼맨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Leopold Stokowski, 1882-1977)는 위대한 비르투오조였지만 예술가라는 명칭보다 대중의 스타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던 지휘자. 그의 지휘는 새로운 개념, 새로운 종류의 마력, 새로운 기악음악의 본보기. 테크닉, 예술성, 쇼맨십 겸비한 최고의 ‘브라뷰라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는 아홉 살 때 첫 연주, 열두살 때부터 직업적인 연주가, 20대에 피아니즘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기예를 정복. 그는 역사상 테크닉․쇼맨십․시정詩情을 겸비한 브라뷰라(bravura, 화려하고 힘찬 연주).

‘황금의 소리’ 창출한 마력의 피아니스트 이그나치 얀 파데레프스키(Ignacy Jan Paderewski, 1860-1941)는 매력적인 용모와 낭만적이고 우아한 자태, 대중을 사로잡는 마력, 시정詩情과 신비, 자력이 혼합된 고아한 음조tone는 리스트이래 가장 널리 선전되고 찬탄 받는, 가장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작곡가의 음악혼 재생시키는 ‘창조적 비르투오조’ 아르투르 슈나벨(Artur Shnabel, 1882-1951)은 음악의 창조자가 작품 속에 불어넣었던 음악혼을 고스란히 되살려낸, 청중들을 고양된 상태로 이끌어 영혼을 정화시켜줄 수 있는 위대한 음악가.

삶의 사랑에 취한 ‘타고난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슈타인(Artur Rubinstein, 1886-1982)은 가장 풍부하고 화려한 톤으로 표출되는 리리시즘Lyricism이 넘치는 연주. 기교의 완벽함, 열정적인 웅변, 규칙적인 시정詩情이 가득한 비길 데 없는 정기Spirit를 발산하는 독보적 존재. 초자연적 마력 분출하는 바이올린의 최면술사 니콜로 파가니니(Niccolo Paganini, 1762-1840)는 ‘작은 이교도paganini'라는 이름, 특이한 메부리코, 기묘한 용모, 연주와 모든 거동에서 풍기는 섬뜩한 느낌은 ‘악마의 제금가The Devil's fiddler'라는 별칭. 예술의 한 요소로 묘기viryuosity를 부각시킨 역사상 가장 유명한 비르투오조.

신동의 신화 창조한 20세기 ‘바이올린의 모차르트’ 예후디 메뉴인(Yehudi Menuhin, 1916-1999)은 열세 번째 생일을 앞둔 베를린 데뷔 공연에서, 감격에 겨운 아인슈타인은 곧장 무대를 가로질러 어린 그를 끌어안았다. 신의 선물로 받은 재능을 손상시키지 않고 개화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축복. 천상의 목소리와 절묘한 가창력의 세기적 테너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 1873-1921)는 테너의 왕좌로 ‘세계의 연인’이었던 그는 48세의 나이에 명성의 절정에서 때 이른 죽음. 1903년 이래 거의 20여 년 동안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오페라하우스에 출현하여 6백회 이상의 공연을 기록.

빼어난 가수, 위대한 배우, 최고의 예술가 표도르 살리아핀(Feodor Chaliapin, 1873-1938)은 노력과 투쟁의 연속으로 시골 빈민 출신의 미천한 노동자에서 세계 최고의 베이스 가수에 이른 인생 행로. 그는 무대에 만연한 번드레한 겉치레를 제거한 가장 진실한 형식과 이상理想을 탐구. 소프라노들의 넘을 수 없는 ‘기준의 벽’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는 당대 성악가 가운데 가장 깊은 음악적 본능과 총명한 지성, 빼어난 극적인 힘을 겸비. 올바른 코스튬에 대해 극도로 신경을 쓴 그녀는 자신이 맡은 모든 배역의 역사적, 사회학적 배경을 철저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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