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小說法

대빈창 2007. 11. 29. 10:36

 

 

책이름 : 소설법

지은이 : 박상륭

펴낸곳 : 현대문학

 

소설을 읽어나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한 문장이 몇 쪽에 걸쳐있고, 단락이 어서 끝나기를 독자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 쉽표는 마구 쏟아지고, 영어 원문이 튀어나오고, 한자가 시도때도 없이 돌출한다. 언젠가 말했듯 나는 소설을 잡을 때 북다트가 하나면 족하다. 하지만 유일한 예외적인 소설이 박상륭 작품이다. 최소한 두 개를 준비해야 한다. 작품 말이게 붙은 각주(주석)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할 수없기는 주석을 찾아봐도 마찬가지다. 형식도 파격적이지만, 내용은 더욱 난해하다. 전 세계의 종교, 신화, 민담, 전설 심지어 동화까지 등장하고,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전개는 독자의 글읽기를 고되게 만든다. 우리가 흔히 시간 때우기로 소설을 잡지만, 박상륭 소설은 독자의 진을 쏙 빼놓는다. 아마! 그동안 잡은 소설들의 서사구조에 익숙한 탓도 있겠지만, 작가의 심오한 세계관을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데서 기인한다. 붉은 띠지의 문구는 이렇다. - 한국문학의  자존심, '박상륭 소설'에로의 모천회귀 박상륭 문학의 최정점이자, 한국문학에 고하는 메시지! 이것은 소설이다' - 하긴 불학무식한(작가의 말투다)한 나로서는 우리나라 소설 중 난해하기로 최정점으로 읽혀진다. 다만 책씻이를 하고 나서야 어렴풋이 표지의 그림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무 탁자 위에 해골이 올려졌고, 나무(에덴동산의  선악과이거나,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이그드라실 - 우주수, 세계나무로 이해해도 별 무리는 없다) 둥치에 벌거벗은 여인이 누워있다. 배가 불룩한 것으로 보아 임신한 여인이다. 즉 타나토스(죽음)과 에로스(삶)의 변증법적 인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박상륭의 이름으로 출간된 책 전부를 잡았지만, 작가의 말꼬투리라도 잡으려면 나의 공부는 아직 멀었다. 솔직히 나는 박상륭 소설을 잘 모른다. 하지만 끈질기게 매달렸고, 작가의 책이 출간되면 오기가 나서라도 글 읽기의 고통을 감내할 마음가짐을 갖고있다. 어느 평론가가 말햇듯 나도 모르게 박상륭의 신도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박상륭 소설에는 독자의 정신을 마취시키는 중독성이 내장되어 있을지도. 졸, 독서후의 잡스러움!(각주 끝의 작가의 후렴구를 흉내 내었다) 이야기 자체가 난해의 극점을 취하니,한갓 책씻이 후의 느낌을 몇 자 적기도 곤혹스럽다.

'소설법'은 장자의 남화경(南華經)'의 구도를 따라 책의 목차를 구성했다. 內篇에 '無所有' '小說法' '逆增加' 外篇에 '雜想 둘' '漫想 둘' '爲想 둘' '誤想 둘' 雜篇에 '깃털이 성긴 늙은 白鳥/깃털이 성긴 어린 白鳥' 'A RETURN TO THE HUMANET'와 독자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본문의 이해를 위해 해설로 문학평론가 김윤식과 작가와의 인터뷰 '자이나교도 박상륭의 고고학적 글쓰기론'이 실려있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려면 목차소개도 여기서 끝내서는 안된다. 먼저 이 책을 잡은 사람으로서 알려드릴 말씀은 여느 책처럼 쪽수대로 읽어 나가다가는 작가가 이야기하는 어림에도 미치기가 힘들다. 차라리 外篇을 먼저잡고 內篇을 읽는 것이 첩경이다. 그것은 外篇이 內篇에 대한 본격적인 주석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또한 內篇의 逆增加는 소설이 아닌 극시의 형식이다. 그리고 雜篇은 外篇을 친절하게 해석한 글로 작가의 소설관을 알 수있는 세미나에서 발표된 글이다. 덧붙여 박상륭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 접한 가장 그럴듯한 참고서(?) 하나를 소개한다. 그것은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박상륭 깊이 읽기'라는 평론집이다. 그렇다. 책을 꽤나 가까이 접한다는 사람들도 소설을 집어들지, 전문 문학용어의 향연장인 평론집 잡기를 꺼린다. 하지만 박상륭 소설에 조금이라도 다가서려면 거꾸로 평론집을 먼저 손에 잡는 것이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띠지의 - '박상륭 소설'에로의 모천회귀 - 가 담고있는 문학인생을 알아보자. 40년 전북 장수에서 출생하고, '63년 사상계에 '아겔다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소설가 친구인 故 이문구 선생에게 그의 대표작인 '죽음의 한 연구' 원고를 던져놓고, 캐나다로 부인을 따라 이민 간다. 98년 귀국후 '잠의 열매를 매단 나무는 뿌리로 꿈을 꾼다'로 고국에서 작품 활동을 재개한다. 그 20년간의 캐나다 생활에서 작가의 사유는 독자들의 머리를 가장 쥐나게(?) 만든 '칠조어론'으로 숙성한다. 여기서 '모천회귀'는 전북 장수천의 연어가 태평양의 짠물을 헤험쳐 캐나다에 갔다가, 고국에 다시 돌아 온 것에 비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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