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대빈창 2024. 12. 27. 07:30

 

책이름 :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엮은이 : 안희연ㆍ황인찬

펴낸곳 : 창비

 

국내 시인선의 양대 산맥은 〈문학과지성 시인선〉과 〈창비 시선〉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리가 없다. 사각형의 테두리에 펜으로 그린 시인 컷이 트레이드마크인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제1호는 1978년 출간된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려지고 싶어진다』였다. 〈창비 시선〉의 제1호는 故 신경림 시인의 『농무農舞』였다. 비슷한 시기에 두 시인선은 600호와 500호 기념시선집을 발간했다.

누군가는 ‘문지’는 모더니즘 계열로, ‘창비’는 리얼리즘 계열로 쉽게 구분했다. 나는 먼저 ‘창비시선 500 기념 시선집’을 손에 들었다. 엮은이는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으로 등단한 안희연安姬燕과 2010년 『현대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온 황인찬黃仁燦이었다. 엮은이들은 「이토록 다채로운 미래」에서 “창비시선의 흐름을 한 방향으로 정리하고 요약하기보다는 시인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 보이는데 역점을 두고 시를 선”(183쪽)했다고 말했다.

창비시선 401호 김용택(1948년생)의 『울고 들어온 너에게』에서, 499호 한재범(2000년생)의 『웃긴 게 뭔지 아세요』까지 각 시집에서 한편씩을 선정했다. 두 권을 출간한 시인도 한 편만을 선정해 총 90편의 시가 시선집 한 권으로 묶였다. 401호가 발간된 것이 2016년으로 그동안 8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웃는 연습』, 『메르시, 이대로 계속 머물러 주세요』, 『없는 영혼에도 끝은 있으니』,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쏘가리, 호랑이』,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악의 평범성』, 『혼자의 넓이』,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심장보다 높이』,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근무일지』, 『원근법 배우는 시간』,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측광』, 『니들의 시간』, 『순한 먼지들의 책방』.

 

아흔아홉 권의 시집 중에서 스물한 권이 나의 손에 펼쳐졌다. 대부분의 시집들은 온라인서적을 통해 구입했고, 세 권의 시집은 군립도서관에서 대여했다. 표제는 이대흠의 「목련」(40쪽) 3연에서 따왔다. 마지막은 시선집에서 가장 짧지만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이시영의 「그네」(25쪽)의 전문이다.

 

아파트의 낡은 계단과 계단 사이에 쳐진 거미줄 하나 / 외진 곳에서도 이어지는 누군가의 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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