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황색예수 2
지은이 : 김정환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시인 김정환은 1980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인은 그동안 민중의 고통과 좌절, 희망을 리얼리즘으로 형상화한 시들을 발표했다. 스물여섯번째 시집이었다. 『황색예수 1․2․3』(1983-1986)은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나는 1918년에 재출간된 〈문학과지성 시인선R 14〉의 합본호로 읽었다. 시집은 무려 447쪽의 대단(?)한 부피를 자랑했다.
시인은 말했다. “40여 년 전 『황색예수』는 신약 위주이고 아무래도 시간적이었다, 『황색예수 2』는 무척 공간적이면서 구약까지 품으려 했다.” 시집은 시인 정한아의 해설 『뱀의 혀』까지 418쪽이었다. 보통 시집의 세 권 분량이었다. 3부에 나뉘어 1쪽부터 25쪽까지 다양한 분량의 시 128편이 실렸다. 1부 3장의 「실낙원, 그 후의 그러나」는 혼란하고 현란한 25쪽의 장시로 해설은 이렇게 풀어냈다. “화자는 이브고, 아담이고, 무신론자이고, 때늦은 캐럴 소리고, 아기 예수고, 불가의 노새였다가, 예수였다가, 그러는 모든 순간, 의식의 내레이더인 ‘나’”라고.
2부 ‘현대․구약․도해’는 성서 텍스트와 개인적 경험을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교차한 시편들이었다. 부제에 나오는 인물들은 아담과 이브, 카인과 아벨, 노아, 롯, 아브라함, 레베카, 야곱, 라헬, 요셉, 모세, 삼손과 데릴라, 사무엘, 솔로몬, 욥, 마리아, 살로메, 빌라도, 베드로······. 등이었다. 문화계의 마당발로 소문난 시인답게, 문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시인의 독특한 시선이 눈길을 끌었다.
58세 음악으로 가난을 얻은 전설의 / 드러머 급사急死 소식이 / 잠든 내 물 고막을 / 덜 깬 손으로 두드린다.
시집을 여는 첫 시 「Proloque: Bagatelles, 생애적―주찬권(1955. 3. 18~2013. 10. 20) 」 의 도입부다. 주찬권은 80년대를 풍미했던 밴드 〈들국화〉의 드러머였다. ‘남한 최초 스테레오 김치켓 녹음 음반 『검은 상처의 블루스』가 1962년이고, 소울 음악은 1968년 쌍둥이 자매 펄시스터즈가 「님아」로, 1969년 김추자가 「늦기 전에」로 데뷔하면서 대단하고 섹시했었다.’ 「장마의 연대年代」(74-83쪽)의 일부분이다.
시인 김정환(金正煥, 1954~ )의 펴낸 책이 200여 권이 넘었다. 소설, 희곡, 산문, 음악교양서, 인문학번역서 거기다 그레이엄 헨콕의 『신의 거울』 번역까지. 그동안 내가 잡은 책은 두 손으로 꼽기에 모자랐다. 민중시인을 대하는 나의 성심이 부족하지 않은가. 마지막은 3부에 실린 마지막에서 네 번째 시 「혀」(393쪽)의 전문이다.
네가 나를 생각할 때 내가 부활하지 않는다.
내가 너를 생각할 때 네가 부활하지 않는다.
너를 생각할 때 내가 부활한다. 그러나 어찌
전생과 내세의 에너지보존법칙뿐이겠나?
네 생각이 내 부활의 증거인데 너의 증거의
결핍이 살투성이이다. 혀, 몸의 미니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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