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지리산에 가련다

대빈창 2024. 9. 3. 07:00

 

책이름 : 지리산에 가련다

지은이 : 김양식

펴낸곳 : 한울

 

내가 잡은 『지리산에 가련다』는 1998. 9. 30. 초판본으로 오래전에 절판되었다. ‘지리산 기행의 길잡이’로 부제가 ‘이천 년 역사와 문화를 찾아서’였다. 책은 5부로 구성되었다. 1․2부는 역사속의 지리산. 하동․구례․남원 등지의 기원전 1천년 전후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 4국(고구려․백제․신라․가야) 시대의 자연적 경계. 경남 산청 왕산 기슭 금관가야의 10대 마지막 구형왕(521-532)의 무덤. 최치원이 쓴 쌍계사 진감선사비(887년)의 ‘知異山’이 가장 오래된 역사 기록, 『고려사』에 ‘智異山’으로 표기. 두류산 頭流山은 백두산이 뻗어내려 지리산을 이루었다는 국토인식.

전해 내려오는 최치원이 쓴 글씨, 쌍계사 입구 바위 쌍계雙磎․석문石門, 화개동천 신흥마을의 삼신동三神洞, 세이암洗耳岩, 단속사터 아래 석벽 광제암문廣濟嵒門. 지리산 청학동을 찾아 나섰던 고려말 대학자 이인로. 지리산 기행에 나섰던 조선 선비들, 점필재 김종직, 생육신 남효온, 김일손, 정여창, 화담 서경석, 남명 조식, 미수 허목, 청장관 이덕무, 면암 최익현 그리고 서산대사 휴정. 1589년 정여립 모반 사건. 1594년 지리산 의적 임걸년林傑年. 1898년 갑오농민전쟁. 1907년 한말의병장 고광순이 이끄는 부대 연곡사에서 최후. 해방정국 빨치산 유격투쟁.

3부는 지리산 문화. 통일신라․고려․조선은 5악에서 지리산을 남악으로 지정하여 중사仲祀가 행해졌다. 지리산 천황봉 성모상 산신신앙(민중 주체의 민간 신앙). 화엄사․연곡사․천은사․실상사․쌍계사의 국보와 보물 문화유적. 4부는 조선 선비들의 지리산 기행문. 점필재 김종직(金宗直, 1431-1498)의 「유두류록遊頭流錄」. 남명 조식(曺植, 1501-1572)의 유두류록遊頭流錄」. 구당 박장원(朴長遠, 1612-1672)의 「유두류산기遊頭流山記」. 「 성재 이동항(李東沆, 1736-1804)의 방장유록方丈遊錄」.

5부는 코스별 지리산 기행. 지리산 일주기행, 지리산 사찰(불교문화재) 기행, 이상향 지리산 청학동, 영남 사림문화(남명학의 본거지) 기행, 1백여리에 이르는 해발 평균 1,300m 이상의 주능선 종주, 산행과 문화가 어우러진 지리산 기행, 조선 선비들의 옛 등산로 기행, 천왕봉 해돋이 산행.

『산천을 닮은 사람들』(효형출판, 1998)은 민중작가와 민중화가가 짝을 이루어 백두대간으로 분류한 이 땅의 12개 지역을 답사한 기행문 모음집이다. 지리산 지역은 소설가 이호철과 화가 손장섭이 맡았다. 이호철은 「그 해의 그 지리산 종주」를 이렇게 시작했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백 리 길, 일컬어 ‘지리산 종주’. 당신은 그 긴 능선을 걸어 본 일이 있는가. 아직 없다면 이 자리서 장담하겠거니와 당신은 매사에 싹수가 노오란 사람이다.” 90년대 말 나의 화두는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지리산 등반종주’였다.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꿈은 잃어버렸고 서해의 작은 외딴 섬에서 두문분출하고 있다.

그 시절 나의 답사기 〈천왕봉이 지켜보는 여정〉에서 그렸듯이 지리산의 사찰 화엄사, 연곡사, 실상사에 발길이 닿았다. 경남 산청의 남명 무덤과 덕천서원德川書院, 세심정洗心亭, 산천재山川齋에서 땀을 들였다. 지리산 등반종주 준비로 등산지도와 사진을 엮은 등산인 임소혁의 『쉽게 찾은 우리산: 지리산』(현암사, 1997)을 배낭에 쟁였으나, 무슨 사정인지 젊은 시절의 화두는 끝내 중동무이되었다. 마지막은 덕천강가 산천재의 기둥에 새겨진 남명의 「덕산에 터를 잡고서」(68쪽)의 전문이다.

 

春山底處無方草   봄 산 어느 곳인들 향기로운 풀 없으려만

只愛天王近帝居   다만 하늘 가까운 지리산 천왕봉을 사랑해서라네

白手歸來何物食   빈손으로 왔으니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銀河十里喫有餘   은하 십리 먹고도 남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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