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서양미술사 上

대빈창 2024. 8. 29. 07:00

 

책이름 : 서양미술사 上

지은이 : E. H. 곰브리치

옮긴이 : 최민

펴낸곳 : 열화당

 

90년대에 나는 책을 인천 부평 한겨레문고에서 주로 구입했다. 책술에 인천 부평 한겨레문고의 트레이드마크가 푸른 스탬프로 찍혔다. 붉은 잉크로 찍힌 구입날짜는 1999. 9. 2.이었다. 그 시절 나는 한때 꿈꾸었던 그림에 대한 회한이었을까. 손에 잡히는 대로 미술교양 대중서를 펴들었다. 내가 잡은 『서양미술사』는 두 권으로 ‘열화당 미술선서 1․2’로 1998. 2. 1. 개정판6쇄였다.

‘서양미술 개론의 필독서’라는 E. H. 곰브리치(Ernst Hans Joset Gombrich, 1909-2001)의 새 책을 손에 들고 나는 얼마나 기뻐했던가. 오래 묵은 책이다. 옮긴이 미술평론가 최민(崔旻, 1944-2018)도 타계했다. 1950년 영국에서 초판이 간행된 『서양미술사』는 19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800만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미술서였다.

서론 「미술과 미술가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실상 ‘미술Art'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13쪽) 上권은 약 30,000년 전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천장에 그려진 그림에서 성기盛期 르네상스까지 15장으로 구성되었다. 下권은 16세기초 베네치아 미술에서 20세기초 실험적 미술까지 12장으로 구성되었다. 미술사美術史는 기술의 숙련도의 진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관념과 필요의 변화에 관한 것. 이집트 미술의 특징은 기하학적 규칙성과 자연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과의 결합. 기원전 2,000년 전의 자유스럽고 우아한 양식의 미술 크레타Creta 문명. 고도로 세련된 미술적 솜씨가 원시적인 미신迷信 및 잔인성과 공존한 메소포타미아 미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형태와 단축법을 발견한 그리스 미술. 그리스 미술의 양식과 창의創意는 오리엔트 왕국들의 규모 및 전통과 융합. 로마인들은 건축에서 아치를 창안創案하여 광범하게 사용, 가장 놀라운 건축은 판테온Pantheon. 중세의 기독교 미술은 원시적인 방식과 세련된 복잡한 방식이 기묘하게 혼합. 비잔티움 미술가들의 개성적인 자질 개발의 어려움은 전통을 강조하고 그리스도나 성 처녀를 묘사하는데 있어 정해진 방식에 따라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 인간을 묘사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던 중동中東의 장인들은 문양文樣과 형태를 통해 상상력을 발휘.

중세의 미술가들은 자연의 박진迫眞한 묘사와 아름다움를 창조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믿음을 이웃들에게 성서의 이야기 내용과 의미를 전달. 고딕Gothic 성당은 무겁고 단조롭고 지상적地上的인 느낌을 주는 모든 것을 제거. 천재적인 피렌체의 화가 지오토 디 본도네(Giottodi Bondone, 1266?-1337)는 평면 위에 깊이의 환영을 창조해내는 미술을 재발견. 〈그리스도를 애도함〉 파도바의 델아레나 교회당 벽화, 1306년. 14세기에 이르러 우아한 서술과 충실한 관찰이라는 미술의 두 가지 요소가 점차적으로 용해․융합.

르네상스Renaissance는 재생再生 또는 부활을 의미. 건축가 필립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 1377-1466)는 새로운 미술의 지도자로 르네상스 건축의 창시자, 원근법遠近法의 발견. 마사지오(Masaccio, 1401-28)의 프레스코화 〈삼위일체, 성모, 성 요한과 헌납자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1427년경은 원근법에 의거해서 그려진 최초의 그림 중 하나. 알프스 이북 화가 얀 반 아이크(Jan van Eyck, 1390?-1441)의 〈아르놀피니의 약혼〉 1434년은 자연의 박진감있는 묘사, 가장 적당한 매체로서의 유화 발견.

고전 전통과 근대적 형식 사이의 절충은 15세기 중엽 많은 대가들의 특징. 새로운 업적과 옛 전통을 조화시키는 데 성공한 피렌체의 거장 조각가 로렌초 기베르티(Lorenzo Ghiberti, 1378-1455)의 〈세례받는 그리스도〉 세레반의 금도금 청동부조, 1427년경. 인물들이 서서 움직이는 무대를 창조하기 위해 원근법을 사용한 만테냐(Mantegna, 1431-1506)의 〈처형장으로 가는 성 야고보〉 에레미타니 교회당 벽화, 1455년. 완벽하게 조화있는 화면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6-1510)의 〈비너스의 탄생〉 1495년경.

고딕회화의 주요한 이념을 새롭고 박진감 있는 양식으로 번안 북유럽 미술가 로지에 반 데르 바이덴(Rogier van der Weyden, 1400?-64)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1435년경. 인물들의 다양한 반응․ 표정들의 탁월한묘사 후고 반 데르 구스(Hugo van der Goes, 1440-82)의 〈성모의 죽음〉 제단화 1480년경.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 있어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불세출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최후의 만찬〉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 식당 벽화, 1495-1498년. 새로운 관념의 장대한 시각세계視覺世界 미켈란젤로 부오로나티(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의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 1508-1512년. 충만한 생명감, 완벽한 균형의 효과 라파엘로 산티(Raffaello Santi, 1483-1520)의 〈大公의 성모 〉 1505년경.

표지그림 上권은 반시계방향으로 〈꽃을 따는 처녀〉 스타비에의 벽화, 1세기. 독일화가 슈테판 로흐너(Stefan Lochner, 1410?-51)의 〈장미덩굴 아래의 성모〉, 북유럽 미술가 로지에 반 데르 바이덴(Rogier van der Weyden, 1400?-64)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제단화였다. 下권은 시계방향으로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5-1989)의 〈해변가의 얼굴과 과일그릇의 幻影〉,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90)의 〈아를의 반 고흐의 침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의 〈식후食後의 과일〉이었다. 일련번호가 붙은 도판이 上권에 198점이, 下권에 185점이 실려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이 컸던 미술사가 E. H. 곰브리치는 말했다. “어떤 예술가도 자신의 모든 관례적 기법을 버리고 그가 보는대로 그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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