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푸른 황해黃海

대빈창 2024. 7. 31. 07:00

 

따개비는 조간대潮間帶에 사는 바다생물이다. 조간대는 해안에서 해수면이 가장 높아졌을 때(만조선)와 해수면이 가장 낮아졌을 때(간조선) 사이의 지형을 가리켰다. 밀물이면 물속에 잠기고 썰물에 대기 중에 드러나는 하루 4번 물 흐름에 맡기는 생활사였다. 따개비의 몸길이는 10-15㎜로 석회질의 딱딱한 껍데기로 덮였다. 입을 움직여 물속의 플랑크톤을 잡아먹었다. 여섯 번 탈피한 후에 시프리스 유생이 되어 바위에 정착하여 따개비가 되었다.

조금 물때의 황해黃海는 동해처럼 파랗다. 들고 나는 물높이가 크게 차이가 없고, 물살이 느리기 때문이다. 반면 사리 때의 빠른 물살은 밑바닥의 개흙을 퍼올려 물색이 탁했다. 사람들은 흔히 사리때의 물색으로 서해를 떠올렸다. 오늘의 이야기 주인공은 따개비로 두 번 째였다. 「세든 집이 하필이면?」은 백사장에 떠밀려온 부표에 달라붙은 따개비의 갈증을 이야기했다. 오늘의 따개비는 주문도 느리항 선창의 따개비다.

택배사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삼보12호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추어 느리항으로 나갔다. 강화도 화도 선수항에서 아침 8시 50분에 출항한 배가 볼음도․아차도를 들러 오전 10시 10분에 주문도 느리항에 대었다. 낮 만조시간은 정오경으로 물때는 두물이었다. 바닥이 보이는 투명한 물살이 부드럽게 선창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미지의 따개비 군락은 운이 좋았다. 카페리호는 접안하면서 턱주가리로 선착장의 콘크리트 바닥을 긁으며 들어왔다. 같은 선착장이지만 배를 대는 쪽의 따개비는 강제로 떼어져 물살에 쓸려갔다.

책장 귀퉁이에서 먼지가 뽀얗게 앉은 묵은 동시집을 꺼내 들었다. 시인 함민복의 『바닷물 에고 ,짜다』(비룡소, 2009) 였다. 시인의 동시마다 화가 염혜원의 그림이 짝을 이루고 있었다. 마지막 시 「물때 공부」(90-91쪽)의 전문이다.

 

바닷물 움직여 주는 게 달이니까 / 바닷물 바퀴는 외바퀴 // 반달이 뜨는 날은 / 바퀴가 반쪽이라 잘 구를 수 없어 // 바닷물 조금 나가고 조금 들어온다고 / 조금이라 외우고요 // 보름날 / 그믐날은 // 바퀴가 둥글어서 잘 달리고 /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돌아 // 바닷물 한가득 들어온다고 / 한사리라고 외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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