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땅살림 시골살이
지은이 : 전희식
펴낸곳 : 삶이보이는창
마지막 표지를 덮고 책장을 둘러보았다. 농부 전희식이 치매 어머니와 함께 한 자연치유의 기록 『똥꽃』(그물코, 2008), 농부 전희식의 귀농귀촌 길라잡이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한살림, 2016), 사람 땅 작물 모두 돌보는 전통 농사 살림 『옛 농사 이야기』(들녘, 2017) 세 권이 나란했다. 군립도서관을 검색했다. 노동운동가 출신 귀농농부의 책, 세 권 중에서 가장 먼저 대여한 책이다.
『땅살림 시골살이』의 부제는 ‘똥꽃 농부의 생태 스케치’로 치매에 걸린 어머니, 농고에 다니는 딸 새날이와 농고에 진학하려는 아들 새들이, 이웃사람들의 정겨운 시골살이를 그려낸 산문집이었다. 거기다 개와 고양이, 우렁이와 지렁이까지. 삽화는 딸 새날이가 그렸다. 글의 분량은 2-11쪽으로 다양했다. 5편의 시와 42편의 에세이로 구성되었다. 첫 에세이와 마지막 시가 쭈그렁 감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씨감자는 쭈글쭈글해지면 눈으로 싹을 밀어올리고, 여든여덟 아랫집 할아버지의 밭일 참견. 자연생태 농업의 가장 큰 일꾼은 지렁이로 한 마리가 1년 평균 10킬로그램의 거름 생산.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것도 시골 사람이 되어가면서 익힌 삶의 지혜. 담담하게 바라보고 대수롭잖게 여기는 것도 시골사람들만이 지니는 여유와 배포. 돈벌이가 된다면 못할게 없다는 막무가내. 식구와 손님 열두 명이 함께 북적이는 산골마을 한여름밤의 저녁밥상과 한담. 시골사람들의 땅에 대한 애착.
한 달 만에 귀가한 농고 다니는 딸 새날이의 농사일 돕기. 목줄이 풀어진 천방지축 진돗개 ‘금이’의 생포 작전. 세 시간 동안 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은 ‘금이’의 첫 출산. 속리산 기슭 ‘충북자연학습원’에서 열린 전국귀농운동본부 주최 귀농인의 날 행사. 생명살림 농사의 우리말 쓰기(관행농법→화학농법, 농약→농독, 수도작→벼농사, 추비→웃거름, 멀칭→덮개, 시비→거름주기, 미강→쌀겨, 축분→가축똥, 그린투어→녹색기행, 팜스테이→농가체험).
하루 종일 먼지 속에서 살았던 동네 할아버지 나락 80가마 방아 찧기 도움 드리는 일. 변산공동체 체험학습을 마친 아들의 농고진학 결정. 동네 최고령 아흔넷 할아버지의 티격태격 밭일 코치. 깨밭에 물주는 일로 다투는 아랫집 할머니․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들집으로 가시고 혼자 된 할아버지와의 동침. 만여섯살 닭 흰꼬의 주검을 텃밭 귀퉁이에 묻고, 면사무소 지도위원이 산불진화 장비를 가져와야 시작되는 논두렁 태우기.
낮에는 술에 취해 큰소리로 떠들고 칠흑 같은 밤에 폭죽을 터뜨려 시골 마을을 놀라게 하는 고향집 찾은 도시사람들. 노인의 날 읍내경로잔치에서 특별선물을 받고 신이 나신 어머니. 한 달 걸려 준공을 본 생태 뒷간. 타작하면서 직접 만든 당그레. 어머니 좋아하시는 호박잎국밥의 재료 호박잎을 겨울까지 보관하는 방법. 온수기 고장으로 물 데워서 어머니 목욕시켜 드리기. 귀농후배와 함께 마을회관에서 동네 할머니들 한글공부 준비 과정. 날씨에 맞춰 생활을 조정하는 농사 짖는 사람들.
동네할머니들의 자연채취 고사리를 방문손님에게 판매 준비. 택시-‘택도 없다. 이 씨발놈들아’. 손에서 일거리가 떨어지는 날 밥숟가락도 같이 놓을 분들. 어머니의 아련한 추석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송편 만들기. 생태주의자의 눈에 비친 이틀간의 서울 나들이 풍경. 만 한 살 몇 달, 하루에 꼬박꼬박 달걀 두 개를 낳는 닭 ‘진꼬’와 ‘성꼬’. 작년에는 홍수 올해는 가뭄으로 물난리. 뜨거운 흙을 누비는 한여름 맨발 콩밭 매기.
정월대보름 달님보고 풍년과 건강을 비는 기도의 열림굿. 집과 직장과 대학이라는 거추장스러운 명예를 무시하고 살아가는 갓 스무살 청년 심원보. 친환경 우렁이 농법의 이면. 한국인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중국에서 시집 온 여자들. 겨우내 막힌 도랑의 물길을 새로 내는 보 막기. 신이 나신 어머니의 마을회관 나들이. 사단법인 ‘맑은 마을’에서 진행하는 ‘100일 학교’의 첫 과정 ‘생명살이 농부학교’는 열네살에서 열여덟살 까지 전국에서 모인 청소년들이 스승을 찾아 전국을 돌며 공부하는 과정.
30년 경력의 글 쓰는 농부는 두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는 책을 내었다. “제 글이 생동감이 있다고 느낀 분이 있다면, 기록에서 연유하지 않을까 한다. 그때 그 장소와 그 순간, 그 순간 그 장소가 아니면 떠오를 수 없는 감정이나 느낌을 그대로 적었고, 제가 겪고 또 쓰러지고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고 이런 것들을 메모하며 글을 쓰기 때문에 생동감을 느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