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부끄러운 문화 답사기
지은이 : 기록문학회
펴낸곳 : 실천문학사
199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을 맞아 반일․항일 기치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그뿐 행사는 단발성으로 그쳤고, 돈벌레들의 경제적 탐욕은 더욱 극성스러워졌다. 『부끄러운 문화 답사기』는 한국외국어대의 동아리 〈기록문학회〉가 1993년부터 3년여에 걸쳐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는 일제잔재 유산을 답사하고 기록한 글모음집이었다. 내가 잡은 책은 1997. 3. 15.의 초판이었다. 5년 뒤 개정판이 출간되었지만 모두 품절 상태였다. 부제는 ‘역사바로잡기에 나선 젊은이들의 생생한 현장 기록’으로 22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를 생각하는 모임〉은 1984년 서울 백운산 정상과 노적봉에서 쇠말뚝 27개, 1993년 속리산 문장대 감로천 주변에서 8개를 제거. 일제가 풍수지리학을 이용, 패배의식을 심으려 전국의 혈에 박은 쇠말뚝은 1천개 추정. 1907년부터 일제는 창경궁에 벚꽃을 식재하고 동․식물원을 개장, 1911년 창경원으로 격을 낮춰 일반에 공개. 율곡로는 창경궁과 종묘의 이어진 맥을 끊기 위해 닦은 길. 민족의 얼이 숨쉬는 동작동 국립묘지의 일본산 가이즈카 향나무와 리키다 소나무.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 행적이 드러난 인물―일제 고급밀정 이갑성, 기독교 황민화에 앞장 선 백낙준, 사학계의 거두 이선근, 불교계 지도자 이종욱. 구 서울시청사는 일제가 1926년 경성부청사로 지은 건물. 1928년에 준공된 구대법원은 일제치안유지법의 산실. 서울시의회 건물은 절터 흥천사興天寺에 세운 일제 식민문화의 홍보 창구 부빈관府民館. 군사적 침략과 경제적 수탈, 궁극적으로 대륙 침략의 발판 서울역. 공헌 인물 6명 중에 수탈 침략의 장본인을 포함시킨 철도박물관 전시자료.
경복궁의 4분의 1에 달하는 전각 4백여 칸을 허물고 지은 총독부. 大자 형상의 북한산과 日자형태로 지은 총독부, 本자 모양의 경성정청은 ‘大日本’. 친일․친미․친독재의 길을 걸어온 변신의 귀재 모윤숙(1909-1990). 독립문․독립신문․독립협회의 ‘독립’의 의미는 일제(외세)로부터의 독립이 아닌, 청나라로부터 독립하여 일본에 붙자는 의미. 한일합방 공신으로 인정받아 일본으로부터 돈과 작위를 받은 독립협회의 주요 간부 이완용, 윤치호, 김가진, 안경수, 김종한, 민상호, 이근호 등.
옥천죽향초등학교의 ‘황국신민서사탑’, 대전 선화동의 높이 34.5미터, 둘레 20미터의 영렬탑英烈塔은 1942년 일본인들이 성금을 모아, 일본군 위패보관소로 사용된 충혼탑. 박정희 비명(銘文)의 청주 우암산 3․1운동 공원의 친일변절자 정춘수 동상. 홍성의 정기를 차단하려 세운 홍성군청사.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유서 깊은 건물 망선루 자리에 세운 일제 경찰의 상무관尙武館. 친일화가 김기창(1914-2001)의 2만6천평 초대형 기념관 ‘운보의 집’.
친일인사를 애국지사로 미화한 독립기념관-학병 독려자 박희도, 교회종까지 헌납한 정춘수, 33인 대표에서 친일로 변절한 최린, 친일반민족 지식인 최남선, 친일음악인 홍난파, 반민족행위자 장덕수․윤치호 등. 1904년 일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가 태전太田에서 바꾼 대전大田. 일제가 군산항을 통해 2백만석이 넘는 쌀을 수탈한 것을 기념한 ‘개항35주년기념비’. 일제 군산 최고의 대부호 모리지쿠 고로(森國五郞)의 저택 옛터의 보국탑․성사당. 국내 현존하는 가장 큰 일본식 사찰 동국사東國寺.
황국신민화에 앞장 선 화가 김은호가 그린 진주성 촉석루 의기사義妓祠, 전북 장수 의암사의 애국혼의 상징 논개 영정. 천년고도 경주의 일제신사. 일본의 압력으로 1903년 12월 완공된 국내 최대 장기곶 등대. 만주 개척 이민 목적 「흑룡강」, 이용구의 친일 행각 미화 「북진대」의 일제의 국민연극 정책을 적극 수행한 친일 극작가 유치진의 통영 남망산 공원 동상. 친일화가 이상범이 그린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는 사당 착량묘의 충무공 영정.
친일 조각가 김경승이 제작한 통영 남망산 공원의 이순신 동상.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이 흩날리는 진풍경 속에 350만 인파가 몰려드는 진해 군항제는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선양하는 제전. 동북아시아 해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군항으로 개발한 도시 진해에 민족정신 말살 기도로 벚나무 길 조성. 박정희의 지시로 진해에 10만 그루의 벚꽃 식재. 대구 침산공원 오봉산 제1봉 정상 일소대一笑臺는 친일 매국노의 거두 박중양의 비석.
내년은 광복 80주년이다. 또 한 번 떠들썩한 눈요기 행사가 벌어질 것이다. 책술에 쌓인 먼지가 30여년이 다 되었다. 오히려 이 땅의 일제잔재 청산은 무섭게 뒷걸음치고 있었다. 뉴라이트 지식인들은 일본 제국주의가 근대화를 앞당겼다는 수혜론의 깃발을 드높였다. 일군의 학자들은 대학 강단에서, 또는 저서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매춘부라고 떠들어대며 학문의 자유(?)를 외쳤다. 도대체 나의 조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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