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대빈창 2024. 7. 15. 07:00

 

책이름 : 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지은이 : 최창조

펴낸곳 : 민음사

 

풍수지리학자 최창조(崔昌祚, 1950-2024) 선생이 지난 1월 돌아가셨다. 향년 74세였다. 나는 그동안 두 손가락으로 꼽을, 풍수지리학자의 책을 손에 들었다. 21세기가 시작되는 해, 『한국의 풍수지리』, 『땅의 눈물 땅의 희망』, 『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세 권을 손에 넣었다. 2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책장에 잠들어 뒤집어 쓴 먼지를 털어냈다. 내가 잡은 책은 1판 1쇄가 1992. 8.에 나온 2000. 4.에 출간된 신장판 1쇄였다.

선생은 지난 1984년 첫 저서 『한국의 풍수사상』을 출간했다. 한국 전통 지리사상 풍수를 본격적으로 학문에 진입시키며 한국풍수 1세대를 알리는 명저였다. 선생의 풍수학 40여년은 우리 땅에 깃든 지기地氣에 주목하며 한국의 풍수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연구하여 우리식의 풍수학을 구축했다. 책은 5부에 나뉘어 13편의 글을 묶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땅을 보는 안목은 그 출발에서 이중적, 풍수지리는 땅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측면에서 의식주라는 경제적인 용도를 중시하는 지리와 땅의 본원적인 성격과 생명의 원천으로 우리 삶을 있게 하는 신비스럽고 비합리적일 수밖에 없는 풍수. 땅의 이치(地理)는 사람이 제 할 바를 다하여(人事) 그것이 스스로 하늘의 뜻(天道)에 부합될 때 소기의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

돈을 바라고 택지를 하는 지사地師는 결코 명혈 길지를 찾아낼 수 없다, 욕심이 기氣를 가려버리기 때문. 명당에 앉으면 안락하고 쾌적함이 느껴지면 좋다. 대지大地를 바라는 것은 욕심으로 땅의 기운(地氣)는 인간의 욕심을 허용치 않는다. 풍수사상의 출발점은 우선 사람이 되지 못하는 한 어떤 수단으로도 명당 길지를 얻지 못한다. 욕심으로 잡은 자리는 욕심만큼 땅 임자에게 재앙을 주는 법. 돈을 바라고 남의 땅을 잡아주는 것은 정통 풍수학인이 아니다. 욕심이 눈꺼풀을 뒤집어씌웠는데 천도를 따르는 지기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이는 사기에 지나지 않는 잡술.

한국풍수의 최초․최대 풍수학인은 도선. 자생적 풍수지리의 체계화인 한국 풍수사상은 신라 후대에 토착화. 풍수는 고려 개국 당시 신분타파와 국토 재편성 같은 바람직한 경향성을 잃고 왕실과 귀족의 가문 번성을 위한 터잡기 잡술로 변질. 유교를 지배이념으로 삼은 조선왕조에서 풍수는 유교의 기본전제인 효 사상과 결합하여 이기적 속신俗信으로 떨어질 수 있는 씨앗을 심었다.

풍수는 하늘과 땅과 인간의 총체적 관계를 유기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우리 민족의 지혜로운 자연관. 기氣는 풍수의 기본 출발점이 되는 개념, 풍수에서는 지기를 감지할 수 있는 기감氣感이 가장 중요한 본질. 땅속에는 만물의 근원이며 존재의 본질인 생기가 흘러다니는데 이것을 지기地氣라 하며 지기가 사람들의 삶과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풍수 논리의 출발.

서울 도봉구 방학3동 수령 8백년 은행나무가 있는 지역은 분지상盆地狀 지형으로 도봉산과 북한산 두 개의 거대한 산군山群이 마주치는 속기처束氣處.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면 산발散髮하여 호곡하는 듯한 소리를 내는 땅 비수지풍悲愁之風으로 은행나무가 지성地性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도 입지는 역사적으로 내륙산간 분지(장풍국藏風局의 땅)에서 큰 강 유역의 평야지대(득수국得水局의 땅)로 옮겨왔고, 결국 나중에는 해안평야 입지(평지용平地龍의 땅)으로 나아갈 것이다.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의 저자 최원석은 추모했다. “선생은 미신이나 술법으로 회자되곤 했던 풍수를 학문의 반열에 올리고 제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헌신했다. 그것도 과거 전통지식의 복원에 그치지 않고, 현대와 미래에 환경생태 지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상으로 풍수를 올려놓았다. 중국풍수와는 다른 한국적인 자생풍수의 정체성과 땅과 사람이 상보한다는 비보적 사상성을 확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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