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읽기

대빈창 2007. 11. 19. 14:10

 

책이름 :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읽기

지은이 : 노성두·이주헌

펴낸곳 : 한길사

 

나의 블로그 '대빈창'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저자는 단연 서양미술평론가 이주헌이다. 이 책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읽기'는 띠지에서 강조했듯이 두 라이벌(?)이 한권의 책을 묶었다. 나의 편집증적 기질은 유난히 이주헌의 글을 탐했지만, 같은 분야에서 노성두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두 저자는 미술 분야의 대중적 글쓰기의 쌍두마차라 할 수 있다. 미술의 본류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해석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있는  미술 교양서 부분의 독보적인 자리를 양분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에 확실한 고정 팬을 보유한 글쓴이들로, 나도 이주헌의 저작물을 거의 다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두 저자의 천성과 태생, 가치관이 다른만큼 글의 성격도 다를 수밖에 없다. 노성두는 '핵심을 파고드는 전문적인 지식과 유머가 넘치는 도발적인 문체'가 압권이고, 이주헌은 '그림을 보는 뛰어난 안목과 삶의 지혜가 뭉근히 묻어나는 가슴 따듯한' 글쓰기의  저자답다.

이 책은 13 ~ 14C 아직 중세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시기, 미술사학자 뵐플린으로 부터 '미술의 혀를 풀어 주었다'는 평가를 받은 조토 디 본도네를 시작으로 20C 추상미술의 등장으로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된 현대미술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명화 76점을 소개한다. 또한 시대가 바뀔때마다 명화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미술사조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설명 뒤에 관련 예술사조와 흥미로운 뒷이야기 등을 도판과 함께 실어 풍성한 '눈맛의 향연'을 제공한다. 아무튼 한번쯤 흘려들었던 귀동냥이나마,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눈이 시원한 명화의 만찬에 초대받은 손님으로서 즐거운 책읽기였다. 어찌보면 아르놀트 하우저의 명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 대한 입문서로서, 도판을 풍부히 싣고 내용을 요약한 것처럼 내게는 보였다.

그림을 보는 관람자의 입장에서 20C 현대미술은 난해하기 그지없다. 다행히 책씻이 후 입체주의, 추상주의가 태동하게 된 맹아를 어렴풋이나마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현대미술의 추상성은 탈인상주의화가 '폴 세잔'의 '레 로베에서 본 생트빅투아르 산'에서 출발한다. 폴 세잔은 '보여지는 실체'와 '인지되는 실체'는 서로 다른 것으로 인식했다. 즉 경험과 기억에 의해 번안된 실체가 아닌, 보는 순간 생생하게 다가오는 감각적 경험, 곧 '날것으로서의 실체'를 그렸다. 이렇게 사물의 형태를 그리니, 단순한 구성의 그림도 마구 흔들리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자연의 외양을 전통 방식으로 모사하는 것이 아닌, 불변하는 실체를 '순수한 시각 요소'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서 색 조각의 면면이 강조되면 세계를 구성으로 보는 피카소의 입체주의 미술이 나타나고, 색 조각의 시각요소로서 순수성이 강조되면 구체적인 이미지가 없는 추상미술이 탄생한다. 더 나아가 추상화는 주지주의적이며 기하학적인 몬드리안의 '차가운 추상'과 낭만주의적이며 표현주의적인 칸딘스키의 '뜨거운 추상'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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