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지은이 : 신경림 외
펴낸곳 : 창비
한국 문단의 양대 시집 시리즈는 〈문학과지성 시인선〉과 〈창비 시선〉을 손꼽는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600호, 〈창비 시선〉 500호, 〈문학동네 시인선〉 200호 기념 시선집이 나왔다. 나는 기념 시집 다섯 권을 군립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고 〈창비 시선〉부터 손에 들었다. 〈창비 시선〉 1호는 1973년 3월 5일 출간된 故 신경림(申庚林, 1935-2024) 선생의 『농무農舞』였다. 당시 시집 가격은 500원이었다.
젊은 시인 안희연ㆍ황희찬이 엮은 500호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은 401호부터 499호까지의 시집에서 한 편씩을 선정해 총 90편의 시가 한 권으로 묶였다. 특별시선집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은 창비시선 400번대 시인들이 〈창비 시선〉 전 시집에 수록된 시 가운데 가장 좋아하거나 즐겨 읽는 시 73편을 추천했다. 신동엽, 송경동, 김기택, 신경림, 조태일, 곽재구, 김사인, 김남주, 이시영, 박성우, 정희성, 박철, 김해자······ 시인이 반가웠다. 시선집 가격이 착하게 7,000원이었다.
문학평론가 송종원은 여는 글 「삶과 삶을 잇는 아름다움」에서 “창비시선은 ‘민중’이라고 불려온 집합적 주체들의 힘 있는 모습이 시 속에 펼쳐지는, 사람사는 세상에 대한 질문과 이미지, 세상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 지역과 그곳의 삶에 관심을 두는, 노동을 푸대접하는 세상과 맞서 싸우는 건강한 노동자를 그려내는, 소수자의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과 고통을 받는 삶의 자리에도, 분단과 더불어 작동하는 각종 폭력과 불의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집들이라고 말했다.
표제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은 〈창비 시선〉 1호 시집 『농무農舞』에 실린「그 여름」에서 따왔다. 시선집의 신경림 선생의 詩는 「목계장터」가 실렸다. 나는 책장에서 묵은 시집을 꺼내 들었다. 마지막은 「그 여름」의 전문이다.
한 사람의 울음이 / 온 마을에 울음을 불러오고 / 한 사람의 노래가 / 온 고을에 노래를 몰고 왔다 // 구름을 몰고 오고 / 바람과 비를 몰고 왔다 / 꽃과 춤을 불러오고 / 저주와 욕설과 원망을 불러왔다 // 한 사람의 노래가 / 온 거리에 노래를 몰고 오고 / 한 사람의 죽음이 / 온 나라에 죽음을 불러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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