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지은이 : 카를로 로벨리
옮긴이 : 김정훈
펴낸곳 : 쌤앤파커스
전 세계 40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책들의 누적 판매 부수는 200만부 이상을 기록했다. 그런대로 천체ㆍ이론물리학자의 책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인가보다. 서둘러 군립도서관의 책을 검색했다. 『보이는 세상은 실제가 아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첫 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시스』. 다행스럽게 번역된 책들이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나의 도서대여 목록에 즐겨 찾을 저자가 추가되었다.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 1956- )는 이탈리아 태생의 이론물리학자였다. 그는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결합한 ‘루프양자중력’ 개념으로 블랙홀을 새롭게 규명한 우주론의 대가였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2020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 2023년에 번역된 신간이었다. 가디언Guardian의 추천사는 "카를로 로벨리는 물리학의 시인이다. 양자이론에 대한 놀랄 만큼 광범위한 명상, 숙련된 스토리텔러의 우아한 손길로 그는 양자물리학과 동양철학을 환상적으로 통합했다."
부제가 ‘카를로 로벨리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양자 물리학’으로 하이젠베르크의 아이디어가 싹을 틔운 섬에서 시작하여, 세계 실재의 양자적 구조가 발견됨으로써 제기된 더 큰 질문으로 점차 확장해갔다. 7부에 나뉘어 19편의 글을 실었다. Ⅰ. 스물세살의 청년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알레르기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찾은 북해의 섬 헬골란트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는 세계상 전체를 통째로 바꾸어놓았다. 닐스 보어의 규칙으로 알 수 없었던 방출되는 빛의 세기를 이론으로 계산. 양자론은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오류도 없고 지금도 그 한계를 알지 못하는 유일한 근본 이론. 플랑크 상수는 양자론을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상징.
Ⅱ. ‘양자 중첩’이란 하나의 광자가 두 경로에 모두 존재하는 것. 다多세계는 무수히 많은 평행세계가 존재. 숨은 변수는 전자의 행동은 변수(파동)에 의해 결정되지만 그 변수는 우리에게 숨겨져 있는. 물리적 붕괴는 우리의 관찰과는 무관한 어떤 물리적 과정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데, 이는 때때로 자발적으로 발생하여 파동이 분산되는 것을 막는다.
Ⅲ. 고전물리학의 개념적 명료함은 양자에 의해 사라졌다. 양자론은 사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에 대한 이론. 양자론은 물리적 세계를 확정된 속성을 가진 대상들의 집합으로 보는 대신 관계의 그물망으로 보는 시각. 전자의 일생은 공간 속에서 하나의 선으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것과 상호작용하면서 여기저기 사건으로 나타나는 점선.
Ⅳ. 얽힘은 여러 양자 현상 중에서 가장 기묘한 현상으로 얽힘 상태의 두 입자는 아주 멀리 떨어져있어도 똑같이 행동. 얽힘은 현실을 엮는 관계 자체를 외부에서 본 모습에 지나지않으며, 그것은 대상의 속성을 현실화하는 상호작용 과정을 통해 한 대상이 다른 대상에게 나타난 것.
Ⅴ. 에른스트 마흐에게 과학이란 현상을 조직화할 수 있게 해주는 한에서만 어떤 것을 실재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이해. 사물은 맥락속에 존재한다는 ‘맥락성contextuality'. 2-3세기 인도 수행승 나가르주나Nãgãrjuna의 중관론中觀論의 핵심 논리는 “다른 어떤 것과도 무관하게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공空은 사물은 자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다른 어떤 것 덕분에, 다른 것의 결과로서, 다른 것과 관련하여 다른 것의 관점에서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비어 있다’는 것.
Ⅵ. 심적 현상과 물리적 현상 두 가지 모두 물리적 세계의 부분들이 서로 상호작용하여 만들어낸 것.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정보이며, 이는 우리와 세계 사이의 상관관계. 세계에 대한 모든 묘사는 내부로부터 이루어지며, 외부로부터 본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Ⅶ. 우리가 보는 것은 외부를 재현한 모습이 아니며 그것은 우리가 예상하고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정보로 수정한 것. 관련된 입력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입력이 아니며, 그것은 우리의 예상과 상충되는 입력.
20세기의 저명한 양자 물리학자 머리 겔만(Murray Gell-Mann, 1929-2019)는 말했다. “양자역학은 우리 가운데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용할 줄은 아는 무척 신비롭고 당혹스러운 학문이다.”(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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