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풍경에 다가서기

대빈창 2025. 2. 4. 07:30

 

책이름 : 풍경에 다가서기

지은이 : 강영조

펴낸곳 : 효형출판

 

조경학자 강영조姜榮祚 저서에 대한 나의 독서순서는 뒤바뀌었다. 앞서 읽은 『풍경의 발견』은 명풍경 31곳을 찾아 우리 산하의 풍경을 아름다움의 근원이나 조망의 방법, 의미의 관점에서 해설했다.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실제편’이었다. 이론편이라 할 수 있는 『풍경에 다가서기』는 아름다운 풍경의 탄생과 그 물리적 특성, 그리고 풍경을 아름답게 보기 위한 방법을 다루었다.

『풍경에 다가서기』는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여섯 갈래로 나누어 16편의 글을 담았다. Ⅰ 옛시와 산수화를 통한 ‘풍경과의 만남’. 소쇄원 瀟灑園은 양산보(梁山甫, 1503-1557)가 만든 정원으로 명종3년(1548년)에 김인후(金麟厚, 1510-1560)가 지은 〈소쇄원 48영〉은 언어로 외재화.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이 노래한 ‘송도팔경’의 하나 웅천계음熊川契飮은 ‘웅천’이라는 장소와 그곳에서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합. 어세겸(魚世謙, 1430-1500)은 신라 경주를 노래한 아름다운 풍경 열두 장면에서 폐허로 남은 분황사를 노래 ‘芬皇廢寺’. 퇴계退溪 이황의 소백산 풍경체험 방법 열두 가지를 소상하게 기록한 『유소백산록遊小白山錄』. 겸재의 진경산수화를 감상하려면 그림속의 인물이 되어 가상의 산수공간을 소요.

Ⅱ 동양과 서양의 정원을 통한 ‘풍경이 태어날 때’. 이어도는 척박한 자연환경 제주도가 강제하는 극단적인 노동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은신처. 이상적인 풍경으로 여겨진 풍경화는 지상의 낙원인 정원 풍경의 모델. 대지예술가의 자연물과 인공물의 새로운 결연은 전원 풍경과는 다른 아름다움. 폴 세잔(Paul Cezanne, 1839-1906)이 성산聖山의 풍모로, 특유의 감각성으로 알아본 고향의 생 빅투아르산. 풍경 체험이란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획득한 특이한 세계 체험의 양식.

Ⅲ 풍경의 어원 탐색과 의미를 되짚는 ‘풍경의 이름을 불러줄 때’. 경관景觀이라는 낱말은 이 세계의 의미를 물건의 나열로 여기고, 경제적 가치로 계량하는 천박한 사고. 우리가 보는 것은 객관적인 세계가 아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만들어진 주관적인 세계. 팔경八景은 중국 북송北宋의 화가 송적宋迪의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에서 비롯, 풍경에 대한 명명행위는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풍경을 고정하는 행위.

Ⅳ 경관공학의 ‘보기에 자연스러운 풍경의 아름다움’. 조선 화가 강희언(姜熙彦, 1710-1784)의 〈인왕산도仁旺山圖〉는 한 눈에 꼭 드는 크기. 좋은 풍경이란 보고 싶은 대상이 보기 좋은 위치에 보기 좋은 크기로 있는 것. 곽희의 삼원법三遠法은 산 아래에서 산마루를 쳐다보는 고원, 산 앞에서 산 뒤를 굽어보는 심원, 가까운 산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평원. 그림 속의 산을 멀리 보이게하는 세 가지 표현기법.

Ⅴ 경관공학의 ‘사용하듯이 보는 풍경’. 산수화의 풍경 속을 거닐듯이, 실제 풍경을 와유하듯 체험하는 감상법은 와유적 풍경 감상법.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가 그린 것은 모진 바람에 미동도 않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절개. 매끄럽지 않은 도로 선형이 주행 방해감을 주는 현상은 몸이 세계와 교합. 정자의 돌기둥이 물 속에 잠겨있는 창덕궁의 애련정愛蓮亭은 자신이 직접 물에 발을 담그고 서있는 듯한 느낌.

Ⅵ 경관공학의 ‘나와 마주하고 있는 풍경’. 산마루에서 약간 낮은 곳을 망경지望景地로 정자 누각을 세우는 원림苑林의 설계 수법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군자의 사회적 덕목을 생활공간의 설계 원리로 확대하여 실천한 것. 나지막이 뻗은 평평한 능선에서 누워있는 용을, 제멋대로 여러 갈래로 뻗은 능선에서 승천하려고 뒤엉킨 용의 역동적인 몸을, 그리고 들의 고립봉에서 물위로 고개를 내민 용의 모습을 읽는 감수성은 땅의 의미를 재창조.

조경학자는 말했다. “풍경이란 대지의 투시 형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하여 인간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이미지 형상”이라고.